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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움직이는 사람들]분야별 베테랑 포진…2세대 주축 '팀플레이'②서동우-한이봉-양시경 계보, 성장기 이끌어

노아름 기자공개 2019-07-18 07:55:02

[편집자주]

1980년 겨울 김인섭 법률사무소로 출발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40년간 국내 인수·합병(M&A) 자문시장서 두각을 나타내는 로펌으로 발돋움했으며, 중국·베트남·미얀마·두바이의 현지 사무소를 거점삼아 해외로 뻗어나갔다. 더벨은 태평양의 토대를 닦은 창립 세대부터 각 분야 기업자문의 입지를 구축한 2, 3세대를 거쳐 라이징스타로 주목받는 4세대 변호사까지 태평양을 이끄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평양은 로펌에 30년 안팎 몸담은 터줏대감들이 활약 중이다. 태평양의 중추 역할을 하는 사법연수원 15기~19기 변호사들은 김인섭 명예 대표 변호사 등 창업 세대가 영입한 베테랑들로 태평양의 2세대 주축을 이룬다. 이들은 소속 변호사 수가 40여명을 밑돌았던 1990년을 전후해 태평양 문을 처음 노크한 뒤, 현재는 대형 로펌이 된 태평양에서 전문분야의 팀을 이끄는 등 묵직한 중량감을 보여준다.

법원과 검찰, 경쟁관계에 있던 로펌을 마다하고 태평양을 택한 오양호·김성진·서동우·김인만·한이봉 변호사 등은 방송·통신·금융·부동산 등 각 산업군의 기업자문을 진두지휘해 태평양이 인수·합병(M&A) 리그테이블 상위권에 꾸준히 안착하게 도왔다. 고객사와 다져온 끈끈한 유대감뿐만 아니라 위기의 순간서 빛을 발하는 승부사들이 존재한 덕택이다.

◇싹 틔운 토론 문화…성장기 이끈 2세대 '맨파워'

태평양에 뿌리 내린 2세대 변호사들은 창업 세대의 장점을 흡수해 로펌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법인설립 10주년이 되던 1996년 겨울, 김인섭 변호사는 각각의 분야를 든든한 반석위에 올려둔 이들 구성원을 일일이 언급했다. 송무를 태평양의 중심 기둥으로 세운 김성진 대표변호사(15기)·김인만(17기)·전병하(18기)·최병호(18기) 변호사, 초창기 공동법률사무소 출범멤버이자 조세부문 전문가 황의인(15기) 변호사, 그리고 기업자문 오양호(15기)·서동우(16기)·한이봉(18기) 변호사 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2세대 변호사 중 인수·합병(M&A) 분야서 잔뼈가 굵은 인물은 한이봉 변호사(18기)다. 1992년 태평양에 합류한 그는 당시 10년차 변호사였던 김인섭 변호사의 에너지 넘치던 모습과 오양호 변호사의 진정성에 매료돼 태평양에 몸 담게 됐다. 선배 변호사와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했고 숱한 의견교환을 거치며 한뼘 더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한이봉 변호사는 "김인섭 변호사는 후배들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으면 난상토론을 제안하곤 했다"며 "호텔 방을 잡아서 서로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밤샘토론이 이어지곤 했는데 새벽 두세시에 이르러야 결론이 도출됐다"고 말했다. 내부적인 거버넌스 이슈에서부터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여러 케이스 중 어떤 사건을 수임할지 등 실무적 고민이 토론 테이블에 오르내렸다. 선배들 어깨 너머 자본시장서 한 획을 그은 딜 성사과정을 도우며 경험을 하나둘 쌓았다.

다수의 M&A 거래에서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활약했던 그에게도 애착이 가는 딜은 있을 터. 한이봉 변호사가 "아이 때부터 시집갈 때까지 지켜봤다"고 자평하며 언급한 기업은 홈플러스다. 한이봉 변호사는 1999년 영국테스코가 삼성물산과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홈플러스를 한국에 진출시킬 당시 JV 설립을 돕고, 이후 2011년 삼성물산이 보유지분을 다시 영국테스코에 넘길때 이를 자문한 인연으로 홈플러스 딜을 수임했다. 법인 내 최대 자문조직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던 2015년 홈플러스 딜의 경우 태평양은 매각측 테스코 자문팀에 80여명(점포 실사인력 포함)을 투입했다. 한이봉·도건철·김목홍·장호경 변호사는 밤낮없이 의견을 교환해 3조6000억짜리 거래를 성사시켰다.

