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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산은, 아시아나 매각 고집한 배경은 [아시아나항공 M&A] 박삼구 전 회장 등 경영진 불신…정치적 이슈 우려도 고려된 듯

안경주 기자공개 2019-04-16 11:41:57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5일 14:0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절차를 밟는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등이 박삼구 전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강한 불신을 보이면서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 등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장의 분위기를 유도하면서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고집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산업은행은 15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금호그룹의 수정 자구안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은 이날 오전 박 전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수정 자구안 검토를 위해 채권단 회의를 개최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당초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지난 10일 제출한 자구안을 보면 박 전 회장의 퇴진,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에 담보 설정,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 등을 조건으로 자금지원을 요구했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등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며 자구안을 거부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등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사실상 고집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 회장 등은 자구안을 내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박 회장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1일 자구안과 관련해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데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박 회장 아들이 경영하겠다는데 뭐가 다른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3년 안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후에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등이 박 전 회장 등을 불신하는 이유는 금호타이어 때문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2017년 9월 금호타이어 회생을 위한 자구안을 박 전 회장 측에 요구하고, 수차례 반려했다. 이후 결국 박 전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했다.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박탈했던 것처럼 부실화된 기업을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는 인식이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내부에서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그룹 재건'을 명분으로 퇴진 발표를 번복하고 경영에 복귀하는 등의 과정에서 쌓인 불신도 한 몫했다. 더 이상 내놓을 자구안이 없는 줄 알면서도 사재출연과 유상증자 등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고, 이를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전 회장 측이 더 이상 내놓을 자구안이 없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추가 자구안을 요구한 것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뿐 아니라 박 전 회장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향후 정치적 배려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 몫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이나 그 이후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유일한 '호남' 기업인 금호그룹이 정치적인 이슈로 떠오를 수 있어서다. 당초 1차 자구안에서 박 전 회장의 '3년 MOU 요청'에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실제로 박 전 회장은 2009년 그룹 경영권을 산업은행에 넘기고 퇴진했다가 다시 복귀했다. 금호그룹 재건과 전문경영인에게 기업을 맡긴다는 표면적 이유가 있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호남지역'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 컸다는 관측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금호그룹 경영에 복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호남'"이라며 "사실상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기업구조조정 원칙론을 지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부실 기업에 대해 사재출연 등 대주주의 고통분담 내지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지원도 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자구안에 대해 퇴짜를 놓으면서 유상증자를 거론했던 건 궁극적으로 매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라며 "그동안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기업구조조정 원칙을 양보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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