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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 CCP 인수에 영업권 웃돈 '1600억' [중견 게임사 경영 분석]③단일 게임 리스크 해소에 글로벌 경쟁력 확보 위해 과감한 베팅…인수 대가 2832억 규모

정유현 기자공개 2019-04-01 08:20:45

[편집자주]

게임업계에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형 3사는 지속적인 투자로 산업을 이끌고 있지만 중견 게임업체는 투자 부진에 실적도 뒷걸음치고 있다. 중견 게임회사들은 올해 반격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셉트로 히트업체 반열에 올라서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중견 게임 업체들의 과거와 현주소를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9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검은사막' 플랫폼 확장을 통해 원 히트 원더 리스크를 해소하고 있는 펄어비스가 수천억 원을 들여 CCP게임즈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쟁력'이다. 펄어비스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에서 경쟁력 있는 게임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유력한 게임 IP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펄어비스는 CCP게임즈 인수 협상에서 영업권만으로 1607억원을 인정해줬다. 순자산가치 및 무형자산에 더해 수천억원의 웃돈을 얹어준 셈이다. 그만큼 CCP게임즈 인수에 공을 들이고 파격적인 계약을 맺었다.

펄어비스는 신규 게임 개발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쌓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과감하게 인수해 시간을 단축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한국 게임이 유독 힘을 못쓰는 북미·유럽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16년간 게임 서비스를 진행한 CCP게임즈의 노하우가 펄어비스에 성공적으로 녹아든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 CCP게임즈 거래 '언아웃' 조항 포함으로 인수대금 +2326억원 예상

CCP게임즈
펄어비스, CCP게임즈 사업 결합 관련 정보 요약 (자료 :펄어비스 감사보고서)

펄어비스가 지난해 9월 공시를 통해 아이슬란드 게임사 CCP게임즈 인수 소식을 알렸다. CCP게임즈의 대표 게임은 '이브온라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명한 IP이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게임으로 시장의 반응은 크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업력이 10년이 채 안된 한국 게임사가 20년이 넘은 유럽의 회사를 수천억원에 인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펄어비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CCP게임즈의 순자산공정가치를 253억2244만원으로 평가했고 영업권을 1607억7195만원으로 책정했다. 추후 성과에 따라 제공하는 조건부 대가 270억2696만원을 포함해 CCP게임즈가 펄어비스에 지분을 넘기는 이전대가를 2832억6533만원을 인식했다. 조건부 대가를 빼면 펄어비스가 처음 발표한 2500억원 대의 인수대금과 비슷한 수치다.

회사는 CCP게임즈 인수를 위해 계약금(보증금)으로 2000만 달러(234억1200만원)를 지급하고 잔금을 치뤘다. 사업 결합과 관련된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펄어비스는 주식 매입 대금으로 2562억3837만원을 지급했다. CCP게임즈의 보유 현금 186억8373만원을 제외하면 순현금 유출액은 2375억5463만원 수준이다. 당시 계약금을 제외하고 2000억원 대 수준의 잔금을 납입하기 위해 보유 현금 활용과 외부 차입 등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펄어비스는 자체 현금과 인수 금융을 적절히 활용했다.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2221억원)과 단기간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 상품(729억원) 등을 포함하면 약 3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체 현금만으로도 인수가 가능했지만 유보자금 없이 보유 현금을 전액 투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회사는 인수 금융을 활용했다.

특히 언아웃 조항이 포함되며 향후 CCP게임즈가 조건에 맞는 실적을 냈을 때 추가적으로 현금이 필요하다. 당시 거래에서 향후 실적에 따라 가치를 따져 2019년과 2020년 각각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을 달성할 경우 펄어비스가 매년 1억달러를 지급한다는 조항이 삽입됐다. 회사 측이 예상하고 있는 추가적인 조건부 대가는 2236억원이지만 지급 조건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현금 흐름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펄어비스는 아이슬란드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법인이 펄어비스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신주 발행을 위해 펄어비스는 금융기관으로부터 1559억원 규모로 차입했고 나머지는 보유 현금을 지급하며 거래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금융리스부채 발생 및 차입금 증가로 부채 비율이 2018년 도 말 기준 75%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67%p 증가한 수치다. 부채 비율 급등에도 재무 건전성은 양호한 편이다. 기업의 지급 능력을 평가하는 유동 비율은 300%대를 유지하고 있다.

◇ 펄어비스 단일 IP 리스크 일부 해소…연내 이브온라인 한국어 버전 지원 등 협업 진행

펄어비스XCCP게임즈
펄어비스XCCP게임즈 미디어토크에 힐마 대표와 정경인 대표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CCP게임즈 인수로 우수한 인력 및 인프라를 확보했고 단일 게임 리스크에 대한 압박을 일부분 해소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양사는 기본적으로 독립적인 스튜디오로 운영되지만 시너지를 내기 위한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브온라인은 16년 동안 누적 가입자 약 4000만명을 보유한 인지도가 높은 게임이다. 또 2016년 11월 부분 무료화 방식으로 전환 이후 글로벌 유저수가 증가하며 현재의 좋은 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다.

펄어비스는 CCP게임즈의 기술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럽 시장을, CCP게임즈는 펄어비스의 노하우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 협업의 첫 시도로 이브온라인의 한국어 버전을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또 양사는 이브 차이나(EVE China)의 재론칭을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펄어비스 자체적으로 신작 준비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1인칭 총게임(FPS) 장르로 개발중인 프로젝트K는 콘솔 플랫폼 출시를 목표로 준비중이며, 프로젝트V는 캐주얼한 RPG 장르로 모바일 플랫폼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CCP게임즈와의 협업을 통해국내 및 아시아 뿐 아니라 서구권에서 흥행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7일 진행된 펄어비스XCCP게임즈 미디어 행사에서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인수 배경에 대해 "글로벌 메이저 게임사가 되는걸 함께 지향했고, 검은사막과 같은 IP를 확보하는데 CCP게임즈가 제격이라 판단해 인수를 하게됐다"며 "CCP가 웨스턴에서 16년간 글로벌 이용자를 모으고 강력한 커뮤니티를 가진 회사인 만큼 다양한 부분에서 이를 활용해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을 서비스하는데 큰 도움을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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