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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의 글로벌 오토게임]다임러를 만든 네 사람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5-27 07:53:47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0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폭스바겐과 함께 독일을 상징하는 자동차 회사 다임러(Daimler AG)의 홈페이지에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이 하나 올라있다. 베르타 벤츠(Bertha Benz, 1849~1944)가 1888년 8월에 두 아들과 함께 사상 최초로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한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베르타 벤츠가 3륜 자동차를 타고 나타나자 마을의 한 소녀가 "마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급히 알린다. 베르타 벤츠는 12시간 걸려 106킬로미터를 주행했다. 만하임에서 포르츠하임으로 가는 여행길이었다. 중도에 연료가 떨어져 차가 연기를 내면서 멈추자 마을 약국에서 리그로인(ligroin)을 구입해 넣고는 다시 길을 떠난다. 이 약국이 역사상 최초의 주유소가 되었다.

이 여정에서 차량에 이런저런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고 능수능란했던 베르타 벤츠는 그 문제들을 어떻게든 다 해결했는데 그 경험을 나중에 차량 제작에 모두 반영했다. 그래서 베르타 벤츠의 여행은 자동차 테스트 드라이브의 시초였다고도 한다.

베르타 벤츠의 남편 칼 벤츠(Karl Benz, 1844~1929)는 그로부터 5년 전인 1883년에 자전거수리점을 하던 두 친구와 함께 만하임에 기계제작회사를 만들었다. ‘Benz & Companie Rheinische Gasmotoren-Fabrik'이라고 이름 붙였다. 보통 Benz & Cie로 통한 회사다. 2년 후인 1885년에 자동차가 탄생했다. 칼 벤츠가 만든 자동차는 역사상 최초로 ‘생산'된 자동차다. 동일 사양의 자동차가 여러 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베르타 벤츠의 ‘불법' 주행은 당시 큰 화제가 되었고 벤츠 차량 판매의 시발점이 되었다. 베르타 벤츠는 남편과 동업자였는데 칼 벤츠가 자동차를 열심히 판매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서 그런 방식으로라도 대중에게 자동차의 유용성을 보이고자 했다. 베르타 벤츠가 최초 주행을 한 해에 벤츠는 사상 최초로 자동차를 ‘판매'했다. 회사는 크게 성공했다. 572대를 생산했던 1899년에 추가 투자자들을 합류시켜 주식회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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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당대 경쟁자 고틀리프 다임러(Gottlieb Daimler, 1834~1900)가 생존 시에 벤츠와 교류를 가졌었는지, 알고 지내기나 했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고 한다. 다임러는 1890년 슈투트가르트에 ‘Daimler Motoren Gesellschaft'를 세웠고 수석엔지니어가 마이바흐(Wilhelm Maybach, 1846~1929)였다.

마이바흐는 자신의 멘토이자 평생의 지원자였던 다임러 사후에 회장과의 불화로 회사를 떠나 독립했는데 1919년부터 마이바흐 브랜드로 대형 승용차를 제작했고 2차 대전 때는 그 유명한 독일군의 타이거 전차 엔진을 생산하는 회사가 된다. 마이바흐는 다임러와 같은 묘지에 잠들었다.

1923년에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 되자 1924년에 벤츠와 다임러 두 회사는 상호협력계약서를 작성했다. 유효기간은 무려 2000년까지로 했었다. 위기가 심각했고 상호 신뢰가 높았던 모양이다. 브랜드는 각자 보유하되 거의 모든 면에서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다가 1926년에 두 회사는 아예 합병해서 다임러-벤츠가 되었다.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로 이름 붙였다. 메르세데스는 1902년에 출시된 다임러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었는데 개발자 옐리네크의 딸 이름이다. 두 회사는 합병하면서 회사의 상징이 된 삼각별 모양의 로고를 선보였다. 독일 엔지니어링을 상징하는 이 로고는 지금도 독일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건물 위에 근사하게 세워져 빛난다.

칼 벤츠는 1906년에 두 아들과 함께 C. Benz S?hne라는 자동차 회사를 개인기업으로 따로 만들었었다. 이 회사는 런던에서 택시로 사용되던 차량을 생산했는데 나중에 자동차 회사 하청기업으로 변신해서 2010년까지 존속했다.

다임러는 자식들에게 회사 지분의 약 25%를 유산으로 남겼다. 그러나 회사재산의 횡령과 그 밖의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을 이유로 가족들은 회사 경영에서 배제되었고 곧 유상증자도 이루어져 가족들은 소수주주로 전락했다.

마이바흐의 회사는 1960년대에 다임러-벤츠에 인수되었다. 2002년에 마이바흐 브랜드가 부활했으나 실패했고 2014년에 다임러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초호화 브랜드로 마이바흐를 다시 출시했다.

1970년대 중반에 다임러-벤츠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뀐다. BMW의 크반트(Quandt) 페밀리가 다임러 14% 지분을 쿠웨이트 정부에 매각했다. 1950년대 초부터 지분을 확대해 최대주주가 되었던 플릭(Flick)의 29% 지분도 도이치은행에 매각되었다. 도이치은행의 지분은 1980년대 말에 41%를 넘었다가 2000년에 독일이 은행의 주식처분에 자본이득세를 물리지 않기로 하는 특례법을 제정한 후 점진적으로 낮아져 도이치은행은 이제 10대 주주에도 들지 않는다.

다임러-벤츠는 1998년에 크라이슬러와 합병하면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되었다가 2007년에 크라이슬러를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털에 매각하고 다임러가 되어서 오늘에 이른다. 중국의 질리자동차가 9.69%로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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