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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 장기채조달 선구자 '자리매김' [thebell interview] 박종관 SC제일은행 리테일여신상품팀 이사

손현지 기자공개 2019-07-22 10:48:57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9일 13: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C제일은행은 국내서 장기채 조달을 가장 먼저 시도했던 은행이다. 장기물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던 2000년대 초반, 일찍이 30년짜리 모기지펀드를 구축하며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지난 2004년에는 기업금융 중심이었던 구조를 극복하고 모기지 기초자산을 토대로 한 주택담보부증권(RMBS)를 처음 찍었으며, 이후 2012년 적격대출(MPP)에 뛰어들어 시장을 선도해나갔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지난달에는 원화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종관 리테일여신상품부 이사(사진)가 있었다.

박 이사는 대출업무 관련 네트워크가 탄탄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달 SC제일은행이 커버드본드 발행을 차질없이 성사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04년 제일은행 자금부에서 활동하다가 MBA과정을 밟은 뒤, 2006년 박홍태 부행장의 권유로 리테일금융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13년간 리테일부서에 몸 담고 있다. 장기채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던 그는 제일은행이 2004년 이후 총 9차례에 걸쳐 해외 RMBS를 발행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제일은행 박종관 이사

SC제일은행은 사실 IMF시절만 하더라도 가계여신 포트폴리오가 취약했다. 기업금융 위주로 취급한 탓에 가계대출 자산 자체가 적었지만 경영권이 뉴브릿지로 넘어가면서 부실채권 정리와 가계여신 자산 확대에 주력했다. 주담대를 담보로 하는 해외RMBS 발행에 선구적으로 나서면서 주목을 받았다. 1년짜리 TD나 정기예금, 요구불예금 등 길어봐야 3년물 채권이 성행하던 시절이었던 만큼 본보기가 됐다.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이 차례로 RMBS를 경험했다.

◇국내 커버드본드법의 탄생…장기채권 시장의 '메기' 기대

해외 RMBS의 흥행도 오래가지 않았다. 박 이사는 "2004년에만 해도 미국서 RMBS 발행이 한창이었지만 리먼사태가 발생하면서 인기가 급 시들해졌다"며 "파이낸싱이 잘 안되다보니 적격대출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박 이사의 진두지휘하에 2012년에는 주택금융공사와 협약을 맺고 독특한 구조로 30년 고정 금리 대출을 찍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취급을 적게하는 적격대출만을 믿고 장기채권 시장이 확대되리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는 "새로운 장기채 수단을 고민하던 와중에 독일에 정착했던 커버드본드를 발견했고 대체제로서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했다"며 "2010년부터 독일법을 토대로 스터디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국내 커버드본드법 입법 당시부터 관여를 해온 인물이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시중은행, 해외증권사, 법무법인 등과 함께 법적 장치인 투자자보호제도 구축부터 구체적인 커버드본드 구조, 금리 기준 등을 하나씩 정립해나갔다. 2014년 모습을 드러낸 커버드본드법은 사실상 4년여간 스터디 기간을 거친 후 나온 결과물이었다.

박 이사는 "커버드본드 도입이 장기채권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국내 시장은 국채위주인데다가 공공채도 없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법 벤치마킹해 국내 커버드본드 도입에 박차를 가했다. 독일 커버드본드법은 주택담보대출 채권이 기초자산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국공채, 지자체 채권, 선박, 항공기 채권 등을 우량 기초자산으로 편입시킨 점이 특징이다. 국내법의 경우 독일법을 토대로 고정금리 비율 등을 국내 가계대출제도 사정에 맞게 추가해 탄생했다.

◇'장기채 선두주자' SC제일은행, 커버드본드 발행도 '도전'

사실 은행채 대비 커버드본드의 메리트가 엄청나게 크지는 않다. 비용이나 절차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시중은행들이 섣불리 도전하는 건 무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박 이사는 커버드본드에 대한 시장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측면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에도 태핑을 한 결과 주요 기관투자가 등 큰 손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특히 5년물 외에도 7년, 10년물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당국도 제도적인 유인책을 확대하고 있어 커버드본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최근 시중은행들의 원화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은행이 올해만 90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으며 그 뒤를 이어 지난달에는 제일은행도 5000억원 가량을 찍어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역시 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해 공감했다. 장기자산을 이용해 파이낸싱한다는 개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는데 원리가 비슷한 RMBS, 적격대출, 모기지채권을 경험한 덕분이다. 더욱이 당국이 발행비용 4bp 면제, 예금으로 일부 인정해주는 당근책까지 제시하자 결정이 빨라졌다. 박 행장은 4월 초 TF 설립을 지시했고 리테일여신상품팀이 주무부서가 돼10명 정도 인원이 결성됐다.

SC제일은행은 3개월이란 준비기간을 통해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단기간 내에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이미 환경적인 요인이 갖춰져 있었던 요인이 컸다. 커버드본드 전산구조는 사실 RMBS, 적격대출과 비슷하다. 구조는 조금씩 상이하지만 모두 주택담보대출을 담보로 자산을 조달한다는 원리는 같다. SC제일은행의 전산팀도 주담대 기초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였다. 비록 발행경험은 없지만 커버드보드 발행에 필요한 프로그램이 이미 세팅돼 있었던 거나 다름없었다.

자산을 따로 옮길 필요가 없이 커버드본드용 담보로 제공된 고유자산을 구분관리(링펜싱. ringfencing)하고 IT측면에서 구현하기만 하면 됐다. 발행비용이나 신평사 주간비용 말고는 특별히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았다.

박 이사는 "SC제일은행 커버드본드 전용 별도통장에 데일리 현금흐름이 집계되는데, 내역을 보면 매일 40억~100억정도 현금흐름이 포착된다"며 "담보제공 자산이 3조원 가량인데 매일 1만8000좌의 원금과 이자 상환흐름을 볼 수 있는 건 IT부서와 상품부서의 백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국내 커버드본드 업계가 해외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호주나 캐나다에 비해 한국 커버드본드가 평균 LTV(Loan to value ratio), DTI(Debt To Income)가 낮은 편인데 이러한 점이 해외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채권으로 평가된다"며 "시장이 형성 초기단계라 금리가 현재 금융채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점차 국채와 금융채의 중간 수준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SC제일은행의 경우 이르면 9월말, 하반기 중으로 한 차례 정도 더 발행할 것"이라며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예대율 인정 예수금비율이 현재 1%보다도 완화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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