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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받는 박삼구…대주주 책임 안지우나 [아시아나항공 M&A]"아시아나항공 어려움은 지배구조 문제", 힘 받는 책임론

임경섭 기자공개 2019-04-17 10:24:00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6일 1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압박에 매각을 결정했다.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위기에 빠뜨린 경영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은 무리한 차입 경영으로 그룹 재건을 시도 하면서 계열사들을 나란히 위기에 빠뜨렸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 구조는 박 전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영실패의 책임을 물어야할 박 전 회장에게 출구를 열어줬다는 이야기다.

◇박삼구 전 회장과 금호그룹…뿌리 깊은 불신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운용리스항공기 정비충당부채 등을 놓고 삼일회계법인과 기싸움을 이어가면서 감사의견 '한정' 사태를 촉발했다. 나흘만에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의 종속기업 분류, 마일리지 이연수익 운용리스항공기 정비충당부채 등의 수정사항을 반영하고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BBB-에서 하향 조정 검토에 오르는 등 시장의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

시장 신뢰를 잃은 금호아시아나의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단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지난해 맺었던 재무개선 MOU를 연장하기 위해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박 전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은 200억원 가량의 금호고속 지분으로 국한됐고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아시아나항공에 50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구했고 산업은행은 계획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채권단의 박 전 회장과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불신을 보여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아시아나항공 어려움의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며 "상황이 악화된 책임을 확실히 지고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자구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의 첫 회생계획안이 제출된 이후에도 "박 전 회장이 물러나면 그 아드님(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경영하는데 뭐가 달라지는 건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에서 박 전 회장 일가는 손을 떼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금호아시아나와 산업은행의 줄다리기에서 핵심은 아시아나항공을 박 전 회장과 그룹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의미했다. 박 전 회장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던 과거의 행보들을 돌이켜 볼때,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매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다는 회생계획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했고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위기의 원인…금호그룹 지배구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불신의 기반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양대 국적 항공사로 양호한 현금창출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 7조1834억원, 영업이익 282억원을 기록했다. 항공업계 특성상 시황에 따라 변동이 크지만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차입금 추이

박 전 회장의 과도한 차입 경영은 현금창출력이 양호한 아시아나항공을 수난에 빠뜨렸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2008년 재계 순위 7위로 급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에 각각 2500억원과 1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2007년 2조3672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2008년 4조195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2009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금호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이후 2014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이 자율협약을 졸업하면서 한숨 돌리는 듯 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이 금호아시아나 재건에 나서면서 아시아나항공은 다시금 위기에 빠졌다. 2014년 박 전 회장이 복귀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차입금을 대폭 늘렸다. 금호아시아나는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였던 금호터미널을 통해 금호고속을 415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7228억원을 완납하면서 금호산업도 금호아시아나로 다시 가져왔다. 같은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991.2%에 달했고 차입금도 5조원을 넘어섰다.

아시아나항공 기부금 내역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움을 겪는 배경에 금호아시아나의 지배구조가 있다는 것은 그룹의 공익재단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익재단으로 죽호학원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가지고 있다. 이들 재단의 수입은 대부분 계열사들의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죽호학원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매년 평균 41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몫까지 더하면 평균 74억원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도 꾸준히 많은 기부금을 출연했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는 2014년까지 자율협약 상태에 놓여있었지만 꾸준히 많은 금액을 기부해왔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은 박 전 회장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재단은 케이아이, 케이에이, 케이에프 등 아시아나항공에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박 회장 일가의 지분이 0%인 이들 업체는 금호고속 총 지분은 3.57%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박 회장 일가의 부족한 지분율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프리미엄 받고 매각…경영 책임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겪은 어려움에는 금호아시아나 재건에 대한 박 전 회장의 욕심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구조는 박 전 회장에게 오히려 유리한 구조로 형성됐다는 이야기가 돈다.

금호아시아나가 산업은행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최대주주이자 매각 당사자인 금호산업이 주간사를 선정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과정을 진행한다. 금호아시아나에 유리한 방향으로 인수자를 선정할 수 있는 조건이다. 박 전 회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는 등 좋은 조건에 매각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졌다.

아시아나항공을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자회사들과 분리하지 않고 일괄 매각하는 방안도 금호아시아나에 유리한 구조다.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가치를 극대화해 매각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에어부산 등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자회사를 매각하면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재무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가치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박 전 회장 부자는 지난 10년간 금호아시아나 회생 과정에서 단순 계산으로 3582억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이은 금호산업의 감자가 있었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금호기업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금호산업·금호타이어 지분 매각 대금 등이 포함됐다.

유리하게 짜여진 아시아나항공 매각구조에서 박 회장은 투입했던 금액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973만1813주(33,47%)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16일 종가(8450원)를 기준으로 계산 하면 금호산업이 받을 금액은 약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가는 7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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