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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편대' EPC경쟁력TF, 대체재 역할은 미흡 [삼성 미전실 해체 2년]④건설사업만 관여…구심점 없어 한계 지적도

김장환 기자공개 2019-04-11 08:15:39

[편집자주]

삼성그룹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 2년이 지났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 이름을 바꿔가며 60여년 동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전실의 해체는 삼성의 안팎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전실 해체 후 삼성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한계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0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후 그룹 각사에 소규모 TF를 만들어 업무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삼성생명 내에 금융경쟁력강화TF를 마지막으로 구성하며 사업지원TF(삼성전자), EPC경쟁력강화TF(삼성물산)로 이뤄진 미전실 대체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이들 3대 TF는 과거 미전실이 맡았던 핵심 업무를 관장하며 옛 미전실 소속 인력도 대거 흡수했다.

다만 EPC경쟁력강화TF는 미전실 핵심 업무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에서 탄생한 조직으로 보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EPC는 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 첫 글자를 딴 말이다.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따낸 건설사가 설계와 조달, 시공을 모두 전담하는 수주 사업을 말한다. 일괄수주(턴키·Turn-key) 공사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미전실 조직도

EPC경쟁력강화TF는 말 그대로 해당 사업부문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이다. 삼성 내에서 EPC사업을 벌이는 곳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 3개사다. EPC경쟁력강화TF는 이들 계열사의 시공사업 입찰 등 재가권과 내부 감사 권한은 가지고 있지만 과거 미전실처럼 인사권 등 힘을 가진 곳은 아니다. 아울러 삼성물산 내에 존재하는 조직임에도 상사부문 사업은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입찰 등과 관련해서 사업부가 안건을 올리면 EPC경쟁력강화TF가 사업안을 검토해보고 재가하면 이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업 부서와 EPC, RM(리스크매니저)팀이 협업해 사업을 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EPC경쟁력강화TF는 감사 권한도 가지고 있어 삼성 건설사업부문에서 상당한 힘을 가진 조직"이라고 언급했다.

옛 미전실에는 해당 업무만 전담하는 조직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다. 전략팀에서 다른 계열사와 함께 건설 사업부문까지 컨트롤했다. 다만 전략팀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등과 관련된 삼성그룹 지분 정리 등 지배구조 문제에 보다 집중했던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EPC경쟁력강화TF가 이끌고 있는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경우 이 부회장 승계구도 완성을 위해 과거 합병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과거 미전실 전략팀에서 이 과정을 직접 이끌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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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C경쟁력강화TF는 인적 구성도 단출하다. 김명수 사장이 수장을 맡고 있고 이하 소속 임원은 3명뿐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임원이 14명에 달한다는 점에 비해 소규모다. 김 사장은 지난해 연말 정기 인사를 거쳐 EPC경쟁력강화TF장 자리에 올랐다. 1984년생 부산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경영지원팀장, 미래전략실 전략2팀장,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지원총괄 등을 거쳤다. 이외 ETC경쟁력강화TF 임원은 강병일 전무와 최영재·정지창 상무뿐이다. 강 전무도 전략팀 담당임원을 거친 인사이고 나머지 임원은 삼성중공업 출신이다.

임원 포함, 직원수는 30~40명 안팎이다. 다른 관계자는 "30명 넘는 임직원이 EPC경쟁력강화TF에서 근무하고 있고, 8시에 출근해 10시에 퇴근할 정도로 업무 강도도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는 조직"이라며 "옛 미전실을 대체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이곳 근무 경력이 임원까지 올라서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직이란 게 내부 관계자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EPC경쟁력강화TF는 과거 미전실처럼 최고위 임원의 지배력 하에서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조직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도 들린다. 특히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경우 미래전략실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미전실 대체로 세워진 EPC경쟁력강화TF는 다양한 측면에서 이 사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울러 미전실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에 만들어진 조직이라고는 하나 과거 미전실처럼 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기도 힘들다. 그룹사 차원에서의 결정을 일관되게 내려줄 수 있는 기구가 삼성 내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EPC경쟁력강화TF의 설립 이면에는 결국 미전실 역할의 대체보다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 어려움을 겪고 있던 건설부문 사업체의 정상화를 위한 목적이 보다 크게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PC경쟁력강화TF 구성 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수익과 재무 측면에서 달라진 양상을 실제 보여주고 있다. 다만 EPC경쟁력강화TF 관리 계열사 중 한 곳인 삼성중공업은 경영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에도 4000억원 넘는 영업적자와 3800억원대 순손실을 냈다. EPC경쟁력강화TF가 현재 갖고 있는 가장 큰 과제도 삼성중공업의 정상화가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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