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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림 싸이버로지텍 사장 "우버 뛰어 넘겠다" [thebell interview]컨테이너 IT솔루션 세계 1위 주역…IPO 발판, 종합물류IT로 도약

이경주 기자공개 2019-04-09 08:35:17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5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싸이버로지텍은 대기업 계열 SI(System Integrati, 시스템 통합)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옛 한진해운 계열사로 자체 경쟁력은 크지 않고 내부일감에 의존하는 기업쯤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완벽한 오해였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싸어비로지텍은 해운 IT솔루션 분야 세계 1위 회사로 탈바꿈해 있었다. 독보적 경쟁력으로 매출 95%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재작년 매출 성장률은 50%에 가깝고, 영업이익률은 40%가 넘는다. 이런 기업이 한국에 있었나 싶을 정도다.

변신을 이끈 주역 최장림(사진) 싸이버로지텍 사장을 최근 서울 마포구에 집무실에서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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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창업가 DNA, 싸이버로지텍 세계 1위로 만들다

2000년 설립된 싸이버로지텍은 옛 한진해운 계열사 전산팀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회사다. 전형적인 대기업 SI였다. 한진해운 사업에 필요한 전산관리를 하며 매출 대부분을 벌었다. 덕분에 공정위 일감지원 조사와 관련된 뉴스에 등장하기 일쑤였다.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진 것도 이 때문이다.

변화가 시작된 건 2006년 1월 최장림 사장이 대표로 부임하면서 부터였다. 최 사장은 벤처창업가 출신이었다. 항만 소프트웨어 제작 업체인 토탈소프트뱅크를 설립(1988년)해 코스닥 상장(2002년)까지 시켰다. 토탈소프트뱅크는 항만 소프트웨어 '케이토스'로 세계 2위 점유율을 달성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다. 최 사장은 상장 후 지분을 모두 매각(엑시트)했는데 이 사실을 안 싸이버로지텍은 즉각 최 사장에게 대표자리를 제안했다. 사실 싸이버로지텍은 토탈소프트뱅크의 고객사였다. 일찌감치 최 사장의 실력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싸이버로지텍 대표가 된 최 사장은 SI사업에 만족하지 않았다. 2007년 회사의 정체성을 물류분야 엔터프라이즈(기업용) IT솔루션 기업으로 선언했다. 3년의 개발과 영업 끝에 2010년 처음으로 외부에 IT솔루션 소프트웨어를 팔기 시작했다. 최 사장은 "2010년 전까지 해외 매출이 하나도 없었다"며 "매출의 90~95%가 한진해운이었고, 나머지 5~10%는 정부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고 회상했다.

해외 영업을 점차 늘려가던 싸이버로지텍은 2014년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모회사 한진해운 경영권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에서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이후 한진해운은 법정관리(2016년)에 들어가 파산(2017년)까지 됐다. 싸이버로지텍 입장에선 매출 안전판이 영구적으로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엔터프라이즈 IT솔루션 사업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한진해운 계열사가 만든 솔루션이라서 기피했던 경쟁 선사들이 대거 발주를 시작했다. 최 사장은 "한진해운 자회사 시절엔 글로벌 선사들이 우리 제품을 마음에 들어 하면서도 구매를 꺼렸다"며 "정보유출 걱정도 되고 경쟁사 시스템을 쓴다는 생각에 찝찝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말께 일본 3대 선사 중 하나였던 NYK 발주가 시작이었다. 2017년에는 일본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탄생한 세계 6위 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까지 고객사로 합류했다. ONE는 현 최대고객사다.

덕분에 싸이버로지텍은 한진해운이 파산한 해에 오히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16년 1100억원이던 매출이 2017년 1622억원으로 47.4% 늘고, 영업이익은 252억원에서 709억원으로 18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2.9%에서 43.7%로 20.8%포인트 상승했다. 최 사장은 "한진해운 매출 비중이 2016년 20%로 줄고, 2017년엔 제로가 됐는데 오히려 우리는 성장 했다"며 "2010년과 비교해보면 국내외 매출비중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점유율도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기준 컨테이너 솔루션 글로벌 점유율은 12%(국내 33%)로 국내외 1위, 터미널 솔루션은 글로벌 13%(국내 50%)로 세계 2위, 국내 1위다. 컨테이너와 터미널을 합산하면 싸이버로지텍이 글로벌 1위다.

◇우버 뛰어 넘는 종합물류IT기업 꿈꾸다

최 사장은 싸이버로지텍을 '알짜' 회사로 만든 것에 안주하지 않고 있다. 벤처창업가의 DNA가 또 다시 작용했다. 플랫폼 신사업 투자를 통해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 '우버'를 뛰어넘는 종합물류IT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IPO를 추진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당연히 IPO는 재원 마련을 위해 신주모집 중심으로 진행한다.

최 사장의 구상은 이렇다. 해운 솔루션 경쟁력을 기반으로 육로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다. 물류의 끝에서 끝(엔드투엔드, End to end)까지 모든 과정을 관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다. 이미 지난해 800만달러(약 90억원)을 투자해 최대 육상운송 시장인 미국을 공략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오퍼스나인(브랜드명이자 법인명)을 설립해 사업을 개시했다.

최 사장은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 규모가 200조원인 반면 미국 육상운송 시장은 800조원에 이르는 큰 시장"이라며 "펩시콜라 등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규모를 최대한 감안해도 100조~200조원은 외부소싱이 필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오퍼스나인은 PC나 스마트폰으로 화주와 운송업체를 이어주는 B2B전용 플랫폼이다. 사람이 화주와 운송업체를 대다수 중개하는 미국 운송시스템을 공략했다. 오퍼스나인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화주와 운송업체가 원하는 적정 조건(시간, 가격)을 찾아 제시한다. 사람이 하면 일주일이 걸리는 일을 오퍼스나인은 단 몇 초 만에 가능한다. 더불어 배송과정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중개 수수료는 오히려 오퍼스나인이 더 싸다. 인건비와 부동산(사무실)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오퍼스나인이 정착되면 여기에 기존 강점인 해운 솔루션을 접목시킬 계획이다. 고객은 글로벌 각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화물을 해상 단계서부터 배송요청을 할 수 있다. 사이버로지텍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이 최 사장의 판단이다. 오퍼스나인의 경우 내년 중순께에는 손익분기점(BEP)이 예상될 정도로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IPO로 조달한 자금은 엔드투엔드 전략 강화에 쓸 예정이다. 단기적으론 프레이트(FREIGHT)나인이라는 또 다른 플랫폼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오퍼스나인이 육상 중개라면 프레이트나인은 해상 중개다. 화주가 선복(배의 빈공간)을 실시간으로 예약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3년간의 준비를 걸친 서비스다. 중장기적으론 엔드투엔드에 필요한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최 사장은 "공장에서 제품이 나와 고객 문 앞까지 가는데 필요한 업종이 20여 가지는 된다"며 "싸이버로지텍은 해운 솔루션 경쟁력을 기반으로 20여 업종에 필요한 것 서비스를 일괄 구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전적인 과제지만 그간의 성과를 보면 불가능하지도 않다. 그는 "싸이버로지텍은 솔루션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목표가 국내가 아닌 글로벌"이라며 "한국기업 최초로 우버를 뛰어넘는 글로벌 물류플랫폼 기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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