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7월 05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M&A 시장의 최대 화두는 코웨이 재매각이다. 웅진그룹으로 돌아간 지 석달만에 다시 매물로 등장했으니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일대 사건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자식 같았던 회사를 6년만에 되찾았다며 눈물을 보인 윤석금 회장 주연의 슬픈 드라마는 100일도 채 안돼 막장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웅진그룹 입장에서는 뼈아프겠지만 코웨이 인수와 재매각 과정은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든다.시장의 평가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M&A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이다. 심지어 '노욕이 부른 참사', '한국 M&A 역사상 희대의 코미디'라는 조롱섞인 시선까지 나온다. 2조원짜리 빅딜을 석달만에 손바닥 뒤집듯 없던 일로 하겠다는 웅진그룹에 대한 냉소적이고, 가혹한 평가는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이번 일을 두고 다른 여러 시장 관계자들처럼 윤석금 회장과 웅진그룹을 싸잡아 비난하거나 손가락질 하고 싶지는 않다. 재매각 결정 자체만으로도 윤 회장에게는 참담함과 치욕스러움 그 자체였을테니 말이다. 사실 윤 회장으로선 코웨이 인수가 재건의 발판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이었던 렌탈 사업은 그에게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안겨다 줬고, 또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꼭 되찾아야만 하는 명분과 당위성은 충분했다.
다만 안타까운 사실은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를 결정하면서 딜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장밋빛 미래에 경도된 나머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는 없었다는 얘기다. 코웨이 인수 당시 딜 구조를 꼼꼼히 들여다 보면 이러한 분위기는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전체 거래 금액의 90% 이상을 외부차입에 의존하고, 심지어 자체 자금조차 인수 주체인 웅진씽크빅의 유상증자를 통해 끌어모은 배경에는 막연한 믿음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차입이 과중하다는 시장의 불편한 시각은 코웨이가 다시 웅진그룹의 식구가 되면 실적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주가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에 찬 확신으로 잠재워버렸다.
물론 코웨이 자체는 건실한 기업임에는 틀림없다. 국내 대표적인 생활가전 렌탈업체로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에비타 창출이 가능한 코웨이 실적과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전직하 하지 않는 한 이같은 시나리오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벌어들인 돈으로 차입금을 갚아나가고, 주가도 꾸준히 상승한다면 재무적투자자(FI)에게도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희망이 차입 부담의 우려를 압도했다.
문제는 웅진그룹의 재무적 여력이 탄탄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웅진에너지 법정관리도 어느 한순간 갑자기 발생한 돌발 변수가 아니었다. 그 동안 실적 악화와 재무구조 훼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는 여러차례 노출돼 왔고, 모회사로 전이될 가능성도 상존했다. 결과적으로 코웨이 재매각은 급작스런 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에 가깝다.
웅진그룹의 코웨이 재매각은 여러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고 있다. 그중 확실한 것은 M&A 의사결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냉철한 판단이라는 점이다. 낭만적 감수성과 막연한 자신감만 믿고 M&A에 덤벼들기에는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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