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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빅'마저 회생절차, 범한진家 '해상운송' 기능의 좌초 [범한진家 흔들리는 수송보국 꿈]①한진해운 이어 중공업까지…바다사업 사라질 위기

고설봉 기자공개 2019-02-11 13:30:00

[편집자주]

'육·해·공' 전 영역에서 물류사를 설립, 국내 최대 수송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던 범한진가(家)가 수빅조선소마저 매각하거나 잃을 상황에 처하며, 수송 분야 삼각편대의 한 축인 '해상' 운송 기능을 완전히 잃을 위기다. 범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파산에 이어 한진중공업의 상선 건조 기능마저 잃게 될 경우 해상운송과 관련한 산업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창업자 조중훈 회장의 꿈이었으나 지금은 위기에 처한 '수송보국의 꿈'에 대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8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송보국의 꿈이 깨졌다"

2016년 8월, 세계 7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위기를 맞았다. 과도한 부채와 해운 경기 악화로 결국 법정관리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듬해 법원이 한진해운에 대해 최종 파산결정을 내리자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한진해운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파산 전날까지도 국내외 화주들을 만나 곧 사태가 해결될 거라고 안심 시키며 화물 수주를 따 냈었다"며 "설마 설마했는데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때까지만해도 범한진가의 해양수송 사업이 완전히 몰락할 것이란 예상을 누구도 못했다. 해운·조선업은 이제 곧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봤지, 불황이 지금처럼 깊어질 줄은 사실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더군다나 한진중공업의 흔들림을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다.

최근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가 필리핀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인가를 받자 범한진가 관계자들은 "바다 사업은 다 잃는 것"이라고 지나가는 말을 한다. 아직 대한항공의 항공운송, 한진의 육상운송 기능이 남아 있어 '수송보국'이라는 창업자의 꿈이 완전히 흔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바다와 관련한 사업들이 연이어 좌초하는 것이 범한진가 입장에서 큰 의미로 다가온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30년 넘게 한진해운에 몸 담았던 한 임원은 "양문형 냉장고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기뻤다. 몇 대만 실어도 컨테이너가 꽉꽉 찼다"며 "수출이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라면, 한진해운은 바닷길을 통해 그 수출품을 실어 나르는 대한민국 경제의 동맥이라는 생각으로 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해운 경기가 바닥을 찍고 다시 회복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제 한진중공업까지 저렇게 되고 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가 범한진가에서 갖는 의미는 상선 건조의 전진기지였다는 점이다. 부산 영도조선소는 고속정, 다목적 훈련지원정 등 군함 제작을 담당하는 방위산업 전략 기지로 역할이 축소된 상태다. 한진중공업의 매출 비중만 봐도 수빅조선소가 없다면 해상운송과 선박건조 능력을 한진중공업의 능력 범위에서 걷어내야 할 사항이 됨을 볼 수 있다.

2017년 한진중공업 매출(2조4523억원) 가운데 조선부문은 전체의 49.81%인 1조2214억원이었다. 이외 건설부문 비중은 33.35%를 기록했고, 기타부문은 16.83%였다. 하지만 수빅조선소 매출을 걷어내고 2017년 한진중공업의 매출을 다시 살펴보면 조선부문과 건설부문의 매출 비중은 심하게 뒤바뀐다. 수빅조선소 매출을 제외하면 2017년 한진중공업의 매출(1조6386억원) 가운데 조선부문 매출은 24.88%인 4077억원으로 집계된다. 오히려 건설부문 매출 비중이 49.93%로 올라선다.

한진중공업 매출

한진중공업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이 한진해운의 사세 확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인수한 회사다. 조 창업회장은 1977년 한진해운을 설립해 해상운송을 키워나갔다. 이후 1989년 대한조선공사를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했다. 약 12년의 시차를 두고 해상운송 사업을 완성했다. 조 창업회장이 한진중공업을 인수한 것은 한진해운의 선대 확대를 위한 목적이 컸다.

해상운송은 옛 한진그룹의 주력사업군이었다. 수출이 국가 경제를 지탱하던 시절 한진해운을 앞세운 옛 한진그룹은 국내 최고의 해운사로 발돋움 했다. 이와 연계해 한진도 육상운송 사업에서 한진해운과 연계해 지속성장을 이어갔다.

옛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크게 키울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는 한진중공업이다. 한진해운이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로 발돋움 하면서 상선의 수요도 더 많아졌다. 한진중공업은 상선 건조에 열을 올리며 한진해운의 선대 확대를 뒷받침 했다. 이를 통해 한진해운은 선대를 빠르게 확대해 글로벌 해운사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범한진가의 해상운송 사업은 한진해운의 좌초로 쇠퇴기를 맞았다. 한진해운은 조 창업회장의 손을 떠나 삼남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품으로 갔다. 이후 장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손에서 2016년 말 파산을 맞았다. 한진중공업은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가업을 승계해 경영했지만 결국 상선 건조 기능을 상실하며 조선사로서의 역할이 대부분 축소됐다.

결과적으로 범한진가의 해상운송은 이제 완전히 그 능력을 상실했다. 조 창업회장의 4남 중 대를 이어 해양운송과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한진해운의 파산과 한진중공업의 상선 건조 기능 상실은 곧 범한진가의 해양운송 사업에 마침표가 찍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범한진가의 '육·해·공 삼각편대' 중 남아 있는 사업군은 공중·육상운송 뿐이다.

옛 한진해운 임원은 "창업회장님이 계시던 시절에 한진해운과 한진중공업은 사실 한 몸이나 다름 없었다"며 "한진해운이 커가면서 한진중공업도 빠르게 성장했고, 조선소와 해운사를 가진 한진그룹은 바닷길에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룹 임직원들 사이에 팽배했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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