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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조선사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thebell note]

구태우 기자공개 2019-04-19 07:49:28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8일 08:2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회석은 국내에서 매장량이 가장 많은 비금속 광물 중 하나다. 금속광물은 99% 이상 수입에 의존하는데, 석회석은 수요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해결한다.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고 가격도 안정적이다. 석회석을 원재료로 쓰는 시멘트 업체는 운이 좋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 제조업은 국내에서 생산만 할 뿐 원산지는 '메이드 인 글로벌'이다.

최근 국내 철강사는 원재료값 인상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1월 브라질에서 광산댐이 붕괴했다. 브라질 정부는 이 사고로 10개의 상류형 댐을 모두 해체했다. 이 조치로 올해 철광석 연간 생산량은 17%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철광석의 90%가 자원부국인 브라질과 호주에서 생산된다. 이번 사고로 철광석 수출길이 일부 막힌 셈이다.

댐 사고는 철광석값으로 즉각 불똥이 튀었다. 올해 2분기부터 철광석값에 반영될 예정이었는데, 가격은 2월부터 요동쳤다. 일부 고객사는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협상을 마치자고 요구했다. 지난 12일 기준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국내 철광석 수입 가격(달러/톤)은 95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초 70달러 초반을 유지했는데 2달 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2015년 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간재 회사는 원재료값이 적당히 올라야 이익이다. 원재료값이 지나치게 오르면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철강제품 가격은 철강사와 고객사의 협상으로 결정된다. 철강제품의 최종 거래가격은 극비에 부쳐질 정도로 민감한 현안이다.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철스크랩 등 인상으로 피해를 입었다. 매출은 5.9% 올랐는데, 영업이익은 89.6% 떨어졌다. 원재료값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올해 세아베스틸의 실적은 고객사와 협상력에 달렸다. 철강사가 철광석값 등락을 노심초사 바라보는 이유다.

조선사의 셈법은 이보다 복잡하다. 조선사는 선가 하락으로 벌써 몇 년 째 손해를 보면서 배를 건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102%에 달했다. 선가가 천천히 오르는데, 철광석값은 요동친다. 조선사의 원자재 중 후판의 비중은 30% 이상이다. '보릿고개'에 후판이라도 싸게 사야 조금이라도 수익을 낼텐데 말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다. 해외를 호령하는 국내산 반도체, 타이어 등은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해 판매한 것이다. 국내산 원재료를 100% 사용한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출 효자업종인 전자업종도 원자재값 인상에 시름한다. 자원빈국의 업보인 셈이다. 원자재 시장의 날개짓 한 번이 우리나라 중간재·최종재 업체에 태풍처럼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원재료값 변동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 고육지책으로 경영 효율화만 강조할 뿐이다. 정부도 외교 채널 등을 활용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국내 철강·조선사에게 봄은 아직 멀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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