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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노믹트리, 밸류 논란…'1조' vs '5000억 미만' [제약바이오 옥석가리기]공모가 산정에 생소한 PSR 지표 동원…벤치마크는 해외 기업 뿐

서은내 기자공개 2019-02-22 08:16:53

[편집자주]

제2의 바이오 투자 붐이 일고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끌 마지막 성장 동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수의 바이오 업체들은 국내 IPO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해 한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업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더벨이 '옥석'을 가려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1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음달 상장을 앞둔 지노믹트리가 희망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PSR(주가매출액비율)'을 평가방법으로 적용했다. PSR은 사업초기 외형 성장성은 높지만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 주가 설명에 사용되는 지표다.

국내에선 PSR을 적용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 통상 바이오업체 상장시에 사용되는 PER 적용을 배제했다는 점이 특이한 부분이다.이는 지노믹트리가 하는 '체외 암 조기진단' 사업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내에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별로 없고 관련 분야가 성장성은 높지만 초기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명암을 동시에 보여준다.

21일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노믹트리는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희망공모가 밴드를 1만7000원~2만5000원으로 정했다. 2021년 지노믹트리 추정 매출(890억원)에 할인율을 대입해 현재가치를 산정한 후 비교기업들의 평균 PSR 15.91배를 적용해 비교가치 주당 평가가액을 3만6243원으로 셈했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여기서 현재 시장 상황, 수요 등을 고려해 53.1~31% 할인율을 적용한 결과다.

비교 기업으로 삼은 곳은 모두 해외기업으로 미국의 이그잭트 사이언스(Exact Sciences), 미리아드 제네틱스(Myriad Genetics), 에보트 레버러토리(Abbott Laboratories), 독일 에피지노믹스(Epigenomics) 등 4개 업체다. 불룸버그 '체외진단' 분류코드 업체 중 일정 매출이 있고 암조기진단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이면서 상장 후 1년 이상 지나는 등 몇차례 기준에 따라 걸렀다.

지노믹트리 유사회사 평균 PSR

안찬호 지노믹트리 상무(CFO)는 "암 조기진단 시장이 형성된지 얼마 안돼 한국에서 상장사 중 진단분야업체 중에서도 지노믹트리와 같은 섹터에 속한 곳이 없어 PER을 적용할 수가 없었다"며 "미국에 있는 이그젝트사이언스가 가장 큰 경쟁자이며 이곳도 아직 이익을 내진 않고 있지만 매출 성장에 따라 주가가 90달러에 육박하고 있어 매출 대비 주가 추이를 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노믹트리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혈액, 소변, 분변 등 체액을 검사해 질병 유무를 진단하는 체외분자진단 전문업체다. 특히 'DNA 메틸화'를 지표(바이오마커)로 삼고 이를 감지해 암을 미리 진단하는 바이오마커 기술을 독자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 이 기술을 활용한 대장암 조기진단 제품이 식약처 허가를 받고 양산을 앞뒀다. 추가로 방광암, 폐암 조기진단 제품도 식약처 허가를 위한 임상 중이다.

지노믹트리는 일순위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유도함으로써 대장암을 조기 발견해 사망률을 줄이는 게 목표다. 현재 개화기 시장인만큼 시장규모에 대한 공신력있는 보고서는 없는 상황이며 미국 이그잭트사이언스는 미국 대장암 조기진단시장을 연간 15조4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은 약 5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노믹트리가 제시한 희망공모가를 기준으로 하면 상장 기업밸류는 3400억~5000억원이다. 현재 지노믹트리는 코넥스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20일 기준 5000억원으로 툴젠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상장 후 밸류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업계의 의견은 둘로 나뉘는 분위기다. 조직검사의 번거로움 없이 체액을 활용해 키트 하나로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기술 및 제품 편리성 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매출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좀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신시장 개척비용이 만만치 않다보니 적자에 대한 부담이 또 걸림돌이다.

지노믹트리의 가장 큰 경쟁자로 꼽는 곳은 대장암조기진단 시장의 가장 선두주자인 미국 이그잭트사이언스다. 이 회사는 2014년 처음 제품을 판매해 시장을 개척 중인데 이 역시 매출 증가와 동시에 큰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매출액이 2억6600만달러(3009억원)이며 1억1800만달러(1335억원)의 영업손실과, 1억1400만달러(12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노믹트리가 주가 산정 과정에 PSR을 적용한 것도 이처럼 초기 적자가 높은 기업들의 주가수준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체외 암 조기진단 업체들이 대부분 이머징 마켓 진출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을 들이고 있으며 수년간 적자를 보면서도 수익성 개선보다 시장점유율 높이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매출이 증가하면서 기업가치가 증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미국 기업이 빠른 매출 성장을 이룬 것과 달리 대장내시경과 같은 의료서비스가 비교적 저렴한 국내의 실제 의료현장에서 지노믹트리의 새로운 진단방식이 얼마나 사용될지도 관건이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대개 400만원씩 대장내시경 서비스 비용이 들다보니 대변을 통해 징후가 발견될 때 내시경으로 가는 모델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는데 굳이 검증이 아직 덜된 진단방식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한다"며 "아직 미국 허가는 나지 않아 국내 매출이 일차적일텐데 수요를 키우고 시장 안착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1500억~2000억 밸류 정도면 투자해볼 만하나 현재 코넥스 시총인 5000억원은 부담이 가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해외진출에 성공한다면 그다음부터는 도약 모멘텀을 바라볼 수 있다. 현재로서 가장 큰 경쟁사인 미국 이그잭트 사이언스와 비교할 때 동등한 진단 성능을 갖췄으며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훨씬 뛰어나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미국 진출을 위해서는 FDA 승인을 위한 대규모 임상비용이 들어간다. 올해 해외임상비로 약 73억원, 내년에 293억원을 예상된다.

바이오마커의 임상 민감도와 특이도가 지노믹트리의 경우 90.2%, 90.2%이며 이그잭트 사이언스는 92%, 87%다. 민감도란 질병이 있는 사람을 질병이 있다고 판단하는 비율이며 특이도란 질병이 없는 사람을 정상으로 판단하는 비율을 뜻한다. 지노믹트리는 마커가 한가지이고 직접 개발한 기술이므로 여러 마커를 사용해야 하고 마커 기술을 이전해온 이그잭트사이언스는 제품에 대한 원가가 더 높은 상황이다.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조기진단 제품 검사가격은 25만원이다. 이그잭트사이언스는 50만원 이하로 책정돼있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미국 이그잭트사이언스의 시총(11조원)을 감안할 때 지노믹트리의 상대가치가 1조원 정도까지는 가능할거란 얘기도 나온다. 비슷한 기술력과 동등한 시장을 포지셔닝할 때 한국 시장이 미국 경제력 대비 10분의 1정도 될 거란 추산이다. 20분의 1만 봐도 5000억원에 이른다.

안찬호 상무는 "초기 적자를 얼마나 오래 끌것인지의 이슈는 있겠으나 빨리 흑자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장내시경을 실제로 받아야 하는 사람 중 실제로 받는 사람의 비중은 여전히 30%정도로 통계가 낮다는 게 의료시장의 한계다. 대장내시경을 대체하기보다 암 조기 진단이 필요한 이들에게 간편한 과정으로 과학적 근거를 보여줌으로써 대장내시경 참여를 유도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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