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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바이오에 '100%'는 없다

서은내 기자공개 2019-05-10 07:33:52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9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치료제 개발 준비로 분주한 바이오벤처 대표를 만났다. 자신이 발굴한 신약 물질로 창업하고 최근 넉넉하게 개발 자금 유치도 끝낸 상태였다. 성공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차 있을 것 같았던 그의 속 마음은 달랐다.

"동물실험으로 기술 효과도 입증했고, 오랜 꿈이던 창업을 이뤘지만 두려운 게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개발 치료제의 잠재력을 어필해왔는데 혹여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크다"는 얘기였다.

많은 투자자들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주목하고 있다. 혁신을 거듭한 신 물질, 신 기술이 개발되고 한번 들어서 절대 이해 못할 소개 자료들도 쏟아져나온다. 가능성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뜨겁다.

동시에 연구개발진의 부담감도 커져간다. 파이프라인이 한정적이고 특정 파이프라인에 기대감이 쏠릴수록 성공에 대한 무게감이 커지고 개발 중단은 쉽지 않아보인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일한 바이오신약으로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인보사 사태로 업계가 시끄럽다. 판매 허가를 받아 환자들의 무릎에 주사된 세포치료제의 성분이 당초 얘기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 였다는 게 이슈의 핵심이다. 아직 의문점이 수두룩하고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연구개발진과 의사결정에 관여한 경영자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 사태는 코오롱생명과학이란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제약바이오업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리스크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과제 성공에 대한 목표가 강하면 고의든 아니든 과정에서 실수 확률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연구 진행이 더딜 때 결과에 대한 욕심이 앞서면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연골세포 만으로는 세포 증식이 쉽지 않다보니 신장세포를 실험에 사용했고 시판 약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효능 입증'이란 결과를 세우고 그에 맞춰 꿰어가다보니 오류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인지했다 하더라도 개발을 지속했을 수 있다. '100% 성공'에 대한 중압감과 섣부른 확신이 사태를 키운 셈이다.

"최선을 다해 개발한 신약 물질의 실패를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우리 약물이 100%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할 거라고 자신할 수는 없다"는 벤처 기업인의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연구 자산에 대한 자신감으로서 오히려 가장 설득력 있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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