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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이합집산]'잘 나가는' 고려해운, 통합엔 무관심④한중·동남아항로 경쟁 심화, '합쳐야 한다' 여론 일어…고민 깊어지는 중소선사

임경섭 기자공개 2019-03-28 11:12:09

[편집자주]

장기화되는 해운 불황 속에 해운사 이합집산의 움직임이 다시 감지되고 있다.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글로벌 선사들에 대응한 국내 선사들 사이의 뒤늦은 통합 논의다. 국내 대표선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사태를 겪으며 한국 해운업계는 큰 지각변동을 치렀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운업 경쟁력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깊어지는 불황 속에 해운업종의 뚜렷한 바닥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더벨이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해운업계의 이합집산 현황과 해운사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6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해운연합(KSP)이 출범하면서 인트라아시아 선사들 사이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1국 1원양선사 체제 개편과 함께 근해선사도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아시아 컨테이너선 시장의 출혈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업황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트라아시아 선사들 사이의 통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 뿐만 아니라 고려해운 및 다른 중소 선사들도 통합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해 선사들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 통합 논의는 좀처럼 확장되지 않고 있다.

고려해운

◇'잘 나가는' 고려해운, 통합엔 무관심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이 통합을 진행하는 중 인트라아시아선사들 간의 통합논의에서 시선은 고려해운으로 집중된다. 고려해운은 현대상선에 이어 국적 선사들 중 2위에 해당하는 선복량을 보유하면서, 인트라아시아 선사들 중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때문에 고려해운이 통합에 동참하면 국내 근해 선사들의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에서도 고려해운의 통합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KSP 2단계 구조혁신 합의의 방점을 고려해운의 통합 참여를 통해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해수부의 인트라아시아 선사들의 통합 참여 요구를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정책지원도 통합에 참여하는 선사들 위주로 편성됐다. 해양진흥공사는 통합에 참여하는 선사들에 3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려해운 실적 추이

하지만 고려해운은 통합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고려해운의 선복량은 14만TEU로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을 합한 것보다 많은 운송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몸집이 작은 선사들이 위기를 맞은 반면 고려해운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1985년 이후 지난해까지 3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불황에도 고려해운은 선단을 확대하면서 2017년 매출 1조5127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을 키워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해운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크고 혼자서 잘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금상선·흥아해운과 같이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눈치 때문에 고려해운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통합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해운으로서는 통합에 참여하게 되면 오너십에 변화가 생기는 것도 불만이다. 고려해운은 박정석 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고려해운은 통합에 참여해 지배력을 희석시키는 상황을 감수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가 통합을 적극적으로 주도하지 않는 것도 선사들의 통합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배경이다. 해수부는 민간 선사들의 통합은 자율적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고려해운 관계자도 "(해수부로부터) 공식적인 통합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아주사업부·중소선사 통합 향방은

엄기두 해수부 물류국장은 올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선사들이 동의한다면 현대상선 아주사업부를 떼서 고려해운과 합치거나 안되면 통합법인과 합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려해운·흥아해운·장금상선 외에도 선사들을 둘러싼 통합 논의가 거론되고 있다. 현대상선 아주사업부와 남성해운·천경해운 등 인트라아시아 중소 선사들도 통합 논의의 사각지대는 아니다. 이들 선사들을 포괄하는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근해선사 선복량

원양선사들과 달리 아시아 역내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던 근해 선사들도 최근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한중 노선에서는 황해정기선사협의회의 협약에 따라 정해진 노선에서 정해진 선사들이 운항한다. 하지만 한중항로 개방이 예정되면서 향후 여러 선사들이 한중 노선에 뛰어들면서 운임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더불어 동남아항로에서도 해외 선사들의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KSP를 설립하고 2단계 구조혁신 합의서에 따라 동남아항로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항로와 선박을 철수했다. 대신 이곳에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진입하고 있다.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의 자회사 MCC와 일본 해운 3사의 컨테이너부문을 통합한 ONE 등이 동남아항로에 진출했다. 미중 무역분쟁을 피해 더 많은 선사들의 진입이 예정되면서 국내 선사들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인트라아시아 선사들 간 경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대상선 아주사업부를 고려해운 혹은 흥아해운·장금상선 통합법인과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현대상선은 원양항로에서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아시아 역내 선박 투입을 늘려왔다. 이에 근해 선사들의 불만이 제기되곤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아시아역내에서 운송하는 물량이 전체의 1.5% 수준으로 고려해운에서 욕심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금상선·흥아해운과 향후 통합을 염두에 둔 MOU를 체결했던 만큼 통합법인에 합류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남성해운과 천경해운 등 중소선사들도 통합 논의의 대상이다. 남성해운과 천경해운의 선복량은 2만5775TEU와 1만7105TEU로 흥아해운에 이어 각각 4위와 5위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남성해운은 2017년 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천경해운도 수익성이 높지 않아 향후 업황 악화에 대응이 쉽지 않다.

이들 중소 선사들 역시 오너십의 문제가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려해운 혹은 흥아해운·장금상선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 구조가 거론된다. 통합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선사들이 많지만 몸집이 큰 선사들에 통합될 경우 지배력을 보존할 수 없다. 또 선사간 통합이 추진될 경우 비용 효율화를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하는 부분 역시 중소 선사들의 고민을 깊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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