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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퇴진]매각요구에 반발하고 있다…보도자료 재해석양측 이견 선명히 드러나, 매각 외 방법 없다는 메시지에 초강경 전술 구사 관측

고설봉 기자/ 문병선 기자공개 2019-04-02 10:36:58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1일 15: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과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보도자료대로 정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현 사태(아시아나항공 회계 및 유동성 문제)에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는지와 관련한 의구심이다. 평소 박 회장을 잘 아는 재계 인사들은 대부분 "아닐 것"이라고 했다. 책임이 있다고 느끼면 박 회장 본인이 앞장서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일이고 그룹이 와해되는 상황일 지라도 그룹 경영권을 포기할 성격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이 왜 퇴진했는지, 그 진위를 가르는 것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생사 여부를 전망하는데 중요한 문제다. 산업은행과 합의 아래 거취를 스스로 결정했다면 산업은행과 함께 하는 정상화 프로세스는 원활할 것이다. 하지만 불협화음 아래 갈등 관계에서 물러난 것이라면 법정관리 등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할 지 모른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나온 보도자료 등 여러 자료와 금호아시아나그룹 및 산업은행 고위 임원의 말을 종합할 때, 박 회장의 사퇴에 대한 배경과 의미가 달라진다. 시중에 알려진대로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한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기보다, 박 회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및 산업은행 측의 간접적 매각 압박에 반발해 '퇴진'이라는 벼랑 끝 강수를 둔 것으로 파악된다. '갑작스런 퇴진 발표'를 접한 산업은행 측은 처음에 상당히 당혹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박 회장의 갑작스런 '퇴진'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측의 보도자료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행간의 의미를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산업은행 보도자료
<3월28일 산업은행이 배포한 보도자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3월28일 발표한 '박삼구 회장 퇴진 결정' 보도자료에 뒤이어 나온 산업은행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이런 문구가 있다. "이동걸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용퇴하기로 결정한 내용에 대하여 확인하였으며,"라는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 "확인하였으며,"라는 문구는 여러 해석이 가능한 애매모호한 문구다. 박 회장과 이 회장이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박 회장의 퇴진 얘기에 대해 의견 교환을 했었다면 박 회장의 퇴진에 대해 산업은행은 "박 회장의 용퇴 결정을 환영한다"라든지 "긴급 면담 요청에 응하여 정상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박 회장의 용퇴 결정을 전해들었다"라는 문구를 사용하는게 자연스럽다.

"확인하였다"라는 문구는 산업은행이 박 회장의 퇴진 결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유추하게 한다. 하루 전(3월27일) 박 회장과 이 회장이 만날 때까지만해도 박 회장의 퇴진 얘기를 듣지 못했다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의 보도자료를 접한 3월28일 오후에서야 비로서 박 회장의 퇴진 소식을 들었고 뒤늦게 주채권은행으로서 이 결정을 "몰랐다"고 할 수는 없으니 "확인했다"라는 식의 중립적 단어를 급하게 택했다는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보도자료를 봐도 이상한 구석이 한 두 곳이 아니다. 3월28일 보도자료에 나오는 "금번 면담은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2018년 감사보고서 관련 금융시장 혼란 초래에 대한 그룹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 전 이뤄졌다"라는 단락이 대표적이다.

두 회장의 면담과 박 회장의 퇴진이 시간적으로 분리돼 있다. 전후관계를 굳이 확실하게 해야하는지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 전 (금번 면담이) 이뤄졌다"는 것을 굳이 왜 강조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보도자료 다음 문구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가 애매모호하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박삼구 회장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기 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을 설명하기 위해 진행됐다"라는 문장이다. 두 회장의 만남에서는 박 회장의 퇴진 사실이 논의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박 회장의 퇴진은 두 사람의 만남과 밀접하게 연관됐음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보도자료에선 박 회장의 퇴진에 대해 양측간 논의된 적이 없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보도자료
<3월28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배포한 보도자료.>

산업은행의 보도자료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 있다. "산업은행은 현재 진행중인 실사 결과 및 금호측에서 제출할 이행계획을 바탕으로, 금호 측과 긴밀히 협의하여 다각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조속한 시일내 MOU 재체결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서 'MOU 재체결'이라는 단어가 박삼구 회장과 이동걸 회장의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어다. MOU를 양측이 재체결하면 은행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오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기업과 은행이 MOU(재무구조개선약정)를 체결한다는 것은 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준다는 뜻이 아니다. 통상 MOU는 기업이 자구계획이나 대주주 사재출연 등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때 체결한다. 이후 경우에 따라 은행이 기존 대출금의 만기 연장 등을 해준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이런 통상적인 MOU 체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지난 1년간 자구계획을 세워 정상화 노력을 했던 아시아나항공은 팔 수 있는 남은 자산이 별로 없다. 자구계획을 세울만한 토대가 현저히 없어진 상태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MOU를 재체결할 계획'이라는 것은 박 회장의 유동성 공급 요구를 거부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압박하는 차원일 뿐 아시아나항공에 전혀 금융지원을 해주지 않겠다는 말로, 박삼구 회장의 뜻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결방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매각이 아니면 답이 없다는 산은 측의 잠정 결론에 박 회장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양측의 보도자료를 보면 양측의 인식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이 직접 박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라고 요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여러 정황을 볼 때 그렇게 요구한다고 박 회장이 느꼈을 수 있다"며 "매각을 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박 회장이 '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간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회장의 허락없이 매각을 결정 할 수 없다. 산은이 직접 매각을 결정하려면 감자와 출자전환 등으로 대주주 지위를 가져와야 가능하지만 이럴 경우 대부분 시장성 조달을 해 온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대부분 항공기를 리스로 쓰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에 돌입하게 되면 항공기의 원주인이 항공기를 몰취하게 되고 국내에서는 '항공 대란'이 일어나게 된다.

산업은행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양측간 매각 얘기가 오고갔고 박 회장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며 "박 회장이 스스로 매각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산은은 조만간 아시아나항공에 유동성 지원을 하거나 기업개선작업 또는 회생작업에 나서야 하는데 유동성 지원은 박 회장의 전략에 따라가는 결과가 되고 기업개선작업 등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에 직접 타격을 주는 일이어서 (박 회장 퇴진의 후폭풍으로) 딜레마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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