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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신라젠? 감당하시겠습니까 [thebell desk]

민경문 산업2부 차장공개 2019-02-28 08:15:31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7일 08: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의 유령이 국내 자본시장을 떠돌고 있다. '바이오'라는 이름의 유령이. 실체를 알기는 쉽지 않다. 제2의 신라젠 또는 제2의 셀트리온 등으로 포장될 뿐이다. 뉴스뿐만 아니라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에도 심심찮게 발견되는 별칭이다. 검색창에 '제2의 신라젠'을 치면 생소한 회사들이 다수 등장한다. 사명을 통해 바이오 또는 합성신약 회사라는 점을 짐작하는 정도다.

애먼 투자자들은 바이오라는 말만 들어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바이오 비전문가 입장에서 돈이 될만한 특허인지 미국 FDA 승인을 받을 만한 치료제인지 등을 따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한때 1500%에 달했던 신라젠 전환사채(CB) 수익률의 기억만 남아있을 것이다. 2년 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기록적으로 올랐을 때처럼 말이다.

재밌는 건 신라젠조차도 여전히 불확실성의 경계선에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에 입성한지 2년이 넘은 시가총액 5조원대 회사가 개발중인 신약이 임상 3상까지 진입했는데도 그렇다. 최근 검토중인 30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둘러싸고도 시장의 기대와 불신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하물며 이제 전임상 단계인 초기 바이오기업은 오죽할까.

투자자를 유혹하는 시장의 손길은 끊이지 않는다. 바이오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비(非) 바이오업체'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강관 제조, 폐기물처리, LED조명 등이 주력이었던 회사들이 생뚱맞게 신약 개발에 나선다고 한다. 국내외 바이오기업에 대한 M&A 또는 지분 투자 공시가 속출하는 이유다.

당사자는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주가를 띄우기 위해 '급조한' 전략인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원 한 명 없이 R&D 계획을 밝히거나 면역항암제 등과 같은 인기 테마를 얹기도 한다. 본업의 적자 구조를 탈피하려고 막연히 바이오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처럼 막연한 장밋빛 전망을 내세워도 투자자들이 몰린다는 점이다.

자동차·반도체 등의 업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바이오 산업으로 유입되는 돈이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들 업체에 과도한 밸류에이션이 책정되기도 한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미국에서 50억원 가치도 인정 못받는 바이오 회사가 국내에서는 400억원 이상의 몸값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했다. 잇따른 IPO 흥행도 이를 방증하는 듯 하다.

지난 3년간 국내에 신규 등록한 제약바이오 업체만 1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앞으로 몇 년 뒤에도 생존하는 회사는 50곳도 안 될 가능성이 높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입시코디처럼 '바이오코디'가 있는 것도 아닌데 투자자로선 고민이다.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업체 말만 들었다간 쪽박차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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