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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펙사벡 임상중단 쇼크]신라젠은 왜 DMC 의견을 곧바로 공개했나보완책 마련 기회도 없애…향후 계획 불투명, 간암 3상 지속 의지 의문

서은내 기자공개 2019-08-05 08:09:42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2일 1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라젠은 향후 펙사벡 임상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있을까. 신라젠은 2일 DMC의 펙사벡 3상 중단 권고를 금융감독원의 전자 공시를 통해 알렸다. 업계에서는 신라젠이 DMC 권고 내용을 바로 외부 노출한 데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통상 DMC의 모니터링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내용을 즉시 공개하지 않는다.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공들여 진행한 만큼 바로 내용을 공개하기보다 임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다. 신라젠은 DMC 결과를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해 임상 재개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 현재 관련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향후 펙사벡의 임상 진행은 불투명하다.

펙사벡은 우두(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유전자 재조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기전을 가진 항암 바이러스다. 신라젠은 펙사벡을 간암, 신장암, 대장암, 고형암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중 이번 임상중단 권고를 받은 것은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간암 대상 임상 3상 파이프라인이다.

공시에 따르면 신라젠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간으로 8월 1일 오전 9시에 DMC와 펙사벡 임상 3상시험의 무용성 평가 관련 미팅을 진행했고 진행 결과 DMC가 신라젠에 임상 중단을 권고했다. 신라젠은 이 미팅 결과를 신라젠 임원으로부터 확인한 8월 2일 오전 8시 30분(한국 시간)에 공시했다. 미국과의 시차를 감안할 때 미팅이 끝난 직후 바로 공시한 셈이다.

DMC는 신라젠의 임상을 진행하는 프로젝트 리더 등 관계자와 완전히 독립된 전문가 조직이다. DMC는 무용성 평가를 위해 임상 진행 도중에 중간 데이터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공정한 분석을 위해 해당 분석 내용은 회사나 해당 임상 관계자들이 알 수 없게 DMC는 철저히 독립적으로 구성된다. 대개 의장, 통계전문가를 포함해 3~4명으로 조직된다.

무용성 평가는 해당 물질이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쉽게 말해 될성 부른 나무의 '떡잎'을 확인하는 절차다. 통상 20% 혹은 25%의 기준선을 두고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그 값이 기준치에 도달하는지, 통계적 유의미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DMC는 이 무용성 평가 결과 그 기준치에 미달할 경우 임상 지속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임상 중단을 권고하게된다.

이같은 무용성 평가 외에도 임상 효능이 극도로 좋아 더이상 임상을 진행하지 않아도 되거나 또는 임상 진행에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DMC는 임상 중단을 권고할 수 있다.

문제는 DMC의 이같은 판단을 통보 받자마자 바로 대중에 공개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미숙한 대처인지, 혹은 해당 파이프라인을 포기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DMC가 임상 중단을 권고했다는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는 순간 3상을 그대로 지속하기는 매우 어려워질 수 밖에 없으며 사실상 실패로 정의된다. 임상 기관인 병원에서 더이상 환자 모집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펙사벡의 3상 임상을 지속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과도 같아졌다"고 전했다.

원칙상 DMC와 무용성 평가 결과에 대해 미팅을 한 8월 1일까지는 신라젠 측이 결과가 기준치에 미달했다는 등의 관련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번 펙사벡 임상 3상은 간암 환자에게서 펙사벡 투여 후 소라페닙(넥사바) 치료를 하는 것과 소라페닙 단독 요법을 비교한 오픈 라벨 스터디(공개 임상)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회사 측이 전혀 결과를 몰랐다고 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여진다.

향후 신라젠이 간암 펙사벡 임상을 어떻게 진행할지는 불투명하다. DMC의 권고 중단에도 임상 시험 의뢰인(스폰서)만 있다면 무리하게 임상을 그대로 끌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이렇게 다 노출된 가운데 그대로 끌고 갈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향후 DMC 권고에 대해 데이터 분석을 다시 해야 하며 그에 따라 다른 적응증으로 혹은 새로 설계된 임상 디자인으로 시도할 수는 있다. 그럴 경우 임상의들이 나설 수 있는 의미있는 과학적 근거를 뒷받침해야만 한다. 실제로 임상 중단 이후에도 의미있는 데이터를 통해 새롭게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경우는 있다. 펙사벡을 투여받은 환자 중 보다 약효가 좋았던 환자 군을 지정해 임상을 이어가는 것이다.

한 신약개발업체 대표는 "임상을 다시 지속한다면 통계적으로 설득이 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를 위해서이거나 무리한 회사차원의 보여주기식 진행이 될지는 전문가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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