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남양유업을 다시 보다]'백투더 베이직' 정신은 통할까④시장점유율 감소에도 R&D 투자 '지속'…신제품·신사업 '호조'

박상희 기자공개 2019-08-06 14:15:00

[편집자주]

20년 넘게 건실하고 우량한 기업으로 칭송받던 기업이 2013년부터 갑질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잘못은 비판 받아야 하고, 그룻된 관행과 시스템은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6년 넘게 '갑질'이라는 프레임으로만 기업을 바라보는 잣대는 공평하지 않다. 2013년 사태 이후 더 나은 기업이 되기 위한 남양유업의 노력과 시스템의 변화를 살펴본다. 그간 갑질 프레임에 갇혀 간과됐던 기업의 본질 가치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2일 14: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s)'는 말은 위기 상황일수록 유효하다. 2013년 갑질 사태 이후 남양유업은 불매운동으로 실적이 급락했다. 이미지가 급격하게 추락하면서 50여 년간 굳건하게 쌓아온 기업 위신이 흔들리는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남양유업은 기본으로 돌아갔다. 매출이 줄고 영업 근간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꾸준히 설비 및 R&D(연구개발) 투자에 나섰다. 그것이 기업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여 소비자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십년 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 제품도 어려운 시기를 견딜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 디저트카페 '백미당'은 순항 중이고, 신제품 '맛있는 우유 GT'는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남양유업의 신사업 항해는 '이상 무'다.

◇2013년 이후에도 대규모 설비투자…매출액 대비 R&D 비용 증가 추세

남양유업의 주요 제품 포트폴리오는 △우유류 △분유류 △발효유류로 구분된다. 2013년 갑질 사태 발발 직전년도인 2012년 기준 사업별 시장점유율은 양호했다. 201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우유류 25%, 분유류 54%, 발효유류 32%의 시장점유율(남양유업 자체 조사 자료)을 구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우유류가 22%로 소폭 하락했고, 분유류 점유율 역시 50%로 떨어졌다. 발효유의 경우 27%까지 하락했다. 점유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남양유업은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활동을 지속했다.

남양유업 점유율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남양유업의 최근 10년 간 주요 투자 현황을 살펴봤다. △ 2008년 나주 유가공 공장 신축 1000억원 △ 2010년 중앙연구소 신축 300억원 △ 2013년 나주 FD공장 신축 2000억원 △ 2014년 세종공장 분유신건조기 설비투자 500억원 △2018년 남양 F&B 설비투자 270억 원 등 굵직한 설비투자가 이뤄졌다.

전자공시 기준 최근 10개년(2008년~2017년) 업계별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동종 유업계의 총 투자현황(설비 및 R&D)을 비교 분석한 결과 남양유업 5170억원, 매일유업 4129억원, 빙그레 3613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남양유업의 투자비용이 동종업계 대비 1000억원 이상 높다.

물론 회사 매출 규모가 다른데 투자비용만을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남양유업은 연간 매출액의 평균 0.5%를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다. 갑질 논란이 일었던 2013년 기준 남양유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 비율은 0.57%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16년 0.5%, 2017년 0.53%, 지난해 0.56%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회사 매출이 감소하고,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설비투자와 R&D 투자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서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2013년 사태 전후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백미당' 신사업 앞에서 끌고…'불가리스'·'맛있는 우유 GT' 뒤에서 밀고

갑질 논란이 일었던 이듬해인 2014년 남양유업은 '백미당'을 오픈했다. 백미당은 남양유업이 신사업 발굴의 일환으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업계에 뛰어들면서 야심차게 내놓은 디저트 브랜드다. 저출산 기조로 흰우유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가운데 불매운동으로 매출마저 급감하자 위기 탈출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100% 직영으로 운영되는 백미당은 오픈 5년 만인 현재 매장수가 81개로 늘어났다. 올해는 해외 진출도 본격화했다. 6월 중국 '뉴월드그룹'과 손잡고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백미당은 이 계약을 통해 중국 내 최소 250개 매장을 낼 예정이다. 1호점은 중국 상하이로 예정돼 있다.

갑질 사태 이전 남양유업이 뛰어들었던 대표적인 신사업으로는 '프렌치 카페믹스'가 있다. '맥심' 브랜드를 앞세운 동서식품이 독주하던 인스턴트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남양유업은 방향을 틀어 커피믹스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커피믹스 제품 수출은 2017년 약 50억원, 지난해 약 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FD(동결건조 방식) 커피의 경우 2017년 약 230억원, 지난해 약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커피믹스는 일본·태국·말레이시아·UAE·중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FD커피는 러시아·폴란드·싱가포르 등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의 성장이 기대된다. 커피믹스는 중국 시장에서 2017년 하반기부터 마케팅을 강화했다. 회사 측은 올해 전년 대비 매출이 약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 제품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자연의 시작 불가리스'와 '맛있는 우유 GT 슈퍼밀크'가 대표적이다.

'자연의 시작 불가리스'는 1991년 출시된 이후 28년 동안 장 발효유 시장 1위를 지켜왔다. 하루 평균 판매량은 28만병 이상, 누적 29억병을 돌파했다. 한줄로 세우면 지구 4바퀴를 감을 수 있는 양이다.

프리미엄 우유 '맛있는 우유 GT 슈퍼밀크'는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100일 만에 일일 판매량 50만개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로 올라섰다. 고급화 전략을 통해 출시 1년 만에 연매출 200억원대를 바라보는 효자 브랜드로 성장했다. 연간 판매수량은 소환산(200ml) 기준으로 약 4000만개 수준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회사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스테디셀러 제품이 굳건하게 버텨줬다"면서 "특히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 GT 우유가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은 갑질 논란 이후 출시한 제품이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