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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 지주 전환 그 이후]2010년대 집중 '홀딩스 체제', 뭘 노렸나공정거래법·상법 개정 전 '수혜'…경영권 승계·오너십 강화는 '덤'

박상희 기자공개 2019-05-17 12:28:50

[편집자주]

내수에 기반한 식음료(Food&Beverage) 회사는 대부분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어 출자구조가 단순하다. 이로 인해 상호·순환출자 구조 해소 등 지주사 전환 니즈가 크지 않지만 최근 몇년 새 지주사 전환은 붐을 이뤘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도 지배구조 개선을 서둘렀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 이전에 수혜를 받기 위한 조치였고, 결국 기존 오너십 강화와 2·3세로의 경영권 승계 효과도 누렸다. 더벨은 식음료 회사의 지주사 전환 과정과 이로 인한 명암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5일 13: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2011년), 하림그룹(2011년), 샘표식품(2016년), 크라운해태제과(2017년), 오리온그룹(2017년), 매일유업(2017년) 등 2010년대 들어 식품업계 지주사 전환이 붐을 이뤘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에 앞서 지주사 전환에 따른 수혜를 받기 위한 선제적 행동이었다. 상호·순환 출자 해소 등 구조적 요인보다는 2·3세 경영권 승계 차원의 니즈도 더 컸다.

내수 기반으로 출발한 식음료사는 사업 다각화가 쉽지 않다. 반면 중견기업 사이즈인 식음료사는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는 등 계열사 출자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지주사 전환도 다른 업종 대비 용이한 측면이 있다. 대부분 식음료사는 기업 분할 후 최대주주가 자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이뤄냈다.

지주사 전환은 책임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명(明)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를 동원해 오너일가 지분율이 치솟는 등 오너십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 하림과 하이트진로그룹 등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오너일가 지분율이 2배 이상 높아진 대표적인 곳으로 손꼽힌다. 지주사 체제 하에서 오너 일가 수익 원천으로 꼽히는 브랜드로열티 수수료와 배당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과세이연 혜택 종료·상법 개정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 '집중'

2011년 삼양그룹과 하림그룹을 시작으로 2010년대 들어 지주사로 전환한 식음료기업이 크게 늘었다. 2016년과 2017년 2년 사이에만 4개 기업이 잇따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2010년대 이전 지주사로 전환한 곳은 동원그룹(2001년), 농심(2003년), 대상(2005년), CJ제일제당(2007년), 하이트진로그룹(2008년) 등이다. 2~3년에 한개꼴로 지주사 전환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2010년대 중반 지주사 전환이 집중됐다.

식음료사 지주사 전환
*출처: 각사 취합

2010년대 중반 식품업계 지주사 전환이 잇따른 배경으로는 지주사 전환 요건 강화와 상법개정안 국회통과 압박 등이 꼽힌다. 2017년 하반기부터 지주회사 자산요건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되는 등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오리온의 경우 지주사 전환 추진 당시 자산총계가 각각 1929억원, 3290억원으로 개정된 공정거래법 기준에 미치지 못해 지주사 전환이 불가능했다. 다만 개정 전 지주사 전환을 신고 할 시 이들 기업은 10년 내에 자산 총계 요건을 충족시키기만 하면 됐다.

또 기업의 인적분할 시 지주회사가 보유하게 되는 자사주에 분할회사의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상법 개정안은 경제민주화의 핵심 법안으로, 인적분할 시 자사주 활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인적분할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 발생한다. 상당수 기업들이 경영 승계 발판으로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해왔다.

2018년 말 종료될 것으로 점쳐졌던 지주사 전환시 과세이연 세제 혜택 효과도 식품업계 지주사 전환이 유독 집중됐던 이유가 됐다. 결론적으로 관련법 개정으로 인해 지주사 전환 시 누릴 수 있는 여러 혜택 조건들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지배구조 변화에 나섰던 셈이다.

◇경영권 승계·오너십 강화 효과

올해 '반백년'을 맞은 국내 식품기업이 있다. 동원그룹(4월), 오뚜기(5월), 한국야쿠르트(5월), 매일유업(5월)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 기업보다 앞서 설립된 식음료사도 많다. 국민 식생활과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에 있는 회사 역사는 유서깊을 수밖에 없다. 1950~1970년대 출범한 이들 기업은 최근 3세 경영 시대에 접어들었다.

2·3세 경영이 가시화되면서 깊어지는 고민은 단연 '경영권 승계'다. 2010년대 들어 식품업계는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선진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다. 지주사 전환이 '묘수'로 떠올랐다.

크라운해태홀딩스가 대표적이다. 지주사 전환 이전 크라운제과 최대주주는 윤영달 회장으로, 27.38%를 보유하고 있었다. 두라푸드가 보유한 크라운제과 지분율은 20.06%였다. 두라푸드는 윤 회장 장남인 윤석빈 크라운해태홀딩스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 최근 크라운해태홀딩스 지분율을 살펴보면 윤 회장 지분율은 13.27%로 낮아진 반면 두라푸드 지분율은 36.13%로 올라갔다.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윤 회장에서 윤 대표로 경영권 지분 승계가 상당수 이뤄진 셈이다.

기존 오너십 강화 목적도 컸다. 샘표식품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지주사 전환 이전 샘표식품에 대한 박진선 사장의 지분율은 16.46%에 불과했지만 전환 이후 지주사인 샘표에 대한 지분율은 34.05%로 올라갔다. 매일유업을 비롯한 나머지 기업의 지주사 전환 전후 오너일가 지분율 추이도 비슷하다.

◇수익원 키우기 '안간힘'…브랜드 로열티·배당, 오너일가 수입 원천

지주사 전환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주사 지분율은 상승하는 대신 계열사 지분율은 낮아진다. 오너일가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지주사 한 곳으로 좁혀진단 의미다.

지주사 수익원은 크게 △ 자회사 배당금 △ 브랜드 로열티 및 컨설팅 수수료 △ 건물 임대료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자회사 배당이 지주사의 주요 수익원이 돼야 하는데, 현실은 브랜드 로열티와 건물 임대료 등이 지주사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거래원위원장이 지주사 수익구조를 들여다보겠다며 향후 조사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자회사 배당금은 실적과 연동되기 때문에 주주 마음대로 배당성향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적자가 누적된 자회사를 상대로 배당금을 수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브랜드 로열티나 건물 임대료 등은 통상적으로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오너일가의 입김이 끼어들 여지가 크다.

실제로 지주사로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일수록 브랜드 로열티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10년대 들어 지주사로 전환한 식음료 업체 중에선 매일홀딩스와 오리온홀딩스의 브랜드 로열티 수취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배당의 경우 자회사 호실적을 이용하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실적이 좋아 현금 곳간이 넘쳐나는 자회사를 대상으로 과도한 배당을 수취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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