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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의 글로벌 오토게임]BMW 오너 크반트패밀리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7-15 08:02:00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8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MW는 확실한 오너가 있는 회사다. 크반트(Quandt)패밀리다. BMW뿐 아니라 독일 유수의 여러 기업에 투자하고 있어 크반트는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가족들 중 하나다. 그런데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하다. 그래서 소개할 내용도 그리 많지 않다.

귄터 크반트(Gunther Quandt, 1881~1954)는 직물업으로 출발해서 1차 대전 때 독일군에 직물과 피혁을 납품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전쟁 후에는 경제부처에서도 근무했고 한 화학회사의 지배주주겸 CEO가 되고 방위산업에도 진출했다. 그 외 다양한 업종의 기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나치와는 초반에 쉽지 않았으나 나중에 원만한 관계를 구축했다. 유대계 경쟁업체의 몰락이 크반트의 사업에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 전후 나치 청산 과정에서는 단순한 협조자 정도로 인정되어 사실상 면책되었는데 강제노역 혐의는 후일 논란거리가 되었다.

크반트는 장남 헤르베르트 크반트(1910~1982)와 두 번째 부인 소생 아들 하랄드 크반트(1921~1967) 둘을 공동후계자로 키웠다. 재산의 거의 전부를 관리하던 투자회사 지분을 반반씩 물려주었다. 헤르베르트는 전자, 자동차, 석유, 섬유를, 하랄드는 기계, 철강, 설비를 나누어 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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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드 크반트는 마그다 괴벨스 소생이다(마그다 괴벨스는 나치독일을 상징하는 여인이다. 베를린 함락 시에 아이들을 차례로 다 독살하고 괴벨스의 총에 죽는다). 열 살 때 모친의 재혼식에 부부와 나란히 걸어들어오고 바로 뒤에 증인을 선 히틀러가 따라오는 사진이 남아있다.

하랄드 크반트는 2차 대전 때 독일 공정대에서 복무했다. 소련 전선과 이탈리아 전선에서 싸웠다. 부상으로 병원에 누워있는 하랄드를 괴벨스가 채근해서 다시 전선으로 복귀했다. 그러다가 영국군 포로가 되었다. 1947년에 귀향해서 공대를 다녔다. 유산 상속 후에는 여러 대기업의 오너 회장을 동시에 역임했고 다임러-벤츠의 사외이사도 지냈다. 공정대 출신답게 비행기 조종에 열중했는데 회사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헤르베르트는 여덟 살 때 모친을 여의었다. 귄터 크반트는 장남을 잘 챙겨 경영수업을 진행했다. 1940년에 헤르베르트는 나치당에 가입했고 후일 부친과 함께 강제노역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헤르베르트는 독일을 대표하는 존경받는 기업가로 생애를 살았고 마인츠대학은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다. 독일 대도시 곳곳에 헤르베르트 크반트를 기리는 거리 이름이 있다.

크반트패밀리의 오늘이 있는데는 1950년대 BMW의 경영위기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법정관리 중이던 BMW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다임러-벤츠에 넘어갈 참이었다. 그런데 1959년의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과 종업원들이 다임러-벤츠와의 합병을 저지했고 그 과정에 감명을 받은 대주주 헤르베르트 크반트는 BMW를 살려 내기로 결심하고 거액을 투자하는 동시에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이끌어 냈다. 이 결정덕분에 BMW는 재기에 성공했다. 회사는 1964년에 법정관리를 벗어났다.

크반트는 장남 스벤 크반트를 23세에 회사의 사외이사로 불러들여 후계를 준비하는 듯했으나 BMW 지분은 세 번째 부인 요한나 크반트와 그 남매 수잔네 크반트, 슈테판 크반트가 물려받았다. 요한나 크반트 사후 남매의 지분은 슈테판 크반트 25.83%와 수잔네 크반트 20.94%로 각각 정리되었다. BMW 지분의 거의 절반이니 배당수입이 얼마가 될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수십 년 간 회사가 성장해 왔는데도 어떻게 이런 큰 지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크반트패밀리는 BMW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며 1966년생인 슈테판 크반트가 1997년부터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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