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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 매각가격 두고 산업은행 '딜레마' [아시아나항공 M&A] 2015년 모회사 금호산업 7228억원에 넘겨…적정가치 평가 논란 우려

안경주 기자공개 2019-04-18 11:02:32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7일 13: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되면서 적정 몸값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가격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한다.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인수 뿐 아니라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인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결과다.

KDB산업은행은 이같은 관측에 마냥 즐겁지 않다. 단순하게 인수 후보의 부담이 커져 매각이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단순하지는 않아 보인다. 2015년 금호산업 매각 당시 산정한 아시아나항공의 적정가치가 적절했는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매각가격이 높으면 산업은행은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반대로 구주 매각가격이 낮으면 아시아나항공의 신주가격에 영향을 끼쳐 유상증자 규모를 낮출 수 있다. 현금 유입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꾀하는 아시아나항공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산업은행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 매각가격이 높아도, 반대로 낮아도 안되는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4월말~5월초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개선 양해각서(MOU)가 최종 확정되면 매각주관사 선정 등 작업을 거쳐 곧바로 매각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업계에선 이르면 10월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며, 연말까지 M&A(인수·합병) 작업이 완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16일 기자들과 만나 "매각과정은 법률적 절차를 고려하면 앞으로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선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매각과 신주인수를 고려하면 많게는 2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산업 구주매각 금액이 1조원이고, 신주인수를 통한 신규자금 유입은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에 따른 가치는 약 50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자회사들의 가치 등을 고려하면 구주 매각 가격은 1조 원이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주 매각가격이 커지면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주가 변동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을 금호그룹과 단절시키기 위해서라도 구주를 인수 후보에게 넘겨야 한다. 그러나 구주 가치가 높아지면 인수 후보의 자금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써야 할 돈이 줄어들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 추이
▲아시아나항공 주가 추이

눈길을 끄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적정가치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점이다. 앞서 2015년 산업은행이 박 전 회장에게 금호산업 지분 매각한 것을 근거로 대략적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 지분(50%+1주)을 7228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금호산업은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5868만8063주)를 보유한 최대주주.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아시아나IDT·금호리조트 등 주요 계열사를 쥐고 있다. 당시 금호산업은 시공 순위 15위인 건설업의 매력보다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라는 자회사의 매력이 부각되며 1조원 이상의 몸값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은 예상 가격의 70% 수준에서 금호산업을 인수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적정가치를 얼마로 산정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산업은행과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한 기업가치평가 실사 시점부터 SPA 체결 시점까지의 아시아나항공 주가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당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가격은 3110억원(주당 5300원)에서 3721억원(주당 6340원) 정도로 추정된다. 장부가격은 2985억원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4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주요 계열사에 '에어서울'이 추가된 정도다. 오히려 재무구조 등을 감안하면 2015년의 아시아나항공이 더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상장사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구주 매각금액이 시장의 예상대로 1조원에 육박한다면 2015년 금호산업 매각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2015년 금호산업을 매각할 때도 아시아나항공의 가치를 감안할 때 매각가격이 낮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2015년은 아시아나항공이 자율협약을 졸업하고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는 점에서 (구주 매각가격이 높으면) 헐값 매각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구주매각 가격이 낮아진다고 해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상장사 증자는 주가에 연동되기 때문에 인수 후보가 같은 주식 수를 확보하더라도 적은 금액을 집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안팎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현 차입금은 3조7000억원 가량으로, 약 3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이다. 문제는 인수 후보가 구주 인수와 함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50%+1)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신주를 인수한다고 감안하면, 유상증자 참여 규모가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유상증자를 통한 현금 유입이 많아야 한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적정가치를 어떻게 산정하는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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