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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수익률…지배구조 개편하면 주가 오를까 [KCGI vs 한진家]⑥만기·IRR 등 따져봐야…출구전략 '예의주시'

한희연 기자공개 2019-01-30 10:41:02

[편집자주]

별다른 대응 전략을 내놓지 않고 '정중동'하는 듯 보이는 한진그룹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이어 터진 갑질 사태, 국민적 공분, 주요 권력기관의 잇따른 수사, 그리고 "너희들 문제가 많아 행동에 나서겠다"라고 말하는 듯 지분을 매집하고 달려든 한 펀드. 동시에 불붙은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흐름과 국민연금의 주주관여 움직임. 한진그룹 수뇌부는 비상상황에 있다. 강성부 펀드라고해서 느긋하진 않다. 경제적 이슈를 넘어 정치적 관심사가 됐고 국민적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 분쟁이 어디로 가고 있고 분쟁 당사자들의 전략은 무엇인지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5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벌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대한 큰 뜻을 밝혔으나 KCGI도 결국은 만기가 존재하는 사모펀드(PEF)다. 따라서 수익률과 투자회수(엑시트) 방안에 대한 고민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만약 KCGI의 계획에 한진그룹이 긍정적으로 응하며 5년간 지배구조를 개선한다 해도 환율, 유가 등 변수가 많은 사업환경상 주가가 예상대로 올라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이미 2대 주주로 올라선 만큼 지분율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엑시트 시점에 이 지분을 누구에게 넘기느냐도 숙제로 남는다.

KCGI는 지난해 11월 특수목적회사(SPC)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9%를 취득하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목적을 천명했다. 당시 KCGI는 한진칼에 투자한 1호 블라인드 펀드에 대해 " KCGI 1호 펀드의 만기는 최장 14 년"이라며 "장기적 투자로 국내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지속가능경영 및 주주이익 증대를 도모함을 사명(mission)으로 삼고있다"고 밝혔었다.

국내 PEF가 평균적으로 투자부터 자금회수까지 걸리는 기간은 7~9년이다. 외국계 PEF는 이보다 긴 10~12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운용되고 있다. KCGI 역시 만기 연장 등을 감안할 때 최장 설정된 만기가 14년이다. 지난 21일 공개한 한진그룹 가치제고 계획은 5년의 시계로 돼 있다. 국내 PEF 평균에 비해 투자와 회수기간에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엄연히 만기가 있다는 태생적인 제약은 부정할 수 없다.

◇ LP에 수익 안겨줄 수 있을까…'지배구조 개편=주가 상승' 놓고 갑론을박

KCGI의 한진그룹 투자에 대한 업계의 기대는 크다. KCGI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국내에도 행동주의 펀드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는 계기를 열 수 있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또 첫 타깃이 그동안 갑질 행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한진그룹이라는 점에서도 내심 행동주의 펀드의 성공을 기원하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첫 시도인 만큼 우려도 많다. KCGI도 결국은 펀드이기 때문에 수익률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 펀드는 강성부 대표 개인 돈이 아닌 펀드에 출자한 유한책임사원(LP)의 재원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KCGI는 한진그룹이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심하게 저평가 된 측면에 있어 이를 개선하고 경영효율성을 높이면 결국 기업가치가 제고돼 펀드와 기업이 윈윈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일련의 행동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계획대로 지배구조 개선이 성공하더라도 수익률로 대변되는 펀드의 성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투자하는 입장에서 기업의 가치 제고는 상장기업의 경우 결국 주가로 대변된다. KCGI도 지배구조 개선이나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해 현재 저평가된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펀드를 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기업의 주가는 회사 자체의 펀더멘탈과 정비례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항공산업처럼 유가나 환율의 외재적 요소에 실적의 부침이 심한 기업의 경우 주가 예측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주력 자회사는 전체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항공이며, 결국 대한항공의 실적에 따라 한진칼의 주가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이후 주가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3만원 대에 재 진입했다. 지난해 7월 주당 1만5800원을 찍었던 한진칼의 주가는 KCGI의 지분 매입 이후 같은 해 12월말 3만3400원까지 올랐다. 행동주의 펀드의 참여로 이벤트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많이 작용한 상승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앞으로 5년간 한진그룹과 KCGI의 협업이 잘 이뤄져 계획한 만큼 지배구조 개선이나 경영효율화를 이룬다고 아주 낙관적으로 기대하면 주가가 오를 여지는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이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유가 등 외부 환경에 취약한 항공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는 한진칼의 주가는 변수가 상당히 많다는 설명이다.

◇ 경영권분쟁에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 커…선택지 좁아지는 엑시트 플랜

엑시트 방안도 사실 명확하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게다가 오는 3월 주총을 시작으로 앞으로 몇 년간 기존 경영진과의 대립관계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KCGI가 결국은 추가 지분을 매입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많다. 이런 경우 펀드가 쏟는 재원과 투자 규모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데 발을 담그는 깊이가 깊어질 수록 엑시트를 위한 방편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엑시트에 대한 고민은 한진그룹의 기업가치가 개선될 경우에도, 안될 경우에도 모두 상존한다. 우선 기업가치가 개선돼 주가가 오를 경우 2대 주주로 오를 만큼 큰 물량을 어디에 넘길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투자할 때는 주식시장에서 매집했지만 나올 때는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한번에 팔기엔 불가능 하다. 만약에 계획대로 기업가치 상승이 이뤄지지 않아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 성격상 단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과거 삼성을 공격했던 엘리엇 같은 경우에도 엑시트 시점에는 그나마 주가가 오른 상태였다"며 "경영권이 없는 2대 주주로서는 할 수 있는 행동 반경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는데, 만약에 나가야 하는 시점에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아무 것도 못 건지고 나와야 할 확률이 있는 등 사실 리스크를 굉장히 많이 둔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보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원하는 대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경영효율성을 달성해 기업 가치를 확 올린 후 보유 지분을 대주주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부터 6년간 샘표식품과 경영권 분쟁을 벌엿던 우리투자증권의 마르스 펀드의 경우에도 마지막에는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형식으로 엑시트를 성사시킨 전례가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결국 한진 쪽에서 KCGI에 합당한 엑시트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서 감사 선임 요구가 부담스러우면 행동주의 펀드로 의미있는 활동을 했다는 명분을 취득할 수 있는 다른 요구를 일단 충족시켜 준 후 엑시트를 위한 제안을 해 주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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