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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뺨' 때려줬다 [thebell desk]

이승우 자산관리부 부장공개 2019-01-17 11:20:48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5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화제다. 활력 잃은 상권을 찾아다니며 음식과 손님접대의 비법을 전수, 자영업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횟집과 냉면집 등이 환골탈태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니 그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일부 가게는 카타르시스보다 짜증지수를 높이기도 한다.

등장하는 가게의 공톰점은 그동안 장사가 잘 안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켜볼수록 '아! 장사가 안 될 만했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맛도 없고 손님 대접도 엉망이다. 이 정도면 왜 장사를 하는지, 어떻게 버텨왔는지 궁금해진다. 손님을 위한 가게인지 주인을 위한 가게인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쏟아지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경쟁력이 없었다는 뜻이다. 맛이든 마케팅이든 다른 가게와 전혀 차별화되지 못했다. '치킨집이나 하지'로 대표되는 생계형 노후 직업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할 게 없어서 장사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니 이런 가게들에게도 명분이 생겼다. 이때다 싶어 정부를 탓하며 폐업의 길을 마음 편하게(?) 선택할 수 있다.

자영업자 뿐 아니다. 중소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 부산의 어느 중소기업 사장과의 대화에서 적나라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사장은 보수적인 정치색을 갖고 있다는 전제를 스스로 깔면서 최저 임금 정책을 내세운 이번 정권 탓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기업가로서 한심할 정도의 상황을 지켜본 후 나온 말이다.

그는 모 회사로부터 M&A 제안을 받고 해당 기업을 방문했다. 그는 "동병상련이지만 이 기업이 그동안 안 망하고 있었다는 게 이해가 안될 정도"라고 말했다. 기업을 이끌어 간다기보다 사장이나 대표이사라는 명함을 위한 직업, 아니 다른 게 할 게 없으니 그냥 버티면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망할 곳은 망해야 한다'로 끝을 맺었다. M&A는 포기했다.

한국은행 전임 모 총재는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 주체들이 너무 구조조정이 안돼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걸러낼 곳은 걸러내면서 새로운 살을 돋아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모 총재가 지목한 곳이 바로 일반 제조업 그리고 자영업이었다.

자영업자들의 위기라고 하면서 한편에서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렇게 많은 편의점과 커피숍, 주점이 모두 장사가 될까'라는 물음이다. 자영업의 과잉공급은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이다.

자영업의 위기는 경제와 산업의 구조 변화 속에서 불가피한 흐름이 되고 있다. 정부를 탓할 수 없고 정부 정책으로 막아 세울 수도 없다. 울고 싶은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뺨을 맞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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