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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자의 진심, 투자자의 시선 [thebell note]

서은내 기자공개 2019-04-01 08:22:55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9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기를 둘로 가르라"는 솔로몬의 재판은 '진짜'와 '가짜'의 구분법을 잘 보여준다. 아기를 포기해서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게 진짜 엄마다. 가짜 엄마는 둘로 나눠갖자고 한다.

솔로몬의 판결처럼 신약개발 업체의 옥석 가리기도 명쾌하면 좋겠다. 그런데 수십년 업계에 몸담은 이들도 개발 약물의 성공 가능성을 논하기 어렵다.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임상1상을 마친 과제도 실패 확률이 80%나 된다.

연구자들에게 개발 중인 물질은 '자식'처럼 소중하다. 시간이 갈수록 키운 정은 더 커진다. 기술수출했다가 도로 반환된 물질도 버리지않고 다른 적응증으로 개발해 신약 허가를 따낸 감동 스토리도 있다. 몇일 전 SK바이오팜이 연구개발 27년만에 FDA의 허가를 얻은 솔리암페톨의 얘기다.

개발 중인 물질을 기술이전 하는 것은 조기 이익 회수로 개발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더 큰 배움을 위해 자식을 일찍 떠나보내는 것과 비슷하다. 바이오벤처들이 기술이전 상대를 구할 때 꼼꼼히 탐색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이 약물을 키울 진정성이 있는지, 능력이 되는지를 최우선으로 본다.

'진짜' 신약 개발자들의 꿈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으려는 환자를 살리는 데 있다. 수익은 그 다음이다. 바이오가 다른 산업과 가장 크게 차이나는 지점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급했다면 개발자들이 10년 20년을 버텨야하는 가능성 낮은 이 일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 사이드에서 바이오를 바라보는 시선은 개발자의 진심과 괴리가 큰 것을 자주 본다. 여기서 과대평가, 거품이 생겨난다. 금방 개발 결과가 눈에 보일 듯 포장하는 '가짜'들의 부추김까지 추가되면 주가는 쉽게 출렁인다.

한 희귀질환치료제 개발 벤처의 임원은 우호주주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개발 치료제의 해당 질환자가 자기 아내이며 치료약이 없어 소외감이 크던 차에 소식을 듣고 투자에 참여했다고 한다. 투자자와 개발자의 진심이 통한 셈이다.

고평가된 업체들 가운데 투자 옥석을 가릴 안목이 필요하다면 '진짜 엄마'의 진심을 살피는 게 좋은 포인트다. 그 진심은 변동성과는 거리가 멀다. 개발도 투자도 크게보면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신약개발이 무수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실패 확률도 크지만 가치가 충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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