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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 배터리 분쟁]왜 굳이 미국 법원에 제소했나"승소 자신감 표현" vs "관할권 문제 해결과 미국시장 연관성 입증 필요"

박기수 기자공개 2019-05-03 18:20:59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3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터리 영업비밀(Trade Secret) 침해를 놓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의 제소 결정 과정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 법원에 제소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벌어진 '인력 유출을 통한 영업비밀 유출'을 왜 굳이 미국 법원에 제소하기로 결정했을까.

LG화학이 내세운 국외 제소의 이유는 '증거개시절차(Discovery Procedure)'다. 증거개시절차란 소송이 시작되기 전에 서로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증거물이 무엇인지, 어떤 증인들이 있는지 사전에 알아낼 수 있게 돼 있는 절차다. 쉽게 말해 상대방의 패를 소송 절차 전 미리 확인하는 제도다.

합의를 통해 불필요한 소송 작업을 방지하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상대방의 '패'를 미리 확인하고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면 굳이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재판 과정을 밟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절차 때 고의로 증거물을 은폐했을 경우 해당 재판에서 그 증거물이나 증인을 아예 제외해야 한다. '꼼수'를 쓰면 패소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국제통상법을 전공한 한 교수는 "미국법 체계 내에서 존재하는 증거개시절차와 비슷한 취지로 설립된 어떤 체계가 국내에는 없다"라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굳이 들이지 말자는게 증거개시절차의 취지"라고 말했다.

LG화학의 미국 제소 결정을 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한다. 첫 번째는 증거개시절차가 LG화학의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본인들이 보유한 정황과 증거로 SK이노베이션과 소송전에 들어갔을 때 영업비밀 침해를 입증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다수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추측이다. 더불어 증거개시절차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 인멸이나 증거 은닉 등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증거개시절차의 취지와 관련된다. 일각에서는 LG화학 역시 이 다툼에서 오래 시간을 끌 의도가 없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서로 가지고 있는 '패'를 정식 절차 전 사전 공유함으로써 빠른 합의점을 찾는게 LG화학의 목적일 것이라는 관점이다.

분쟁 심화2

SK이노베이션은 4월 30일 반박문을 통해 미국 내 제소에 대해 국익 훼손이 우려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장소인 델라웨어주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법인인 '에스케이 배터리 아메리카(SK Battery America)'의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입장에 공감하는 관계자들은 이 사실에 주목한다.

생산은 물론이고 현지에 나가있는 직원들도 극소수인 법인의 존재만으로 미국 법인에 제소한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 Battery America를 통해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연간 9.8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기로 하고 첫삽을 푸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산업의 대표격인 배터리 산업에서 선두 주자와 후발 주자의 분쟁은 국내에서 벌어져도 해외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이라면서 "인력 유출과 기술 유출이 미국과 어떤 관련이 있어 미국 법원에 제소하는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할권 문제도 있다. 미국법 체계에 따르면 소송이 시작되기 전 해당 법원은 △피고가 미국 법원에서 소송당할 정도로 미국과 관련성이 없을 때 △소송이 제기된 나라 안에서 발생한 사건에 굳이 미국법을 적용할 타당한 이유가 없을 때 관할권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다.

2015년 7월 '땅콩 회항' 사건으로 화제가 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우가 관할권 분쟁의 대표적인 예다. 당시 원고였던 승무원 김 씨는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뉴욕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사건 당사자와 증인이 모두 한국인이고, 수사와 조사가 한국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해 재판도 한국에서 받는 게 타당하다며 소송 각하 요청(motion to dismiss)을 제출했다. 또한 원고 김씨가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법원을 고르는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을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미국 법원은 관할권을 포기했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도 델라웨어 법원 등이 관할권을 포기할 경우 LG화학은 증거개시절차 등 준비된 계획이 틀어지게 된다. 국제통상법을 전공한 한 교수는 "국내 법인들끼리의 분쟁을 해외 법인에서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라면서 "문제가 되는 영업비밀 침해가 미국 내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미국 법원에 제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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