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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이해관계로 탄생…개발 활성화 후 침체 일로 [민자역사 M&A]①상권침체·유통환경 변화로 악화…서울역사 등 사업자 재선정

진현우 기자공개 2019-01-10 12:35:30

[편집자주]

민자역사 사업은 국유재산인 철도를 활용해 옛 철도청의 경영개선과 이용객의 편의 증진을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당수의 민자역사가 자본잠식으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더불어 서울역사, 영등포역사, 동인천역사는 점용 기간이 만료돼 이곳에 생계 터전을 꾸린 상인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는 터. 민자역사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업계에 불어 닥칠 변화의 바람을 예측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09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86년 9월 롯데그룹과 철도청(現 코레일)은 국내 최초 민자역사 개발사업을 위해 롯데영등포역사㈜를 설립했다. 1991년 영등포역사가 완공됐고, 그해 롯데백화점 영등포점도 영업을 개시했다. 2019년 1월 현재까지 전국엔 총 15개 민자역사가 존재한다. 지역별로 나눠보면 서울(6개), 경기도(6개), 인천(2개), 대구(1개) 등이다.

80~90년대 철도청은 ‘국유철도의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민간 자본을 유치해 협소하고 노후화된 역사를 현대화 시키기 위해 시작됐다. 상업시설을 복합 개발함으로써 얻게 될 점용료 징수, 주식배당 수입은 경영개선 측면에서도 구미를 당기는 요소였다. 교통의 요지였던 역사(驛舍)는 민간사업자들에게도 수익성을 극대화할 사업 아이템이었다.

양측의 딱 맞아떨어진 이해관계는 민자역사(民者驛舍)로 귀결됐다. 철도청과 민간 기업은 출자금을 공동 분담해 사업 시행법인(SPC)을 만들었다. SPC는 국가 소유의 철도 부지에 민간자본을 투입해 상업시설과 역무시설을 건설했다. 역무시설은 준공과 동시에 국가에 귀속됐고, 상업시설은 점용허가 기간(30년)동안 시행사가 소유·운영하되 국가에 점용료 지불을 조건으로 했다.

2004년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상하 분리되면서 민자역사 사업과 관련한 역할도 분리됐다. 출자회사 주식은 한국철도공사가 소유해 운영하고, 민자역사 시설관리와 토지 점용료 징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대행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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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민자역사 운영현황

◇ 예견된 민자역사의 몰락, 대부분 ‘상권 침체' 기인… 동인천역사, 1호 파산 불명예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민자역사. 하지만 부실경영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민자역사 사업시행자가 제출한 재무제표에도 여과없이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개 사업시행자 중 7곳이 과거 자본잠식을 경험했거나 혹은 현재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지역 상권 분석에 실패한 게 원인이었다.

의정부역, 용산역, 동인천역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가리키는 ‘전액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특히 신세계의정부역사㈜는 2012년 완공돼 사업을 개시했지만 내리 5년간 영업이익을 한 차례도 내지 못했다. 2017년 영업이익 5억4500만원을 기록했지만, 그간 쌓인 미처리결손금(162억원)을 상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동인천역사㈜는 지역상공인 9명이 1986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시작한 민자역사 시행사다. 하지만 외환위기(IMF)와 동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으로 상권이 침체돼 매년 적자의 늪에서 허덕였다. 롯데,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 진출로 인천백화점이 2001년 폐업한 여파도 작지 않았다.

결국 2004년 이후엔 점용료를 아예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이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17년 4월 수원지방법원에 파산절차를 신청했다. 당시 점용허가 기간 만료를 7개월 앞둔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민자역사론 두 번째로 탄생한 동인천역사는 가장 먼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 신촌역사·창동역사, 새 주인 찾아나서… '재무위기' 민자역사, 투자유치 나설 가능성↑

주변 상권 하락으로 위기를 맞은 민자역사는 또 있다. 2008년 서대문구청의 승인을 받아 문을 연 신촌역사㈜다. 매년 매출액 약 70억원 가량을 올리던 신촌역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늘어나는 건물 공실률을 막지 못했다.

2012년엔 입점 점포가 메가박스를 제외하곤 아예 한 곳도 없을 정도로 경영 여건이 악화됐다. 신촌역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납부해야 할 점용료 약 68억원을 포함해 막대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현재 서울회생법원에서 인가전 M&A로 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진행 중이다.

새 주인을 찾아 나선 건 창동역사㈜도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HDC현대산업개발과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상반기 내로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고 공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산본역사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지난 2011년 회생절차에 입성했고, 2년 뒤 인가후 M&A를 추진해 SM그룹에 편입됐다.

민자역사는 여전히 지역 상권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향후 투자유치나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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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민자역사 재무제표 현황

◇ 舊서울역사, 영등포역사 ‘점용기간 만료'… 올해 2월말 사업자 재선정

옛 서울역사, 영등포역사, 동인천역사는 지난 2017년 12월 31일부로 점용 허가기간이 만료됐다. 당초 상업시설의 점용허가 기간은 법적으로 30년이었다. 1989년 완공돼 롯데마트로 운영된 舊서울역사는 현재 점용 허가기간이 만료돼 국가에 귀속된 상태다. 다만 임차 소상공인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한시적으로 영업을 허가받아 진행 중이다.

철도사업법 제46조엔 민자역사의 점용허가 기간이 끝났을 경우, 원상회복을 원칙으로 하되 국토교통부가 이를 부적당하다고 판단하면 국가로 귀속할 수 있음이 명문화돼 있다. 철도법 시행령 제13조엔 점용허가기간 연장도 가능하다는 조항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원상회복(철거) △국가 귀속 △점용기간 연장 등 세 가지 선택 사항이 있는 것이다.

다만 철도사업법과 국유철도의 운영에 관한 특례법 모두 원상회복이 어떨 때 불가능한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제시돼 있지 않다. 이는 곧, 원상회복 면제를 평가하는 기준에 논란이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서울역사와 영등포역사는 원상회복을 면제받고 국가귀속이 결정됐다. 민자역사 관리업무를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올해 2월에 사업자 재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국가에 귀속된 민자역사는 허가를 받아 임대할 수 있지만,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전대는 금지된다. 따라서 민자역사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입주한 업체의 경우 대부분 재임대 형태로 운영돼 해당 금지조항은 치명적이다.

민자역사를 오랜 기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소상공인들에겐 사업자 변경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울역사와 영등포역사에 주어진 정리 기간(최대 2년)도 올해 종료될 예정이라, 수만 명에 달하는 소상공인들의 불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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