이 기사는 2019년 01월 04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리급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한 달에 3~4차례씩 이직 제안을 받는 친구도 많아요. 하지만 관리자로서 후배들의 퇴사를 말릴만한 명분이 없습니다."얼마 전 만난 증권사 기업공개(IPO) 임원이 건넨 말이다. 그는 "지금같은 상황에선 내가 저연차 직원이었어도 회사를 옮겼을 것"이란 얘기도 덧붙이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IPO 시장에서 인력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고 있다. 딜소싱이 쉽지 않은 중소형사 뿐 아니라 대형사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떠난 자의 대부분은 7년 미만 근무한 주니어들이다.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보면 제법 흥미롭다. 상위 5개 증권사 인력들은 프라이빗에퀴티(PE)나 벤처캐피탈(VC), 창투사 등으로 이직한다. 그 빈자리를 중소형사 출신 경력자들이 채운다. 중소형사의 공석엔 IPO 실무 경험이 없는 공인회계사가 자리잡는다. 구직과 채용이 먹이사슬처럼 이어진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업계를 떠나는 이들은 '수익배분 구조'를 문제삼는다. 고객 관리, 제안서 작성, 프레젠테이션(PT) 준비 등으로 격무가 잇따르지만 구성원의 몫은 제한적이다. 리그테이블 상위 5개 증권사 주니어들은 통상 2000만원 안팎의 인센티브를 챙긴다. 몇몇 창투사들이 대리급 인력에게 연 8000만원~1억원의 기본급을 제시하는 걸 감안하면 성과급이라 부르기 민망한 액수다.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탈 등 투자 파트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 증권사에서 을(乙) 역할을 자처하며 고생하기보단 기관투자가로 대접받으며 일하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IPO 인력들이 직접 창업하는 사례가 늘어난 점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 1세대로 분류되는 본부장급들은 난처하기만 하다. 떠나는 인력들의 발걸음을 돌릴만한 당근책이 없기 때문이다. IPO 시장을 먹여살릴 후배가 보이지 않는다며 앞날을 우려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기업 발굴부터 최종 상장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3~5년 사이. IPO를 일컬어 중장기 비즈니스라 부르는 이유다. 고객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실무진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인력 유출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IB는 어디일까. 올해 IPO 시장의 키워드는 일찌감치 '맨파워'로 압축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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