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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SKY 캐슬에 갇힌 우리에게 던져진 묵직한 질문자신을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한 레바논 소년의 이야기 <가버나움>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9-02-08 09:34:37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7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설 연휴까지, 주변에서 온통 'SKY 캐슬'과 관련된 얘기 뿐이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이 드라마의 패러디와 성대모사가 빠지지 않았을 정도다. 심지어 어떤 대사는 유행어가 되어, 해당 배우의 얼굴과 함께 '새해에는 대박난다고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말이 들어간 부적 이미지가 설날 인사로 돌아다녔을 정도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의 가족을 정의하는 가장 적합한 말로 '자녀 대입 프로젝트 공동체'라는 촌철살인의 우스개가 돌아다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자녀의 대입을 둘러싼 상류층 가정들의 갈등을 소재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케이블 TV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전사회적인 비판적 시각에 편승하면서 동시에 노골적인 욕망도 제대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극심한 경쟁을 통과해 경제적 먹이사슬의 상층부로 올라가지 못하면 낙오될 수도 있다는 사회구조적 공포가 최근 들어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먹이사슬 상 위치를 결정하는 (출생을 제외한)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대입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고스란히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이런 상황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상황들을 너무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 켠에서는 내신성적을 조작하여 등수를 올리고 있는데, 다른 한 켠에서는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시야를 해외로 더 넓혀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빈곤과 기아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저개발국가들의 아이들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에서도 수 많은 아이들이 기본적인 생존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지난 1월말 개봉된 영화 <가너바움>은 레바논에서 살고 있는 한 소년의 피폐한 삶을 관객들이 직접 목도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레바논은 1944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복잡한 종교, 종파간의 내전으로 완전히 초토화됐던 나라지만, 우리의 편견과는 달리 저개발국가는 아니다. 2017년 인당 GDP가 우리나라의 90년대 초반에 수준인 약 8500달러에 이르는데, 중국 8800달러, 태국 6600달러, 인도네시아 3800달러, 베트남 2300달러와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의 외형적 위상과 무관하게 종교적 갈등에 기인한 후진적인 정치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택, 전력, 수도 등 기본적인 인프라부터 난민, 실업, 빈부격차, 국가부채 등의 거시 경제 전반에 걸친 문제들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레바논 경제가 지속 불가능한 길을 걷고 있으며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는 경고를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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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고소한 레바논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가버나움'

영화의 주인공은 그런 레바논에 살고 있는 소년 '자인'이다. 출생신고도 되어있지 않고 학교도 가본 적이 없이 무능력한 부모와 많은 동생들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동네 상점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 12살 남짓의 어린 그가 폭행상해 사건의 가해자로 소년 교도소에 수감되고, 그 곳에서 자신의 부모를 고소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자인이 그러한 폭행상해 사건을 우발적으로 일으키고 부모와 법정에서 다투는 과정을, 영화는 담담하게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낸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단 한번도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실제 난민들 중에 캐스팅됐으며, 시나리오 상의 상황을 듣고는 자신들의 방식대로 연기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속 일련의 사건들을 보는 관객들은, 그야말로 압도당한다.

그리고 영화의 막바지에 자인의 이야기를 다 들은 판사가 왜 부모를 고소했는가 묻자, 자인의 대답은 충격적이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니까요." 그리고 그가 이어간 말은 더욱 충격적이다. "부모님이 아이를 더 이상 낳지 못 하게 해 주세요."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15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지고, 심사위원상이 수여된 이유다.

참고로 제목 <가버나움>(Capharnaum)은 예수가 나병 환자와 중풍 환자를 치료하고, 시각장애인의 눈을 뜨게 하는 등 많은 기적을 행한 장소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런 기적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자 예수는 가버나움이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했고, 실제로 6세기 이후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 되었다. 그 뒤로 '가버나움'은 저주받은 땅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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