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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극한직업'이 말해주지 않는 치킨 공화국의 진실들1500만 관객을 넘긴 '극한직업'을 통해 살펴본 국내 치킨 관련 산업 현황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9-02-22 14:25:14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2일 14: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햄버거(B브랜드) 사업과 치킨 사업(K브랜드)을 모두 인수할 수 있었는데, 왜 햄버거만 인수하고 치킨은 인수하지 않았을까요?"

지난 몇 년간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고, 동시에 강의를 할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다. 친숙한 외식 분야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모두 한결같이 귀를 쫑긋 세우며 그 답을 궁금해하게 마련이다.

첫번째 답은 "전세계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의 숫자보다, 대한민국에 있는 치킨집 숫자가 더 많다"는 자극적인 팩트다. 2017년 말을 기준으로 맥도날드의 전세계 매장 숫자는 3만7241개(위키피디아)인데, 국내 치킨 전문점 숫자는 그보다 많은 3만8099개(국가통계포털)이다. 치킨을 부가적인 메뉴로 판매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론 5만개를 넘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반면 햄버거 시장은 완전히 다르다. 브랜드가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매장 숫자가 최소 10개를 넘는 주요 업체가 4개 정도 밖에 안되고, 이 업체들의 매장 숫자들을 다 더해봐야 3000개도 안 된다. 새로운 레시피로 큰 성공을 거둔 새로운 브랜드가 수백 개의 매장을 쉽게 여는 치킨 시장과는 달리, 햄버거 시장에서 그런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두 번째 답은 "햄버거를 먹는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치킨은 안 먹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또 다른 팩트다. 1979년 롯데리아가 처음 문을 연 이래로 80년 아메리카나, 1984년 버거킹, 1985년 웬디스, 1988년 맥도날드가 속속 들어오면서 햄버거 시장이 형성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소비가 시작된 것은 해당 브랜드들의 매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90년대였다.

따라서 햄버거 소비층은 90년대 학교를 다녔던 현재의 40대부터 형성됐고, 그들의 자녀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반면 치킨의 경우 시장골목에서 튀기던 통닭에서 전기구이를 거쳐 후라이드 치킨에 이르러 폭발했고,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며 다양한 레시피로 분화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결국 치킨은 거의 전 국민이 이미 소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마지막 답은 "햄버거는 식사(meal)인 반면, 치킨은 간식(snack)"이라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강고한 고정관념이다. 물론 식사로 치킨 버거를 먹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머리 속에 있는 치킨은 아이들 간식 혹은 어른들 술안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동일 상권에 비슷한 크기의 매장이라도 치킨 매장의 매출은 항상 햄버거 매장보다 낮을 수 밖에 없다.

장황하게 햄버거와 대비되는 치킨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1500만 관객을 모아 역대 최고 흥행 2위(1위는 1760만명의 '명량')의 자리에 오른 영화 '극한직업' 때문이다. 마약반 형사라는 극한직업을 가진 이들이 수사과정에서 위장 개업한 치킨집으로 대박난다는 설정으로, 매출액 1300억원이라는 그야말로 대박 영화가 되어 큰 화제다.

문제는 그 대박 맛집의 탄생 과정이 단순화되고 희화화됐다는 점이다. 진짜 치킨집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현실은 완전히 무시되어 버렸다. 물론 웃자고 만든 코미디 영화를 다큐멘터리로 분석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 속 '수원왕갈비통닭'의 성공과 관련해 생략된 많은 디테일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관객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치킨집 자영업자를 진짜 돈을 벌기 어려운 극한직업으로 만들고 있는 현실을, 누군가는 분명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닭 공급시장에서 상위 몇 개 업체들의 독과점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인구 1000명당 1개씩 치킨집이 있을 정도지만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아직도 무분별하게 확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지질학적으로 이제 현세(Holocene, 現世)가 지나고 인류세(Anthropocene, 人類世)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극한직업'을 보고 나서, 이 인류세를 규정하는 화석이 닭뼈일 것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씁쓸하게 떠올렸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국내에서 소비되는 닭의 수는 무려 연간 10억 마리 이상이라고 한다. 이 수 많은 닭들과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고 있는 치킨집 사장님들께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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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개업한 치킨 가게가 맛집으로 거듭나는 설정으로 치킨 공화국의 현실을 묘하게 비꼰 영화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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