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26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적정 의견을 받아냈다.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 강등과 채권 상환 압박 우려를 덜게 되면서 그동안 불안에 떨었던 자산가들이 한숨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아시아나항공 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상당수는 고금리를 무기로 대거 리테일 시장에서 팔려나갔었다.

26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운임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ABS 미상환잔액은 1조1277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상 ABS는 색동이제십사차, 색동이제십칠차, 색동이제십팔차, 색동이제십구차, 색동이제이십차, 색동이제이십일차, 색동이제이십이차, 색동이제이십삼차 등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공모채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자 아시아나항공은 기업어음(CP)과 사모채,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ABS 등 시장성 차입을 확대해왔다. 2017년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공모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지난 한 해 아시아나항공은 네 차례에 걸쳐 최고 5.94%금리로 ABS를 찍기도 했다.

이 가운데 ABS는 담보가 있는 매출채권인데다 금리가 높아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특히 리테일 영업을 주로 하는 증권사들을 통해 소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시아나 항공 관련 채권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 결국 개인 투자자들에게 팔려나간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ABS의 경우 높게는 6%에 가까운 금리를 제시한 덕에 고금리를 노린 투자자들이 유입됐었다"며 "대마불사라는 생각에 자산가들의 투자 수요가 이어지자 많은 증권사들이 취급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회사채는 발행이 드물었지만 ABS는 계속 발행과 상환이 반복돼 왔기 때문에 확정금리를 선호하는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많이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ABS 뿐 아니라 일반 사채, 자본조달을 위한 영구채도 리테일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팔렸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일반 회사채 가운데 아직 만기가 오지 않은 물량은 총 2950억원이다. 내달 25일이 만기인 제86회 선순위 무보증 회사채(600억원)부터 제90회까지 5건이 상환되지 않고 남아 있다.

이달에는 두 차례에 걸쳐 1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결정했었는데, 850억원 규모로 진행된 1차 발행 당시 한국투자증권이 15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리테일 창구를 통해 해당 영구채를 판매했고, 이밖에 나머지 100억원 가량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인 것으로 파악됐다.모 헤지펀드 운용사의 경우 1차 발행에 참여하려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일까지 불안에 떨었던 투자자들은 일단 한숨을 돌린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날 결산재무제표 변동에 따라 감사의견이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에서 '적정'으로 정정됐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삼일회계법인은 감사 과정에서 △부채 △마일리지 인식 △유무형자산 평가 등에 대한 충분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정 의견을 냈었다.

증권사 PB는 "고객 문의가 이어지면서 각 지점별로 아시아나항공 채권 판매현황 등을 조사했었다"며 "일단 상황을 더 보긴해야겠지만 적정 의견이 나오면서 고객들의 반응도 어제보다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PB는 "회사 차원에서 비상 대응 매뉴얼 제작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는데 문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수습된 덕분에 고객 동요는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적정 의견을 받았다고 리스크가 와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요한 건 적정 의견이 신용등급 전망 정상화로 이어질지 여부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런 이슈가 한번 생긴 이상 크레딧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될지 미지수"라며 "투자심리 악화로 인해 유동성이 빨리 풀리지 않을 경우 등급 전망이 쉽게 호전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