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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엘리엇의 현대차 공격을 바라보며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3-03 20:58:06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3일 20:5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고배당을 요구하는 동시에 이사회에 자신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들을 진출시키려 한다. 현대차 측에서도 사외이사 후보들을 추천할 것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22일의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로 통하는 엘리엇은 최근까지 투자대상 기업의 기업지배구조에 직접 개입해서 성과를 거둔 전력이 있다.

엘리엇은 2017년 초에 미국의 유서 깊은 알루미늄제조사 아르코닉(Arconic: 구 Alcoa) 지분 13.2%를 취득한 다음 경영실적 부진을 이유로 CEO의 사퇴를 요구했다. 엘리엇의 거듭된 압박에 CEO는 이사회의 동의 없이 축구공과 함께 감정적인 서한을 엘리엇에 보냈는데 결국 이사회와의 협의를 거쳐 사퇴했다.

아르코닉은 엘리엇이 이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비생산적인 행동으로 계속 회사와 주주들에게 부담을 줄 것인지 아니면 회사의 새 CEO 물색과 원활한 승계에 도움을 줄 것인지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엘리엇은 행동을 계속해서 결국 주주총회를 통해 13인의 이사회에 7인을 진출시킨다. 그 후 아르코닉은 구조조정과 사업 일부의 처분을 단행했다. 현재 아르코닉은 사모펀드들과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5월 엘리엇은 텔레콤 이탈리아 지분 9%를 보유하고 24% 대주주인 프랑스의 비방디와 겨루어 15인으로 구성되는 이사회의 2/3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지분은 작았지만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엘리엣은 독립적인 10인의 이탈리아인 사외이사들을 추천했고 비방디는 다수를 자기 회사 출신들로 추천했었다. 10:5로 이사회를 장악한 엘리엇은 작년 말에 CEO를 교체했다. 자기 뜻대로 회사의 사업을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탈리아 정부도 호의적이다.

1977년에 설립되어서 현재 AUM이 약 40조 원인 엘리엇은 아르코닉, 텔레콤 이탈리아를 포함해서 그동안 세간에 잘 알려진 행동주의 사례만 해도 약 30건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승률도 높은 실력파다. 충동적이나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투기자본으로 규정하는 것은 제대로 대응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엘리엣을 탐욕스러운 벌처펀드로 보는 시각과 동시에 헤지펀드 역사에서 가장 스마트하고 강인한 펀드로 보는 시각이 병존한다. 블룸버그는 엘리엇을 가장 경계의 대상인 펀드라고 했는데 밉든 곱든 탐욕스럽기만 하고 실력도 없이 완력만 행사하는 펀드에 그런 평가를 하지는 않는다.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주주행동주의의 글로벌 조류를 잘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선 행동주의의 목표가 전통적으로 20% 내외의 재무적 성과를 거두는 것임에는 변화가 없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그리고 주가의 상승이 궁극적인 목표다. 그런데 한 전문기관(Activist Insight)이 하버드대 기업지배구조포럼에 보고한 바에 의하면 최근의 동향은 재무적 목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가 혼합되어서 제시되는 데 종래 ESG가 수단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제는 재무적 목표와 분리해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재되어 있고 향후 더 심화 될 것으로 본다.

이 경향이 어떻게 발전되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투입해야 하는 자금의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ESG 이슈들은 다른 주주들과 사회에 쉽게 어필한다. 위 기관에 따르면 2018년에 행동주의 펀드들이 새로 투자한 금액은 전년의 720억 달러보다 훨씬 적은 420억 달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주의의 대상이 된 기업들의 규모는 더 증가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지분이 2~3%대로 그다지 크지 않다고 방심하거나 그 집중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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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평가하면 안되는 이유다.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도 과감한 공격대상이 되고 성공적일 수 있음을 텔레콤 이탈리아가 잘 보여준다.

엘리엇을 악덕 투기자본으로 규정하는 여론과는 별도로 노련한 기관투자자들은 냉정하게 손익을 따지고 있을 것이다. 일단 고배당 싫어할 주주는 세상에 없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는 주주마다 처한 상황과 투자전략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내년까지만 투자할 계획인 주주는 올해 최대한 배당을 받으면 좋고 그 여파로 내년부터 회사가 어떻게 될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현대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대응을 하거나 사회의 감성에 호소하려는 유혹을 떨치는 것이다. 주주는 기본적으로 그냥 무색무취한 투자자다. 돈 벌려고 들어온 것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격을 과하게 부각시킬 것은 아니다. 현대차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45%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에 큰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 엘리엇 같은 외국인 주주들도 많다. 지금 같은 실적과 주가의 하락 국면에서는 장기투자자들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행동주의 펀드도 회사의 주주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주주들은 팔이 안으로 굽는 정도는 아닐지언정 회사가 ‘문제 주주'와도 최소한의 소통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이를 하지 않아 상황을 악화시킨 전례가 바로 2006년의 KT&G다. 당시에는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었고 미숙했다. 칼 아이칸은 회사가 자신을 철저히 무시하자 적대적 M&A세력으로 돌변했다. 현대차는 이번 주총을 잘 넘기더라도 지배구조 재편이라는 큰 숙제를 또 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라 해도 노골적으로 단기적인 수익만 추구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자신은 단기적 투자수익에 치중한다 해도 자신이 내세우는 요구는 회사의 장기적 가치에 기여한다고 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 현대차는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 공격자 엘리엇의 논리를 반박하고 스스로의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주주들과 사회는 바로 이 대목에서 설전이든 표대결이든 진검승부가 벌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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