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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아시아나 위기]대한항공 5.7조 벌때, 왜 1.4조밖에 못벌었나①원가관리 실패, 운용리스 부담 가중…재무구조 악화 지속

고설봉 기자공개 2019-04-02 10:37:15

[편집자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마저 퇴진하게 한 아시아나항공 위기의 근본 원인은 '경영실패'다. 실패의 책임을 따지자면 박삼구 회장 뿐 아니라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진, 그리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자유롭지 않다. 책임 추궁은 정상화 이후의 문제다. 지금은 어떻게 아시아나항공을 정상적으로 운영시키고 재무적 위기에서 탈출시키는지가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위기의 근본 원인을 우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위기에 빠지게 된 재무·회계·정무적 원인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1일 1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결국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로 박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불신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또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과거 여러 회계적 의문도 이번 삼일회계법인의 '한정' 감사의견 제출 파장으로 세간에서 일부 사실임이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엔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점은 사드 사태를 제외하고는 항공업계가 호황이었던 지난 10년간 왜 아시아나항공은 줄곧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느냐의 문제다. LCC(저비용항공사) 등장에 따른 경쟁 심화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룹 부실에 따른 2010년부터의 채권단 관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긴 보수적 성장 기조 때문이었을까.

이런 문제의 해답을 구하는 데 가장 설득력있는 방법은 맞수 대한항공과의 실적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대한항공 경영 및 실적 흐름과 비교해보면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를 '경영실패'로 규정할 수 있는지 '외생변수' 탓이라고 할 수 있는지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단순 실적만 비교해보면 지난 9년간 대한항공이 5조74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때 아시아나항공은 1조42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9년간 아시아나항공이 기록한 영업이익보다 4배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이 기간 매출 증가율을 보면 대한항공은 12%, 아시아나항공은 23%다. 매출 증가폭은 대한항공의 2배에 달하면서 영업이익은 4분의 1에 불과했다는 것은 매출 원가와 판매관리비 등 비용 통제에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실적

◇높아진 '매출원가·판관비' 관리 실패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별도 기준 매출 6조2012억원, 영업손실 351억원, 순손실 96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창립 이후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수익은 나지 않았다.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0.57%로 떨어졌다.

이러한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 악화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0년 이후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은 매년 위태한 모습을 보였다. 갈수록 수익 달성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메르스 사태'로 바닥을 찍은 항공산업이 저점을 지나 2015년부터 고공행진 하는 동안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러한 근본 원인은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원가 및 판관비 구조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원가율은 90.26%로 집계됐다. 2010년 75.63%였던 매출원가율은 매년 상승했다. 꾸준히 85%를 상회하며 부담이 가중됐다. 더불어 판관비율도 늘 10%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원가와 판관비율 합계가 100.56%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00원을 버는데 100.56원을 쓴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수익성 지표

같은 기간 경쟁사인 대한항공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달성해 왔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매출 12조6555억원, 영업이익 6674억원, 순손실 107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영업이익률은 5.27%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는 다르게 매출원가율을 80% 초반대로 유지해 왔다. 오히려 2012년까지 일시적으로 상승한 매출원가율을 '메르스 사태'가 터진 2013년 이후부터 획기적으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판관비율도 2010년 이후 매년 10%대를 유지했다. 전체적으로 매출원가율과 판관비율의 합계가 95% 선에서 맞춰졌다.

이러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실적 격차는 현금 창출력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연간 현금창출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에비타(EBITDA)는 아시아나항공 4629억원, 대한항공 2조3518억원이다. 매출 대비 에비타 비율은 아시아나항공은 7.46%였고, 대한항공은 18.58%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현금찰출력이 두배 이상 높았다.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에비타 추이

◇탑승률 더 높지만…'항공기 리스'의 그늘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보다 오히려 탑승률(탑재율)을 더 높게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비행기를 한번 띄우는 데 똑같이 비용을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사람(혹은 짐)을 더 많이 태우는 게 수익성 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부터 줄곧 대한항공보다 높은 탑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그 격차가 2.05% 포인트에 달했다. 100명이 타는 비행기에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보다 2명의 승객을 더 태운다는 얘기다. 여객기보다 수익성이 더 높은 화물기 탑재율도 아시아나항공이 늘 높았다. 지난해 탑재율은 아시아나항공 78.85%, 대한항공 76.22%로 양사의 격차는 2.63% 포인트였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운용리스 현황

상식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원가율이 대한항공보다 더 높게 나오는 점이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고비용 구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규모의 경제'와 '항공기 리스'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유류비는 모든 항공사가 다 똑같이 투입하는 비용"이라며 "편대를 운용리스에 대부분 의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이 매출원가가 훨씬더 높고, 단위비용에서도 대한항공에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대부분 항공기를 운용리스를 통해 도입해왔다. '형제의 난' 이후 높아진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금융리스 도입을 꺼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매년 매출의 10%에 육박하는 비용을 운용리스료로 지출하고 있다. 2010년 6.18%였던 매출 대비 운용리스료 지출은 지난해 9.73%로 높아졌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운용리스를 대거 도입했다고 해서 부채비율을 낮춘 것은 아니다. 2010년 636%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814.85%로 치솟았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에도 실패하고,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해 차선으로 선택한 운용리스에 의해 수익성도 동반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차입금 및 부채비율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형제의 난'의 후유증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한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그룹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다고 할 수 없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실은 조금 더 재무적으로 좋아졌어야 했는데, 그룹의 여러 복잡한 이슈에 얽히며 그걸 못하고 지나왔다. 이후 재무구조가 안정화되지 않으면서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 매각 작업이 완료됐던 2015년 아시아나항공 실적이 최악이었음을 보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작업과 아시아나항공 실적간 연관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며 "그룹 재건 과정에서 구조개선 타이밍을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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