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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 지주 전환 그 이후]16년 경영권 분쟁 '악몽'…재발 방지책 골몰[샘표그룹]①2012년 적대적 M&A 방어 성공…2017년 박진선 사장 지분율 2배↑

박상희 기자공개 2019-05-23 15:52:26

[편집자주]

내수에 기반한 식음료(Food&Beverage) 회사는 대부분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어 출자구조가 단순하다. 이로 인해 상호·순환출자 구조 해소 등 지주사 전환 니즈가 크지 않지만 최근 몇년 새 지주사 전환은 붐을 이뤘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도 지배구조 개선을 서둘렀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 이전에 수혜를 받기 위한 조치였고, 결국 기존 오너십 강화와 2·3세로의 경영권 승계 효과도 누렸다. 더벨은 식음료 회사의 지주사 전환 과정과 이로 인한 명암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1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 샘표그룹은 강력한 오너십 구축 필요성이 강한 곳으로 손꼽힌다. 1997년 이복형제 간 발발했던 경영권 다툼이 2006년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인수합병)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경영권 분쟁이 무려 16년간 지속된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한 경영권 분쟁은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로 끝맺음 됐다.

뼈아픈 경영권 분쟁을 겪은 샘표그룹 오너일가는 강력한 오너십 구축에 골몰했다. 2016년 지주사 전환은 그 숙원을 풀어줄 마법과도 같았다. 샘표그룹은 지주사 전환 이후 지주사와 사업회사간 주식 스와프(교환)를 통해 샘표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분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 말 기준 16.46%에 불과했던 박진선 샘표 사장의 지분율이 이듬해 34.05%로 2배 이상 상승했다.

◇1997년 이복형제 간 경영권 분쟁…2006년 마르스1호펀드 적대적 M&A 위협

샘표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앞두고 지주사 전환 포문을 연 대표주자다. 샘표를 시작으로 크라운제과, 매일유업, 오리온 등이 잇따라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했다. 당시 업계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1000억원인 지주회사 자산요건이 2017년 7월부터 5000억원으로 높아지는 것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했다.

실제로 2015년 말 기준 지주사 전환 이전 샘표식품의 자산총계는 2527억원에 불과했다.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샘표식품의 지주사 전환은 불가능했다. 샘표식품이 서둘러 지주사 전환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른 목적은 무엇일까. 관련업계는 '오너십 강화'에서 그 답을 찾았다. 다른 기업들 역시 지주사 전환으로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누렸다. 샘표그룹의 경우 오래동안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던만큼 지주사 전환을 통한 오너십 강화가 지상 최대의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샘표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러간다. 고(故) 박승복 회장과 고 박승재 전 사장은 이복형제였다. 이 둘의 사이가 악화되면서 샘표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됐다. 이복형제 간 분쟁은 이후 고 박승재 전 사장이 샘표식품 지분 24.1%를 사모펀드인 '마르스 1호'에 넘긴 게 발단이 되면서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협으로 위험 수위가 더 높아졌다.

마르스 1호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하며 주총 때마다 고 박승복 회장의 아들인 박진선 사장 측과 표 대결을 벌였다. 2007년 샘표식품 지분 5.85%를 매입하며 지분율을 29.97%로 끌어올리는 등 마르스 1호의 경영권 위협은 계속됐다.

2011년 기준 마르스 1호의 샘표식품 보유지분은 32.98%(마르스아이엔에스1호 유한회사 지분 3.01% 포함)에 이르렀다. 반면 샘표식품 최대주주인 박진선 사장 측은 본인 지분 16.46%와 특수관계인 지분 및 백기사 역할의 풀무원홀딩스의 5.01%를 합해 34.01%를 보유했다. 마르스 1호와 불과 1.03%포인트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샘표그룹 오너에게 마르스 1호의 경영권 위협은 '상수(常數)'에 가까운 리스크였다.

◇자사주 매입으로 경영권 방어…지주사 전환으로 강력한 오너십 구축

샘표식품은 2012년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지난했던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르스 1호로부터 자사주를 대량 사들이면서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했다. 아버지 대부터 이어온 형제 간 경영권 분쟁까지 포함하면 1997년부터 17년 간 이어진 대여정이었다.

샘표식품은 2012년 3월 공개매수를 통해 300억원을 들여 마르스1호의 지분 146만주 중 120만주를 주당 2만5000원에 매입했다. 이어 같은 해 5월부터 7월 사이에 추가로 34억원을 투입해 15만주를 주당 2만2560원에 매입했다. 샘표의 자체 유보자금과 차입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는데 총 334억원을 투입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다만 자사주 매입을 활용해 오너일가의 자금 부담은 전혀 없었다. 오너일가가 직접적인 자금 부담을 지지 않고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선 셈이다.

공개매수 이후 2012년 말 기준 샘표식품의 자사주 비중은 30.37%에 이르렀다. 경영권 위협 방어 목적 측면에서만 보면 성공적이었지만, 오너일가 입장에선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오너일가의 직접적인 지분율 확대가 절실했다. 지주사 전환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샘표 지분율 변화
*출처: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6년 샘표식품은 지주사 샘표㈜와 사업회사 샘표식품으로 분할했다. 이후 샘표㈜는 지주사 전환 후속 조치로 현물출자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지주사인 샘표㈜가 분할신설회사(샘표식품)의 지분을 추가 취득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성립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물출자 유상증자는 쉽게 설명하면 지주사인 샘표㈜와 사업회사 샘표식품 주식을 맞바꾸는 것이다. 샘표㈜가 샘표식품 주주들로부터 샘표식품 주식을 받고, 그 대가로 샘표㈜ 신주를 주는 구조다. 오너일가 입장에서 보면 박진선 사장과 장남 박용학 씨가 보유한 샘표식품 주식을 샘표㈜가 발행한 신주와 맞바꾸는 거래였다.

이 거래를 통해 16.46%에 그쳤던 박 사장의 샘표㈜ 지분율은 34.05%로 크게 뛰었다. 아들 용학 씨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칠 경우 지분율은 기존 30.02%에서 46.31%로 상승했다. 17년 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던 샘표그룹 오너일가에게 지주사 전환은 강력한 오너십을 선사한 선물과도 같았다.

샘표 관계자는 "2016년 지주사 전환은 마르스1호펀드와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후 한참 뒤의 일"이라면서 "지주사 전환 목적이 오너십 강화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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