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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회사에서 축출된 파파존스 창업자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4-08 08:12:49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1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파존스(Papa John's International)는 도미노피자, 피자헛, 리틀시저스와 함께 미국 4대 피자 체인점이다. 1984년에 슈내터(John Schnatter)가 창업했다. 슈내터의 별명이 ‘파파'였다. 부친이 운영하던 작은 술집의 청소도구 보관용 공간에서 출발했다. 피자 굽기에 필요한 장비를 사기 위해 아끼던 자동차(1971 Camaro Z28)를 1600달러에 팔았다. 옷장을 개조한 판매대에서 술집 손님들에게 피자를 팔기 시작했다. 인기가 좋아 성공했고 1993년에 기업을 공개했다. 2009년에는 1984년에 팔았던 자동차를 25만 달러를 주고 되사왔다. 나스닥 상장기업 파파존스는 현재 44개국에서 점포 5000개가 넘는다. 2018년 매출은 약 1조8000억 원이었다.

창업자 슈내터는 2018년 1월 1일 자로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7년 11월에 NFL의 일부 선수들이 경기 전 애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데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NFL 총재를 공격한 것이 문제 되었다. NFL은 공식 파트너를 파파존스에서 피자헛으로 교체했다. 그래도 슈내터는 2018년 7월까지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했는데 한 회의에서 흑인 비하 발언을 하고 KFC 창업자 커널 샌더스도 비슷하 발언을 했지만 건재했다고 주장한 것이 다시 문제가 되어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축출되었다. 슈내터는 아직 30% 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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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과정에서 슈내터가 회사에 제기했던 소송 한 건이 관심을 끈다. 슈내터는 이사회 의장직에서 축출된 후 법원에 자신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 회사의 여러 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구를 제기했다. 여기에는 회사 이사들 간의 교신이 포함된다.

우리 상법은 이사가 회사업무에 관한 충분한 정보에 기초해서 경영판단을 내리거나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보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상법 제393조 제3항에 의하면 이사는 대표이사로 하여금 다른 이사 또는 피용자의 업무에 관해 이사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사의 정보요구에 대해 대표이사는 기밀임을 이유로 정보제공을 거절할 수 없다.

델라웨어 주 회사법 제220조도 회사의 이사가 이사로서의 지위와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지는 정당한 목적에 의해 회사의 여러 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록에 이메일, SNS에 의한 교신 등이 포함되는지가 쟁점이었고 나아가 그러한 교신이 회사의 통신장비나 이메일, 인터넷 서버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사 개인의 전화기나 개인의 페이스북, 스냅챗 등을 통해 이루어진 경우도 청구 대상이 되는지가 다투어졌다.

델라웨어 주 법원은(Schnatter v. Papa John's, Del Ch. Jan. 15, 2019) 이사가 회사의 기록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열람청구의 목적이 되는 기록이 이사가 제시하는 정당한 목적을 충족시키는데 필요하고 필수적임을 소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법원은 슈내터가 그러한 소명의무를 성공적으로 이행했다고 보았다.

슈내터는 자신 외의 다른 이사들도 회사의 경영실패에 책임이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회사의 기록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지만 회사는 슈내터가 주로 자신에 대한 정보를 담은 기록의 열람을 청구했기 때문에 청구의 목적이 이사로서의 지위와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인 명예회복이 주목적이고 청구 목적이 이사로서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지위와 관련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슈내터가 창업자인 동시에 최대주주로서 34년간 회사의 간판이었음을 지적하면서 개인적인 동기가 반드시 이사로서의 지위에서 나오는 정당한 목적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또, 법원은 문제의 교신이 이사 개인의 전자적 장비를 통해 이루어졌고 그 기록이 이사 개인의 장비에 보관되어 있다고 해도 그것이 회사의 권리, 의무와 관련되는 것이라면 이사는 회사가 필요로 할 때 그러한 기록을 제출해야 될 것임을 충분히 예견해야 하는 것으로 보았다. 로펌 웨일고찰은 하버드대 기업지배구조포럼에 이 판결을 소개하면서 이사들은 앞으로 무슨 네트워크를 통해서든 ‘보내기'를 누르기 전에 이 점을 한 번 더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세계최대의 레스토랑 다든을 접수해서 올리브가든을 되살린 것으로 유명한 행동주의 헤지펀드 스타보드가 2019년 2월에 파파존스에 10% 지분 투자를 하고 이사진과 경영진을 물갈이 하기로 했다. 3월에는 회사와 슈내터가 화해해서 슈내터는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물러나고 오는 4월 30일에 개최될 주주총회에서 상호 합의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슈내터는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최근 파파존스는 NBA 스타 샤킬 오닐이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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