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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보호와 내 마음대로 상속하기 [WM라운지]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공개 2019-04-08 08:14:13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5일 10: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런칭한 초기에 신탁상담을 요청하고 계약까지 하신 분들은 상속고민을 꼭 해결해야하는 상황인 경우가 많았다. 가족관계가 복잡하거나 상속 문제로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자신에게 꼭 맞는 방법을 찾지 못한 경우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담을 요청하는 원인은 더 다양해졌다. 1차 상속분쟁 뒤 2차 상속을 미리 대비하겠다는 상담도 늘었고. 2016년과 2017년을 지나면서는 치매나 1인 가구 고령층의 상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신탁을 통한 확실한 상속집행도 의미가 있지만, 노년에 삶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한 재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상담사례가 쌓이다 보니 대면상담 요청자가 누구냐에 따라 가정의 갈등 형태가 다를 것이라는 것을 대개는 예상할 수 있게 됐다. 자녀가 상담요청을 하면 부모재산을 가지고 자녀들끼리 이미 마음속 갈등이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어느 한 자녀는 부모재산을 미리 사용하고 싶어하고, 다른 자녀는 혼자 사시는 노모의 재산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었다. 부모가 직접 연락을 주거나 제3자의 대리인이 문의할 경우는 대부분 자신의 노후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사후 상속은 자녀들 뿐 아니라 기부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자녀가 없거나 있더라도 오랫동안 관계가 단절된 경우라면 사후 상속방법 결정에 대한 의지는 더 강해진다. 근래에는 좀 더 자유로운 상속계획을 가진 분들도 만나게 된다. 자녀들에게는 이미 충분한 지원을 해 주었고, 나이든 자녀들을 위한 상속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분들이다. 물론 그 자녀들의 손자들을 위한 지원계획은 있지만 대부분은 남은 재산이 사회적으로 가치있게 쓰이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경우이다. 나와 가정을 넘어서 우리사회 공동의 선을 위한 관심도 늘고 있다.

◇자녀들은 해외거주, 한국에 있는 재산은 내가 원하는 대로

70대의 김영숙 씨는 두 딸 모두 해외에서 생활 중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각자의 전공을 찾아 미국과 프랑스에서 공부를 했다. 지금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해서 잘 살고 있고 직장도 다니고 있다. 자녀들에게는 공부할 때부터 결혼하고 집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 자녀들은 한국에 가끔 들어오지만 아무래도 한국에 들어와 정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직장도 그렇고 자신들의 자녀들도 있으니 말이다. 김영숙 씨는 지금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친구 같은 여동생과 이젠 마음을 의지하며 노후를 보내고 있다. 재산으로는 자신 명의의 아파트와 남편으로 상속받은 부동산을 매각한 현금이 있다.

재산에 대해선 해외에 있는 딸들에겐 더 이상 상속할 생각은 없다. 자신의 노후생활과 자신처럼 혼자 된 여동생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김영숙 씨와 상담이 진행됐다.

가장 기본적으로 자신이 바라는 삶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멋진 노후를 위해 필요한 재산관리 방법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건강상황, 여가생활 등을 감안한 월 생활비 및 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할 의료비 대비 방안도 협의했다. 단순히 사후 누구에게 주겠다는 의사표시만으로는 노후생활 설계를 할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줘 아름다운 노후를 보낼 방법으로 신탁을 선택했다.

금전과 아파트를 수탁자인 금융기관에 맡기는 신탁계약을 하였고 건강이 악화되거나 설사 치매가 오더라도 자신이 정해 놓은 방법으로 자신을 위해 돈이 사용되도록 정해 놓았다. 또 하나는 치매상태가 올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계약으로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임의후견제도이다. 동생과 후견인으로 정하는 계약을 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을 경우 여동생이 자신의 법률대리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후견계약은 공증을 하고 등기절차가 필요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신상에 관한 업무를 맡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 치매가 올 경우, 가정법원에 후견감독인을 선임하는 절차가 마무리 되면 여동생은 후견인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후견계약과는 별도로 재산에 대한 관리방법을 신탁에서 정해 놓을 수도 있다. 그 결과 후견인도 신탁에서 정한 방법대로만 재산을 사용하게 돼 안전한 노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자신의 사후, 남는 재산에 대해서는 함께 살며 후견인 역할을 할 여동생에게 주도록 신탁에서 정해 놓았다. 유언장과 동일한 유언대용신탁의 특징을 활용한 것이다. 자신의 상속인은 해외에 있는 자녀들이지만 본인은 사후 수익자로 상속인이 아닌 제3자를 지정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산이 쓰일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상속설계는 자녀들의 유류분 분쟁가능성에 대한 사전 검토와 상속세 납부 방법 등에 대한 협의도 거친 결과였다.

그리고 얼마 후 김영숙 씨의 여동생 역시 동일한 형태의 임의후견계약과 신탁계약을 진행하였다. 김영숙 씨와 여동생은 서로 노년의 동반자가 된 것이다.

◇양자와 오랜 전 관계가 단절된 박순자 씨, 자신의 재산은 교회와 병원 기부

몇 해 전 남편과 사별 후 홀로 지내는 박순자 씨. "노후에 사용하고 남는 재산은 모두 교회에 기부하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좋겠느냐" 며 상담요청이 왔다. 박 씨를 만나 우선 가족관계를 파악했다. 입양된 딸이 있었다. 문제는 입양된 딸과는 10년 전부터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사소한 다툼으로 사이가 벌어졌고 딸도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젊은 시절부터 다니던 교회에 크고 작은 기부를 했고 상담 때도 같은 교회의 성도와 함께 했다.

문제는 연락이 끊긴 딸의 사후 유류분 청구 가능성이었다. 유류분만을 생각하면 제3자 즉 교회로의 증여가 이루어져야 법적 가능성은 줄게 된다. 제3자에게 생전 증여가 사망하기 1년 이전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유류분 대상에서는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류분 만을 생각해 자신의 노후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노후를 위한 충분한 자금을 제외하고는 교회 외에도 병원으로 기부도 권유했다. 병원 기부는 치료비 예우 조건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문제는 딸에 대한 마음의 부담이었다. 본인이 진정 딸을 상속에서 배제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자신이 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하시고 딸에게 약 60%의 재산을 남기는 것으로 했다. 20%는 병원에 사전 기부하고 교회에는 20%를 사후 기부하는 것으로 설계했다.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 서울대 금융법무과정(신탁법)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금융투자 전공10기) 졸업
[저서]'신탁 상속'(재산 분쟁 없는 희망 상속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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