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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뉴욕지점, 자금세탁방지법 때문에 '비용 급증' [은행 미국지점 분석] 전산교체 관련 판매및관리비 부담…美 당국 규제탓 이자이익 급감

손현지 기자공개 2019-05-15 09:59:00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9일 17: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의 뉴욕지점이 미국에 진출한 국내은행 지점 중 유일하게 적자전환했다. 특히 재작년부터 현지 당국의 자금세탁방지시스템(AML) 검열에 대비해 판매관리비를 급격히 늘린게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AML 관련 담당 인력확대, 전산 시스템 교체 비용 등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작년 말 총 79억5043만원의 손실을 냈다. 주요 시중은행의 미국 내 지점들이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지난 2014년 104억6522만원의 순이익을 낸 이후 줄곧 실적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기간 자산규모도 상당히 축소됐다. 8746억8000만에 달했던 총 자산은 지난해 말 3902억250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순익 부진은 기본적으로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특히 2016년을 기점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2016년 132억4000만원을 기록했던 이자이익이 작년 말 46억5000만원으로 64.9%나 줄었다. 현지 당국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송금업무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비이자이익 역시 지난 2015년 101억1000만원에서 2016년 56억4196만원으로 반토막났다. 지난해 말에는 29억4470만원까지 내려앉았다. 해당기간 수수료 이익이 82.6%나 감소한 영향이다.

기업은행 뉴욕지점 판관비 추이

여기에 자금세탁방지시스템 강화와 관련된 판관비가 급증하면서 순익 감소폭이 커졌다. 작년 소요된 판관비는 149억5665만원으로 지난 2014년 56억9163만원에 비하면 3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판관비는 특히 2017년(92억8727만원)부터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현지당국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시스템 제재를 받은 시점을 기점으로 가파른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만 뉴욕지점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을 위해 1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실제로 2016년 금융권을 긴장시킨 사건이 있었다. NH농협은행 뉴욕지점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뉴욕 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미흡을 이유로 과태료 1100만달러(118억원)을 부과받은 것. 국내 은행이 해외 당국으로부터 직접적인 제재를 받은 첫 사례이니 만큼 은행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행도 FRB와 DFS로부터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농협은행에 비하면 개선권고 수준의 경고였지만 경각심은 이미 커진 상태였다. 뉴욕은 워낙 자금세탁방지시스템 관련 심사가 엄격해서 현지 당국 사정을 잘 알지 못하면 대응하기도 어려웠다. 더욱이 기업은행은 지난 2012년에도 미국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기업은행 뉴욕지점에서 개설한 이란중앙은행(CBI)의 원화 결제계좌에서 위장거래로 거액이 빠져나간 정황이 발견됐던 것이다.

기업은행 뉴욕지점 수익성

이에 기업은행은 본격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에는 글로벌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컨설팅을 통해 뉴욕지점의 관리, 감독 제고 방안 등을 진단받았다. 관련 부서를 확대·개편하고, 미국 재무부 출신 직원을 채용했다. 미주지역 컴플라이언스 전담인력도 늘렸으며,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 AML시스템 관련 전반적인 재정비에 착수했다.

이에 대한 비용적인 부담은 상당했다. 유명 회계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부터 수십억원대 컨설팅을 받고, 현지 준법감시인에는 수억원대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뉴욕지점 인력 중 25%가 준법감시 관련 업무를 맡고 있을 정도다. 비록 부담이 만만치는 않지만 과태료 제재를 받는 것보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들의 현지검사가 예고돼 있어 꾸준히 대비하고 있다"며 "주요 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법 관련된 시스템을 보강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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