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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의 실험 '끝'…WM 본질 '고객'으로 돌아갔다 [NH증권 KPI 폐지]"제자리 걷던 사업, 고객한테 답 찾겠다"…내부 직원 설득이 관건

서정은 기자/ 최필우 기자공개 2019-01-18 14:24:20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7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의 핵심성과지표(KPI) 폐지는 평가기준을 변경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직원들이 헌신해야 하는 대상은 회사가 아닌 고객이어야 하는 것을 확실하게 공표한 것이다. 동시에 금융상품 중심으로 WM 비즈니스를 해왔던 기존의 관행을 통째로 흔드는 모험이기도 하다.

이번 변화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NH투자증권은 공격적인 금융상품 판매나 수수료 정책, 점포 세분화 및 대형화, KPI 변경 등 수시로 변화를 꾀했지만 고객 이탈을 막지 못했다. 여러 고민 끝에 NH투자증권은 WM 사업의 뿌리이자 본질인 '고객 중심'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 '과정 가치' 왜 택했나…고객 신뢰 회복·차별화 복안

NH투자증권이 영업점 직원 평가 기준으로 재무적인 성과 대신 '과정 가치'를 택한 건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 조치다. 첫번째는 지속성 없는 WM 사업에 대한 불신을 타파하겠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경쟁사와 확실한 차별화를 택하겠다는 복안이다.

NH투자증권의 WM사업 방향은 처음 자산관리라는 말이 쓰였던 2005년 이후 매년 바뀌었다. 대표이사가 교체될 때마다 사업의 중심이 고객 자산 확대에서 금융상품, 고객수익률, 포트폴리오 등으로 전환됐다. 그 때마다 회사는 KPI를 바꾸며 '고객 수익 및 자산 증대→회사 수익 성장→신규 고객 유입' 등 선순환을 꾀했지만 변하는 게 없었다.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인해 신규 고객을 힘겹게 유치했다 싶으면 기존 고객들이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이 가운데 경쟁사들은 강점을 살려 WM 사업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했고, 미래에셋대우는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KB증권 또한 합병 이후 KB국민은행을 등에 업고 자산을 확대해갔다. NH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자생력을 키우지 않는 이상 WM 사업을 지속적으로 키워가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NH투자증권이 결국 칼을 댄 건 KPI였다. 대외적으로는 고객을 위하라고 하면서 정작 임직원들의 성과를 규율하는 KPI는 온통 단기적인 지표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고객층은 많아지면서 영업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생산성은 갈수록 저하됐다. 정영채 대표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WM 사업의 핵심은 고객들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내는게 중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고객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2005년 이후부터 고객 자산 증가폭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임직원 '공감대 형성' 관건…인센티브 제도 손질

NH투자증권은 '과정 가치'라는 항목을 통해 영업점 임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기로 했다. 쉽게 말하면 고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교류했느냐를 중요하게 삼겠다는 것이다. 영업점 직원들이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본인이 직접 평가 지표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다. 특히 센터장 권한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반대 논리가 컸다. 직원들이 직접 평가 지표를 만들어도 그 기준을 확정짓고 평가를 내리는 것은 결국 센터장이라는 얘기다.

본사의 조직도 난색을 표했다. 랩어카운트를 비롯한 자사 상품을 론칭할 경우 본사 중심의 KPI 없이 영업점 직원들의 판매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주식 잔고 확대 등 전사적 영업력을 집중해야 하는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우선 센터장 권한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센터장도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과정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관리가 아닌 영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직원 개개인의 평가 기준을 공유해 센터장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게 하고, 평가 주체를 다양화하는 다면 평가 도입도 검토 중이다.

수익 기여도가 높은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도 마련했다. 과정 가치 평가에 포함되지 않는 정량적 평가를 병행해 수익에 기여한 직원들을 홀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략 상품 판매나 해외주식 잔고 확대와 같이 전직원의 참여가 필요한 건에 대해서도 별도 인센티브 제도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존 틀을 완전히 없애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적인 진통이 예상된다"며 "예외적으로 KPI를 만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과정 가치 평가방식이 자리잡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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