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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로레알의 지배구조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8-05 08:00:00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9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1위 종합화장품 회사 프랑스 로레알(L'Oreal)에서는 2006년에 오너 모녀간 분쟁으로 스타 전문경영인이 퇴임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1988년에서 2006년까지 거의 20년 동안 이사회 의장 겸 CEO로 회사를 이끌었던 린지 오웬-존스(Lindsay Owen-Jones)가 물러난 것이다.

영국인인 오웬-존스는 20년간 회사의 매년 두 자리 수 성장을 이끌었고 회사의 시가총액을 15억 유로에서 530억 유로로 만든 전설적인 경영자다. 그 기간 동안 로레알은 샴푸와 비누를 만들던 회사에서 글로벌 종합 화장품 거인으로 변신했다.

오너는 2005년에 그 공적에 대한 감사의 특별선물로 오웬-존스에게 1억 유로를 지불했다. 그 오너는 창업자 외젠 슈엘러(Eugene Schueller, 1881~1957)의 무남독녀로 회사를 물려받았던 릴리안 베탕쿠르(Liliane Bettencourt, 1922~2017)다.

릴리안 베탕쿠르는 열다섯 살 때부터 부친의 회사에서 견습생으로 일했다. 화장품을 혼합하고 샴푸에 라벨을 붙이는 것 같은 일을 했다고 한다. 1950년에 프랑스의 정치인 앙드레 베탕구르와 결혼했다. 앙드레 베탕쿠르는 장관까지 지냈는데 친나치 조직의 멤버였던 과거가 있었다. 그런데 그 조직은 독일계 화학자였던 외젠 슈엘러의 자금지원을 받았었다. 2차 대전 후에 조직원들은 로레알에 의탁할 수 있게 되어 어두운 과거에도 불구하고 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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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탕쿠르 부부는 1953년에 외동딸 프랑스와즈를 낳았다. 이 딸이 후일 어머니와 분쟁을 벌인다. 장-피에르 메이어스와 결혼해서 프랑스와즈 베탕쿠르-메이어스가 된다. 메이어스는 아우슈비츠에서 나치에 학살당한 유대교 랍비의 손자다. 이 혼인이 슈엘러의 과거와 결부되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로레알은 2006년에 릴리안 베탕쿠르의 친구이자 유명 사진작가 프랑소아-마리 바니에르에게 매년 70만 유로를 지불한다는 스폰서계약을 썼다. 프랑스와즈는 바니에르가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모친에게 돈을 갈취했다고 비난하면서 바니에르를 민형사 고소했고 오웬-존스는 이 소란의 와중에 물러난 것이다.

바니에르는 1987년에 릴리안 베탕쿠르와 친구가 된 이래 피카소, 마티스 등의 명화와 현금으로 총 13억 유로를 받았다고 한다. 유서에도 로레알 주식을 제외한 전 재산을 남겨주는 것으로 되어있었다는 소문이 있다. 딸이 오랫동안 속을 썩였을 만도 하다. 바니에르는 결국 2016년에 징역 4년과 37만5천 유로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1500만 유로를 베탕쿠르 가족에게 반환하라는 판결도 같이 나왔다.

바니에르는 돈 많은 미망인에게 접근하는 그런 인물은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비범한 재능으로 무수히 많은 예술인, 명사, 부호들과 교분을 가지고 지원도 받았던 사람이다. 무슨 신묘한 능력이 있는지는 몰라도 달리, 피카소, 입생 로랑, 피에르 가르댕, 미테랑 대통령,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믹 재거, 그리고 최근에는 조니 뎁 부부까지 가까운 친구에 포함된다.

프랑스와즈 베탕쿠르-메이어스는 릴리안 베탕쿠르가 2017년에 94세로 별세한 후에 가족의 재산을 관리하는 투자회사의 회장이 되었고 로레알 이사회의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15인으로 구성된 로레알 이사회에는 메이어스가 두 사람 있는데 장-피에르 메이어스와 32세의 아들 장-빅토 메이어스다. 베탕쿠르-메이어스 가족은 로레알의 33.1%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전략적 제휴관계에 있는 스위스의 네슬레가 23.2%를 가진다. 그러나 CEO는 역시 전문경영인 장-폴 아공이다. 1978년 24세에 입사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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