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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잃은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M&A] 공개경쟁입찰 대신 현대중공업 단독 계약…'보이지 않는 힘' 작용 의혹

안경주 기자공개 2019-02-01 10:32:56

이 기사는 2019년 01월 31일 13:1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한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지주가 조선 지주사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이 지주사가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을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매각에 따른 현금 유입 없이 지주사의 신주만 확보한다.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방안을 승인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사회 논의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현물출자해 현대중공업과 공동 설립하는 지주사의 신주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된다"며 "매각에 따른 현금 유입은 없고 신설 지주사의 2대 주주로 남게됐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은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에 대우조선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이뤄졌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중에서 누가 먼저 대우조선 M&A를 제안했는지 불명확하다. 다만 양측이 물밑 협의를 벌여온 가운데 지난해말부터 급물살을 탔던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번 거래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이다. 그간 산업은행은 기업 매각을 추진하면서 대부분 '공개경쟁입찰'을 거쳤다. 특정기업과 물밑 협의를 통해 수의계약을 맺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가장 가까운 사례가 현대건설 매각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초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유효입찰 성립이 어렵다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공개경쟁입찰을 추진했다. 산업은행은 내부 논의 끝에 단독입찰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최근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동부제철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은 공고를 통해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중국 더블스타와 수의계약을 통해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각했지만 이번 경우와 결이 다르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2016년부터 수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되면서 매각 방식을 바꾼 것이다. 특히 더블스타의 경우 2017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그간 산업은행이 공개경쟁입찰을 고집했던 이유는 '공기업'으로서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수의계약이 불가피하더라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을 근거로 공개경쟁입찰 후에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형평성을 이유로 수의계약 보다 공개경쟁입찰을 선호했다"며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해 공개경쟁입찰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의 출자회사 관리방안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2016년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출자전환주식과 관련해 '출자목적을 달성한 보유 주식에 대해서 시장가 매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문은 '경영정상화'라는 출자전환 목적이 충족됐는지 여부다. 3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2015년 상반기와 비교해 대우조선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장미빛 전망을 내놓기 이르다는 의견도 많은 탓이다.

대우조선 매각에 따른 현금 유입이 없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그동안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만 약 13조원에 달한다. 2015년 이후에만 4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향후 산업은행이 신주로 받는 지주사의 지분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시점 등을 예단할 수 없다. 특히 산업은행에 현금 유입이 없다는 점은 현대중공업의 자금부담이 없다는 얘기와 같다. 특혜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주식을 현대중공업과 공동 설립하는 지주사 주식으로 바꾼 것일 뿐 재무적 이익은 없다"며 "현대중공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혜시비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동걸 회장이 대우조선을 비롯한 구조조정 회사에 대해 인수 후보자가 나타날 경우 언제든 매각할 수 있다는 원칙론을 밝혔지만 산업은행 내부에선 올해 하반기께 대우조선 매각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 나오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지만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많은 것을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산업은행이 견지해왔던 원칙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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