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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어설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도마 감정평가사협회 지적에 부랴부랴 '빅밸류' 보류

안경주 기자공개 2019-05-20 08:25:53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6일 1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늦은 오후에 한국감정평가사협회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제3차 혁신금융서비스 발표 계획을 변경했다. 지난 15일 발표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사업자에 당초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빅밸류가 포함돼 있었지만 감정평가사협회가 법률 위반 가능성을 제기해 막판에 제외한 것이다.

감정평가사협회의 지적이 없었다면 법률적 다툼 여지가 있는 빅밸류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셈이다. 이를 두고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부실 운영을 좌초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만 했어도 사전에 발견할 수 있었던 문제였던 탓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0일 오후 늦게 감정평가사협회로부터 한 장의 공문을 받았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사업자로 선정될 예정인 빅밸류 등이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면 지정 계획을 보류해 달라는 것이다.

감정평가사협회는 또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 사무실을 찾아 의견을 전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과 관련해 감정평가사협회 측에서 금융위 규제샌드박스팀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계획이 변경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감정평가사협회 등의 얘기를 종합하면 금융위는 당초 계획과 달리 빅밸류를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사업자로 선정하지 않았다. 빅밸류는 지난 1월 금융회사만 수행하던 핵심 금융서비스를 핀테크기업이 위탁받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돼 이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 규제샌드박스팀에서 감정평가사협회의 지적이 타당하다고 봤고, 관련한 내용을 국토부와 상의하기 위해 (빅밸류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감정평가법 제49조에 따르면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자가 감정평가업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정평가법 제2조에 따르면 감정평가업이란 타인의 의뢰에 따라 일정한 보수를 받고 토지 등의 감정평가를 업으로 행하는 것을 말한다.

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동산의 가치를 도출하고 그 결과를 가액으로 표시하는 행위 자체가 감정평가로 볼 수 있고,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조만간 빅밸류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문제는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추진하면서 이 같은 법률 위반 등을 점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빅밸류가 제출한 서류에서 허위사실 기재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금융위가 기초적인 확인 작업조차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감정평가사협회에 따르면 빅밸류가 제공한 자료에 부동산 감정평가 시스템과 관련해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검증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 측은 빅밸류로부터 검증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빅밸류 측은 이에 대해 "감정평가 시스템 검증과 관련해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A은행이 진행했던 부분"이라며 "검증을 받지 않았다는 감정평가사협회 측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감정평가사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기게 되면서 밥그릇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를 통한 감정평가 업무가 활성화되면 감정평가사들의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 속도를 내면서 행정적 절차 등이 졸속으로 추진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률 위반 등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확인할 항목이라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보류했다는 것은 금융위 역시 어느 정도 타당성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며 "향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과정에서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는 만큼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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