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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잃어버린 3년]대우조선과의 악연…고통은 '현재진행형'①신규 감사 중단 풀렸지만…인력이탈 여전

진현우 기자공개 2019-05-21 08:01:53

[편집자주]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여가 흘렀다. 그 사이 신외감법을 비롯해 회계업계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회계 투명성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지만 이슈의 중심이었던 딜로이트안진은 여전히 혹독한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지난 3년간 딜로이트안진 내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총 네편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7일 16: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5년 8월, 자본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이로 인한 딜로이트안진의 부실감사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갑작스레 2분기 영업손실 3조399억원을 고백했고, 이는 2011년부터 공격적으로 시작했던 해양플랜트 사업의 손실을 제 때 인식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였다.

사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까지 매년 4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공시해 왔다. 다만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한꺼번엔 공개하며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고, 8개월 뒤엔 재무제표 전기오류수정을 시인했다.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의 2013년·2014년 귀속 손실이 잘못 반영돼 있음을 인정하고 수정된 재무제표를 이듬해 다시 제출했다.

전기오류로 인해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했다는 점은 과거 신뢰할 수 없는 재무정보에 기초해 회계감사를 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딜로이트안진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적정의견'을 허위로 기재하고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장부 조작사실을 묵인·방조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1년간 신규 감사 중단, 영업손실 직격탄…글로벌 구속력 심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했던 딜로이트안진에 내려진 중징계는 1년간 신규 감사수임 정지였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7년 3월 해당 징계내용을 결정했다. 이로써 딜로이트안진은 △상장법인 △증선위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회사 △비상장 금융회사의 감사업무를 수임할 수 없게 됐다. 과징금 16억원도 별도로 부과됐다.

딜로이트안진은 2017년 1분기에 체결했던 신규감사 계약을 취소하며 약 400억원 수준의 손실을 봤다. 징계를 받았던 그 해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2919억원, 4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회계감사 부문 수익은 전년보다 348억원 가량 줄어들며,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정도 감소했다.

손실도 손실이었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평판에 큰 타격을 받은 점이 뼈아픈 결과였다. 빅4 대형 회계법인의 자리가 위태롭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특히 2016년과 2017년 연달아 당기순손실 128억원, 51억원을 냈다. 해외 본사(Deloitte Touche Tohmatsu Services)로부터 장기차입금 형태로 167억원을 빌렸다.

금전적 도움은 해외 본사가 딜로이트안진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딜로이트안진이 해외 본사로부터 빌린 대여금을 갚을 형편이 되지 않아 이를 탕감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 본사의 구속력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실감사 후폭풍, 인력 유출로 이어져…빅4 위상 흔들

2018년은 신규감사 업무를 제한했던 중징계가 풀리며 조금은 숨통이 트였던 한 해였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 이후 본격화된 인력 유출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일어났다는 점이다. 인력 엑소더스의 시작은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 논란으로 딜로이트안진의 구조조정팀(RS:Restructuring)이 대거 EY한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딜로이트안진이 산업은행 구조조정 업무를 독점하다시피 해왔던 것은 업계에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산업은행의 수임이 뚝 끊겼고, 스무명 정도의 RS 핵심 인력은 EY로 적을 옮겼다. 결과적으로 재무자문본부(FA)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뒤이어 국내 M&A 세무자문 분야에서 최고로 꼽혔던 텍스(Tax)팀이 삼일PwC로 적을 바꿨다. 특히 이들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의 세무자문 서비스에 있어서 타 경쟁 회계법인들을 압도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기에 딜로이트안진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영입전쟁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텍스팀 인력 유출은 멈추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엔 파트너 회계사 3명을 포함한 40여명의 텍스팀이 아예 독립해 BNH 세무법인을 신설했다. 백상훈 부대표와 한민수 전무가 각각 BNH 세무법인의 대표와 부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다. BNH 세무법인 소속 회계사의 대부분은 딜로이트안진 출신이다. 올해 1월에도 파트너를 포함한 십여 명 정도가 삼정KPMG로 이직하는 등 인력 유출은 계속됐다.

만년 4위에 머물렀던 EY한영이 딜로이트안진을 밀어내고 소속 회계사 수 기준 3위에 오른 것도 앞선 인력 이탈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EY한영의 회계사 수는 1032명. 반면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는 1000명에 채 못미치는 957명으로 집계됐다.

딜로이트안진은 2017회계연도 기준 매출액은 3위 자리를 지켰지만, EY한영과의 매출액 격차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딜로이트안진과 EY한영의 매출액 격차는 2015회계연도 1142억원에서 2016회계연도 926억원을 거쳐 2017회계연도엔 265억원으로 급감했다.

◇3심 끝에 형사소송 종결… 30건 민사소송은 현재진행형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묵인·방조 혐의로 제기된 딜로이트안진과 소속 회계사들의 형사소송은 작년 3월 대법원 상고심까지 간 끝에 최종 판결이 났다.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딜로이트안진 이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소속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의거해 딜로이트안진에게도 벌금이 부과됐다.

형사소송은 어느 정도 일단락됐지만, 민사소송은 아직 1심에서 계류 중이다. 법무법인 한누리에서 약 850여명의 원고를 대리해 2015년 9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아홉 개의 소송을 맡고 있다. 최초의 소를 제기했을 때 원고소가는 400억원이었지만 청구취지 변화로 손해배상 청구액이 상향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사소송의 관건은 투자자들의 손해금액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다. 보통 투자자들의 손해금액은 주식 취득가에서 처분가를 제한 금액이다. 다만 처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었을 경우엔, 취득가액에서 정상주가를 뺀 차액을 손해금액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정상주가는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로 인한 시장의 변동성이 모두 반영된 하락폭으로 결정된다.

법무법인 한결은 국민연금공단(NPS)을 대리해 민사소송을 진행중이다. 딜로이트안진이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에 따라 피고로 포함된 민사소송은 총 30건 정도로 알려졌다. 30건의 원고소가는 약 1940억원이다. 현재 한 재판부에서 손해금액에 대한 감정평가 절차를 밟고 있어, 머지않아 민사소송도 줄줄이 판결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딜로이트안진은 연간 35억원 규모의 보험료를 납부하며 작년 기준 손해배상준비금과 손해배상공동기금으로 각각 300억원, 16억원을 적립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액에 대한 감정평가를 두고 원고와 피고 간의 의견차를 보이고 있어 손해배상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평가다.

딜로이트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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