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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0년간 310조 필요…외부조달 나서나 잇단 투자 발표로 자체자금 충당 '한계'…2004년 이후 첫 회사채 가능성도

김장환 기자공개 2019-04-26 11:40:00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6일 07: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중·장기 투자비를 대거 늘리기로 하면서 해당 재원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 관심을 끈다. 재무건전성과 유동성이 '초우량' 회사인 만큼 투자비 확보 우려는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집행해야 할 자금 규모가 수백조원대란 점에서 보면 부담이 있다.

향후 3년간 지출해야 할 투자비는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EBITDA)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여기에 해마다 투입이 불가피한 설비투자·유지비 등 고정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삼성전자 핵심 사업인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관련 투자비 중 상당 규모를 외부에서 조달해야 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만약 국내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2004년 회사채를 모두 상환한 이후 처음의 일이 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총 133조원대 자금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순수하게 국내 투자비만을 책정해 알린 금액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과 생산기술 및 전문인력 확보 등에 이를 사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투자 계획을 전했다.

시스템반도체 투자는 장기 분할 집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초기 투자비가 비교적 클 수 있지만 전체 투자비를 향후 11년간 일정 수준에 맞춰 분할 투입하기로 했다. 인수·합병(M&A) 등을 고려해 책정한 투자비가 아니기 때문에 단번에 대거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은 낮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당장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13조원대 자금을 해마다 투입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앞서 지난해 8월 발표한 180조원대 투자 계획과는 별도 집행안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5G,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5대 사업 육성에 해당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알렸다. 정부의 경제활성화 바람에 따라 내놓은 투자안으로 과거 그 어떤 시점에 내놨던 투자 계획보다 큰 규모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1년까지 이를 집행하기로 했다.

새롭게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투자비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오는 2021년까지 3년 동안 219조원대 투자비를 써야 한다. 이 기간 5대 신사업 투자비로 60조원, 또 시스템반도체 투자비로 13조원 등 총 73조원대 자금을 매년 투입해야 한다. 바이오를 제외하면 모두 삼성전자가 직접 짊어져야 할 투자비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기록한 EBITDA를 볼 때 해마다 필요한 73조원대 자금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2018년 EBITDA는 58조3948억원으로 전년 46조4428억원 대비 12조원 가깝게 늘었다. 2016년과 2015년 EBITDA는 각각 24조7394억원, 24조4885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17~2018년 반도체 호황기가 이어진 덕분에 이 기간 EBITDA도 크게 늘었다.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업황이 지속된다면 투자비 집행 부담이 적겠지만, 최근 반도체 업황 부진 탓에 삼성전자 실적은 크게 꺾였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6조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0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건 2017년 1월 이후 처음이다. D램 반도체 가격 하락과 아마존 납품 제품 불량 문제, 애플 납품량 급감에 따른 디스플레이 적자 등이 겹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부터 실적이 정상화될 것이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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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 자금에 비춰봐도 삼성전자가 향후 3년 동안 써야 할 투자비는 부담이 큰 액수다. 지난해 별도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33조9490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용이 제한적인 금액은 97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전액 가용 가능한 자금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기업 투자 활동과 매입대금, 대여금과 수취채권 등 기본적인 운용자산을 고려하면 이를 전량 투자비로 활용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를 보면 삼성전자는 향후 3년 동안 계획한 투자비 상당수를 외부에서 조달해야 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해마다 투입하고 있는 자본지출 투자 등까지 감안하면 외부 조달 비중을 보다 크게 늘려야 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난해 별도기준 삼성전자 투자활동현금흐름은 31조6786억원, 재무활동현금흐름은 12조8185억원 가량이다. 기본적인 운용자금을 그만큼 들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 선언한 대규모 투자비를 마련해야 한다.

외부에서 투자비 상당수를 끌어온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이 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장 기본적인 재무지표인 부채비율만 봐도 지난해 말 별도기준 26.6%에 불과하다. 다만 외부 조달 비중을 단계적으로 크게 늘릴 경우 '무차입 기조'가 깨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총차입금은 10조4028억원으로 마이너스(-) 26조3190억원대 순차입금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외부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은 1997년과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외환위기에 대비해 1997년 10월 2일 4억6000만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금리 수준은 7.7%로 당시 시중 금리를 감안하면 낮았다.

삼성전자는 이 중 5년 만기로 잡혀 있던 3억6000만달러는 서둘러 갚았다. 나머지 1억달러 채권은 여전히 쥐고 있다. 10년 거취, 20년 분할 상환으로 조달 구조가 짜여졌기 때문이다. 7.7%대 이율이 붙어 있는 해당 채권의 만기는 오는 2027년 10월 1일까지다. 435억원 가량의 원금이 아직 남아 있다.

국내 채권 시장에선 1998년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회사채를 들고 있던 시기다. 당시 연초 1조2620억원 규모였던 회사채 잔액 규모는 연말 3조7520억원까지 늘었다. 한 해 동안 2조5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회사채 발행 금리는 11%~25%에 달하던 시기였다.

삼성전자는 이듬해부터 회사채를 대규모로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고금리 문제도 있었지만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삼성전자는 1999년 1조6000억원, 2000년 5270억원, 2001년 3320억원을 갚았다. 마지막 남은 1조원 규모의 회사채는 2004년 모두 상환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회사채 잔액 0원을 유지해왔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에 다시 등장한다면 2004년 이후 처음이 된다. 다른 방식의 자금 조달이어도 무차입 기조에 마침표를 찍는 일대 사건이 될 수 있다.

한편 글로벌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신용등급 하락 위험에 직면한 한국기업'이란 제하 보고서를 통해 주요 한국기업들이 향후 1년간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놓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S&P는 올해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이끌고 있는 국내 반도체산업 신용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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