정리회사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김인만 변호사(17기)는 김인섭 변호사의 2년 반에 걸친 구애 끝에 태평양에 합류한 인물로 회자된다. 삼고초려하는 과정서 이들의 일화가 유명하다. 변호사 생활을 통해 군사독재를 거치며 쌓인 울분을 풀고자했던 김인만 변호사는 "로펌은 대체로 큰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곳이고, 변호사의 사명은 기업이 아닌 힘 없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며 태평양에 오지 않겠다 일언지하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김인섭 변호사는 "기업 편을 들거나 노동자를 억압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며 "각자의 몫을 조화롭게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게 평화질서를 유지케 하는 것이 변호사의 사명"이라고 설득했고, 끈질긴 구애 끝에 김인만 변호사는 1991년 태평양에 합류했다. 이후 그는 해태전자, 동아건설, 대한통운, 기아자동차 등 수백곳의 기업회생 딜을 이끌며 태평양의 '주포'로서 입지를 굳혔다.

오양호 김인만 한이봉
(왼쪽부터) 오양호, 김인만, 한이봉 변호사

태평양의 설립자는 김인섭 변호사였지만 소속 변호사가 하나 둘 늘며 시니어 변호사들의 파트너십 필요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1990년 정례회의에서 구성원 간 수익배분방식이 공론화됐고, 이에 김인섭 변호사는 시니어들의 의견을 모아 경리담당 변호사를 추천할 것을 제의했다. 시니어들은 오용석 변호사(10기)를 추천했고 이후 태평양의 수익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됐다. 태평양이 사건 수임·실무 수행 기여도 등을 감안한 조정 배당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다.

이후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고민하는 태평양의 문화는 부침없는 성장을 이끌었다. 태평양은 더벨이 M&A 리그테이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완료기준 조정점유율 두 자릿수 대를 기록해왔다. 지난 10년간(2010~2019년 상반기) 태평양의 거래자문 누적액은 84조8606억원, 거래자문 누적건수는 471건에 달한다. 여러 구성원이 협업해야만 최종 딜 클로징의 축배를 들 수 있는만큼 가감없이 의사를 개진하는 태평양의 토론문화가 없었다면 이루기 어려웠던 성과였다고 태평양 변호사들은 힘주어 강조한다.

현재도 다르지 않다. 주니어 변호사들은 정기적으로 총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 이를 주니어 치프(Junior chief)가 집행부에 전달한다. 4세대 라이징 스타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장호경 변호사(38기)는 "태평양은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려 노력하는 로펌"이라며 "주니어 변호사들의 권익을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M&A실 지휘봉 쥔 양시경…경계 허물고 팀플레이 강화

양시경 변호사
(양시경 변호사)
태평양은 올해 초 M&A 법률 자문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팀제를 없애는 대신 확대 개편했다. 기업자문에 일가견이 있는 150명의 변호사가 한 공간에 섞여 벽을 허물었다. 딜에 따라 협업하는 구성원이 천차만별로 바뀌게 됐는데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자문역량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M&A실을 이끄는 양시경 변호사(19기) 역시 2세대 대표 변호사로 꼽힌다. 그는 "국내 시장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30여개 산업군이 동시에 활발한 경우가 드물다"며 "한두분야에서만 전문성을 쌓기보다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판단돼 M&A실로 개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개편에 따라 이해상충(Conflict) 조율과 인력배치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어졌지만 구성원 간 소통 기회는 늘었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근거리에서 그들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파트너(Partner) 변호사들은 어소시에이트(Associate) 면면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양 변호사는 "로펌 내 모든 전문가들이 서로 한 번 이상씩 협업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잘 모르는 동료와 일하면 손발을 맞추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지만 오히려 서로의 좋은 점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로펌이 수임하는 사건은 진행 과정에 따라 고객 요구사항이 늘고 돌발 변수도 생긴다. 금융기관 M&A를 놓고 보더라도 금융당국의 인가 이외에도 주주 손바뀜에 따른 고용승계 등 인사업무, 지적재산권 이슈 등 다양한 층위에서 개별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발생한다. 때문에 특정 분야를 꽉 잡고 있는 전문가를 사전에 서로가 인지하고 있어야 고객사에 대한 크로스마케팅(cross-marketing)이 손쉬워진다는 설명이다. 태평양이 M&A실을 출범시킨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설 조직의 지휘봉을 잡은 양시경 변호사는 "M&A실장이 된 이후 받는 이메일의 갯수만 하루에 800개에서 많게는 1000개에 달한다"며 달라진 위상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 파트너급 변호사는 양시경 변호사에 대해 "합리적이고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분"이라며 "M&A실 구성원들을 개별 면담해 각각의 애로사항을 듣거나 의사결정을 앞두고서는 주변의 의견을 반영하려 노력하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양시경 변호사는 증권·생명보험사 등 금융업 M&A 분야서 이름 알린 변호사로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자문(2012년) △KB금융지주의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인수 자문(2014년) △외환은행 카드사업부문 분할 및 하나SK카드 합병(2015년) △하나은행-외환은행 합병(KEB하나은행) 자문(2015년)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자문(2018년)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인수자문(2019년) 등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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