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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금융그룹 일군 김남구의 '도전과 근기(根氣)' [한국투자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①가업승계 아닌 자본시장 택한 개척자…한국판 골드만삭스에 한걸음

양정우 기자공개 2019-06-11 09:01:12

[편집자주]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슬로건은 'VISION 2020 아시아의 선도금융기관'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자리잡았고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과 어깨를 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 71억원에 인수한 중소 증권사를 자산 71조원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일군 입지전적 인물들이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력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4일 07: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9세 청년 김남구(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사진)는 그룹의 핵심 동원산업에서 옛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명동지점의 대리로 자리를 옮긴다. 동원그룹의 장남이 참치사업으로 1위를 다진 계열사를 떠나 업계 중위권인 증권 계열사에 둥지를 틀었다. 가업을 그대로 승계받기보다 자본시장 패권을 꿈꾼 그는 젊은 날 사업에 투신한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와 닮았다.

1991년 그 날 김 부회장도 동원증권의 파란만장한 미래를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1981년 동원산업이 종잣돈을 털어 71억원에 인수한 증권사(당시 한신증권)였다. 1990년대는 증권업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업계 중위권이었던 순위조차 조금씩 뒤쳐지는 시점이었다. 그랬던 동원증권이 이제 자산규모 71조5000억원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자라났다.

동원증권이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도약한 결정적 계기는 2005년 한국투자증권 인수합병(M&A)이다. 마지막까지 입찰가격을 고심했고 최종 베팅 금액을 확정한 이 딜의 '키맨'은 김남구 부회장이었다. 도전 정신을 리더의 필수 자질로 꼽는 진취적 성향은 쟁쟁한 경쟁자를 제친 원동력이었다.

현재 그룹 지주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자회사가 8개사, 손자회사가 23개사에 달한다. 그룹은 여전히 사업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며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구체적인 청사진에 깔려있는 김 부회장의 리더십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가업 승계보다 자본시장 선택…경영 키워드 '도전 정신'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동원산업은 세계 수산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재벌가의 장남이 동원산업을 떠나 업계 4~5위권인 동원증권의 대리로 입사한 건 이례적 행보였다. 업계에선 김 부회장이 이미 세계 선두권에 오른 동원산업보다 성장 여력과 미래 가치가 큰 증권업에 도전했다고 보고 있다.

어쩌면 이 파격적 인사엔 동원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의 의사도 반영돼 있지 않았을까. 기업가로서 김 명예회장이 이룬 업적은 '고정관념과의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산대 출신으로서 공적기관에 취업하기보다 참치잡이 원양어선에 승선해 한 시대의 막을 열었다. 가업 승계 역시 다른 그룹사와 똑같은 방식의 길을 걸어갈 이유가 없었다. 수산업과 동 떨어진 증권업을 시작하면서 개척자 성향을 타고난 장남을 일찌감치 적임자로 낙점했을지 모른다.

김 부회장의 기질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대학교 4학년이었던 1986년 겨울 그는 북태평양행 명태잡이 원양어선에 올랐다. '사회생활을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오기로 배 위에서 하루 18시간이 넘는 중노동을 이어갔다. 김 부회장은 아직도 사석에선 원양어선 위에서 버텼던 4개월의 시간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런 김 부회장에게 실패와 포기를 먼저 말하면 "Why Not?(왜 안되죠?)"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이 언젠가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이 될 것으로 믿고 있는 그다. '쉽지 않은 목표다', '아직 역부족이다'고 말하는 임직원에게 늘상 "Why Not?"이라고 되묻는다.

◇'한국투자증권 M&A' 최고 업적…인수 발판 비약적 발전

감 부회장이 거둔 대표적인 성과는 바로 한국투자증권 M&A다. 동원증권 시절 김정태 전 대표 등 걸출한 인물이 기틀을 다졌지만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한 게 대형 그룹사로 거듭난 결정적 계기였다.

옛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한국투자신탁(현 한국투자증권)을 매물로 내놨을 때부터 동원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때까지 매순간이 긴박감의 연속이었다. 경영진이 제시한 가격 중 가장 낮은 단가는 4000억원 선이었다. 하지만 김남구 부회장은 현재 기업의 적정가격보다 미래 성장 가치에 더 주목했다. 최종 베팅 금액은 5412억원. 두 번째로 많이 쓴 미국 칼라일을 불과 12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한국투자증권 인수전을 두고 김 부회장은 "운이 좋았다"고 답한다. 하지만 딜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인수의 주역을 가리는 건 어렵지 않다. 김 부회장은 인수가격을 높이는 과정에서 김재철 명예회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특유의 진취적인 기질을 발휘해 떨어지더라도 높이 쓰고 떨어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김 명예회장은 김 부회장의 의사를 존중했고 동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을 품에 안았다.

그 뒤 동원증권은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사명을 바꿨고 그룹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동원그룹에서 분리된 2013년 말 자산총액과 연간 매출액은 각각 3조3000억원, 4808억원 수준. 올해 3월말 기준 자산총액은 71조4718억원, 지난해 매출액은 8조8267억원에 달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유일하게 당기순이익 2000억원을 넘긴 증권사로 이름을 남겼다.

◇끊임없는 사업 확장…도전 뒷받침 '근기'

김 부회장은 끊임없이 도전 정신을 강조하며 조직 구성원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제 한국투자금융그룹은 금융투자와 자산운용,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 벤처투자, 사모펀드(PEF)투자, 여신전문업, 헤지펀드 운용 등 국내 금융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을 소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진화한 동시에 발행어음 인가 '1호'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최근엔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에서도 희소식이 들려왔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인터넷전문은행 발족과 함께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로 나서 은행지주로 변모했다. 또 한번의 도전도 성공적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총 수신 14조9000억원, 총 여신 9조7000억원을 달성해 흑자 전환(당기순이익 66억원)에 성공했다.

김 부회장은 도전과 함께 근기도 강조한다. 도전에서 실패하더라도 근성있게 버텼다면 다시 또 도전할 수 있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새로운 모토로 출범한 계열사가 초반 부진을 겪어도 언제나 우직하게 기다릴 것을 주문한다.

김 부회장이 소중히 여기는 우직한 자세는 그의 일상에서도 드러난다. 김 부회장의 스케줄은 연중무휴다. 평일엔 하루를 잘게 쪼개 쉴새없이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일요일엔 묵묵히 여의도 본사 사무실로 향한다. 휴일은 전화가 오지 않기에 사업 아이디어를 찾는 독서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약력

<학력>
△1963년생 출생
△1982 경성고등학교 졸업
△1987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1 일본 게이오 대학원 졸업(경영관리 전공)
△2015 중국 칭화대 대학원 졸업(Executive MBA)

<경력>
△1987.5~1989.3 동원산업 근무
△1991.4 동원증권 명동지점 대리
△1992.4 동원증권 채권부 대리
△1993.4 동원증권 기획실 과장
△1994.6 뉴욕사무소 차장
△1997.4 동원증권 이사
△1998.4 동원증권 상무
△1999.4 동원증권 전무
△2000.4 동원증권 부사장
△2003.5 동원금융지주 대표이사
△2004.3 동원증권 대표이사
△2005.4~현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2005.6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2011.3~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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