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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이강행, 위기에서 뽑아낸 '한투 성공DNA' [한국투자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⑥그룹 현안 열쇠 찾는 숨은 전략가…계열사 경영 활동 조력자 자처

이지혜 기자공개 2019-06-18 15:07:15

[편집자주]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슬로건은 'VISION 2020 아시아의 선도금융기관'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자리잡았고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과 어깨를 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 71억원에 인수한 중소 증권사를 자산 71조원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일군 입지전적 인물들이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력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2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역사에는 몇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옛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합병할 때, 한국투자증권이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휘청일 때, 2015년 리테일 패러다임의 격변기를 맞을 때 등이다. 이 때마다 위기 탈출과 성장의 추춧돌을 놓은 이가 바로 이강행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사진)이다.

한국투자증권 사상 최장기간 CFO,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인사위원회 위원, 경영기획본부장 등 굵직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세간의 관심이 갈수록 커졌지만 이 사장은 외부활동을 자제했다. "본인의 역할은 계열사가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며 전면에 서는 것을 꺼렸다.

이 사장에 대한 그룹의 신뢰는 두텁다. 올해로 입사 30년, 임원 20년차를 맞은 그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참모로 꼽힌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인 김 부회장과 한국투자금융지주 2인 사내이사체제를 이뤘다. 기존엔 3인 사내이사체제였다. 이 사장을 김 부회장의 '러닝메이트'로 여기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제 이 사장은 김 부회장과 함께 한투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순이익 1조원 시대를 3년안에 열겠다는 것이다. 한투그룹이 아시아로, 더 나아가 전세계로 뻗어나가 후배들이 더욱 큰 물에서 놀길 바란다는 것이 그의 희망이다.

◇합리적 의사결정체계를 그룹 DNA에 녹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이강행 사장
이 사장과 김 부회장의 만남은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부회장이 1990년대 초 본사 채권부 대리로 오면서 이 사장은 김 부회장과 한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했다. 김 부회장이 오너인데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다른 직원과 소탈하게 어울려 일하는 모습에 이 사장은 마음을 빼앗겼다.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는 상사, 합리적 의사결정을 존중해주는 회사'. 이 사장의 머리 속에 있는 한투그룹의 모습이다.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장이 소회한 한투그룹과 인연이다.

이 사장은 본인이 느낀 합리적 의사결정체계가 조직 DNA에 녹아들기를 바랐다. 직원과 회사가 서로의 이익에 보탬이 되도록 일을 하고 이것이 시스템으로 제도화하도록 힘썼다.

대표적 사례가 옛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합병이다. 이 사장은 2005년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통합발전위원회 단장을 맡았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노조의 반발이 거세 100일 넘게 파업이 이어졌다. 두 회사는 기업문화가 마치 농경문화, 수렵문화처럼 완전히 다른 데다 직급체계도 상이했다.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 사장은 업계 최고 대우, 철저한 성과주의 시스템을 무기로 직원을 설득했다. "고용은 회사가 아닌 개인의 능력을 통해 스스로 보장하는 것이다, 출신에 따른 차별은 결코 하지 않겠다"며 공정한 평가제도를 내세워 내부 반발을 넘어섰다.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직급체계를 통일할 때도 각 직급별 임금을 업계 1~3등 수준으로 책정하면서 불만을 줄였다. 합리적 시스템에 대한 이 사장의 의지는 한국투자증권 안정적 도약의 발판을 놓았다.

◇그룹 현안 해결사, 성장의 토대를 닦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온다. 시장 붕괴의 주범이었던 리먼브러더스의 신용연계채권을 기초로 한 유동화채권을 1700억원 가까이 보유한 것이 화근이었다.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을 신뢰해도 되겠느냐는 회의적 시선까지 나왔다.

이 사장은 주요 기관투자자를 직접 만나 당시 상황과 대응방안을 정확히 설명하며 신뢰를 쌓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자산운용본부장을 겸임하면서 고유자산 운용여부를 총괄했고 PI부문 리스크 관리 강화에도 힘을 썼다. 본부장 중심의 책임경영,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탄력적 조직 구성 체계도 마련했다.

'충분한 검토 아래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하라'. 한투그룹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성공DNA가 그때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내세운 리테일 패러다임 변화 원년의 초석을 놓는 데도 이 사장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회사의 전략과 살림을 책임지는 경영기획본부장에서 2015년 개인고객그룹장으로 자리를 옮겨 리테일부문을 전담했다.

이 사장의 업적은 수치로 드러났다. 2015년 고객예탁자산은 136조2000억원으로 2014년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그는 당시 직원과 술자리에서 건배사로 '자산증대'를 외칠 정도로 고객수익률을 높여 고객의 자산을 끌어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리하게 회전율을 높이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주식을 사야 할 때, 사고 팔아야 할 때 자율권을 보장함으로써 고객 중심사고를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얼핏 들으면 상식적인 얘기라서 누구나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이렇게 하면 초반에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경쟁사도 쉽게 시도하지 못한다"며 "이 사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고객과 직원의 이익이 일치해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당시 경영전략 변화를 지점직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틈 나고 짬 나면' 지점을 돌며 대화를 나눴다. 연단 앞에 서서 연설하기보다 직원 개개인에게 경영방침을 거듭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식적인 발언 한 마디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으므로 경영진이 실제로 움직이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 사장이 미리 예고하지 않고 지점을 돌면서 당시 지점 직원들이 바짝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이 사장은 현재 한투그룹에서 가장 오래 한국투자증권 CFO,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인사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기록을 썼다. 리스크와 인사 등 이사회의 요직에서 일하는 것인데 합리적인 경영원칙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이 사장의 능력이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다.

◇순이익 1조 목표, "후배들은 더 큰 물에서 놀아라"

좀처럼 앞에 나서지 않는 이 사장이지만 후배직원을 만나는 데는 주저하지 않는다. 이 사장은 한투그룹 승진자 교육장에서 후배직원들과 희망을 나눴다. 후배들이 좀더 '큰 물에서 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말했다.

이 사장은 과거 공식석상에서 후배직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당신 세대에서 한국투자증권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지금은 기조가 비뀌었다. "내 세대에 1조원을 이룰 것 같으니 아시아, 전세계로 나아가며 더 큰 물에서 놀라"는 말을 건넨다고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5035억원을 냈다. 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1위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으로 3년 안에 연간 순이익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한투그룹 전체 순이익은 1조1530억원이다.

◆이강행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

<학력>
△1959년생
△1978 숭일고 졸업
△1986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2007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경력>
△1985.12 현대종합상사 입사
△1989.06 동원증권 입사
△2000.04 동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이사
△2002.10 동원증권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
△2005.06 한국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장, 전무
△2007.04 한국투자증권 경영기획본부장, 전무
△2009.03 한국투자증권 경영기획본부장 겸 자산운용본부장, 전무
△2011.03 한국투자증권 경영기획본부장, 전무
△2012.03 한국투자증권 경영기획본부장, 부사장
△2015.01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 부사장
△2016~2018 한국투자금융지주 부사장
△2019.01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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