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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실탄은 '충분'…항공업 진출은 '글쎄' [아시아나항공 M&A]非유관 사업 인수 전례 없어…"면세·물류 시너지 크지 않아"

박상희 기자공개 2019-04-18 11:31:48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6일 11: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적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매물로 본격 등장한 가운데 재계 5위 롯데그룹도 인수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데다 그간 M&A 성공 신화를 써온 이력이 있다. 유통과 화학에서 항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항공은 그간 롯데그룹이 경험해 보지 않은 영역이라는 점에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롯데그룹은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관련성이 없는 분야에는 뛰어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보수적인 롯데그룹에서 부채 부담이 큰 아시아나항공을 매력적으로 여길지도 의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6일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화학 이외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회…실탄도 충분

롯데그룹은 유통, 레져, 음식료 등의 업종에서 견실한 사업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유통, 서비스, 식품, 건설, 석유화학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핵심은 유통과 화학으로 집약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롯데그룹은 107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총액 116조원의 재계 5위 대기업집단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쇼핑의 자산규모가 26조원, 롯데케미칼이 20조원이다. 두 회사의 자산규모(46조원)가 그룹 전체 규모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롯데는 국내 굴지의 유통그룹으로 알려져 있지만 화학 등 제조업에 대한 애정도 상당하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초기부터 중화학공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다져왔고, 신동빈 회장 또한 경영수업을 롯데케미칼에서 처음 시작했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 등기이사로도 등재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유통과 화학 이외에 항공이라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축하게 된다. 국적 항공사가 단 2곳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수하게 되면 독과점 프리미엄 지위를 누릴 수 있다. 유통에 기반한 내수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는데도 효과적이다.

실탄도 두둑하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만 1조3300억원에 달한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현금도 7000억원을 웃돈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에어서울, 에어부산을 포함한 3개 항공사 인수 대금으로 예상되는 1조원대 자금 마련에는 큰 문제가 없다. 재무건정성이 우수해 은행권 차입 등 레버지리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아시아나항공, 불안한 재무건전성...보수적인 롯데, 매력도 낮다 판단

관건은 그룹의 의지다. 조 단위 M&A인 만큼 오너의 결단이 중요하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M&A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롯데그룹이 인수전에 참가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로선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우선 항공업 진출에 대한 우려다. 항공은 롯데그룹이 그간 영위해보지 않은 생소한 분야다. 국적 항공사가 단 2곳에 그치기 때문에 인수하게 되면 그에 따른 프리미엄은 있겠지만, 경험이 전무한 분야를 인수해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롯데는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깊은 기업만 인수한다는 M&A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이뤄진 조 단위 M&A가 대부분 그랬다. △2012년 롯데쇼핑, 하이마트 인수 (1조 2480억원) △2015년 호텔롯데, 케이티렌탈(1조200억원) △2016년 롯데케미칼, 삼성 SDI 케미칼사업부문 및 삼성정밀화학 인수(3조원) 등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만 롯데는 과거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전례가 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일각에선 항공업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롯데 측은 항공업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항공업보다는 당시 금호산업이 보유한 터미널 부지의 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간 친분이 있다"면서 "금호산업 인수 건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백기사 차원의 지원을 검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효과도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장에선 물류와 면세업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조 단위 자금을 투자한 것과 비례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수 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항공업을 인수하면 면세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물류업 역시 롯데가 생각하는 방향과 항공업 인수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 재무건전성이 부실하다는 점이 아킬레스 건이다. 보수적인 롯데그룹에서 인수 이후에도 부채 상환 및 항공기 리스료 등으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매력적인 매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과 한화그룹의 인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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