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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친화기업 환골탈태, 어디쯤 왔나 ⑥모범사례 정부 수상 잇따라…여성 관리자 육성책 마련 중

박상희 기자공개 2019-08-08 07:33:00

[편집자주]

20년 넘게 건실하고 우량한 기업으로 칭송받던 기업이 2013년부터 갑질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잘못은 비판 받아야 하고, 그룻된 관행과 시스템은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6년 넘게 '갑질'이라는 프레임으로만 기업을 바라보는 잣대는 공평하지 않다. 2013년 사태 이후 더 나은 기업이 되기 위한 남양유업의 노력과 시스템의 변화를 살펴본다. 그간 갑질 프레임에 갇혀 간과됐던 기업의 본질 가치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6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2013년 갑질 파문이 일자 기다렸단 듯 남양유업을 둘러싼 추문이 잇따랐다. 대리점 강매 논란에 이어 결혼 및 출산을 이유로 여성 직원에게 퇴사를 강요했다는 비난도 그 중의 하나였다.

분유 판매가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남양유업이 여성 직원에 행한 성차별적 행동은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남양유업은 이후 '여성친화기업'을 표방하며 정책적 보완에 나서는 등 자구 노력을 시작했다. 여성 임원을 배출하기 위한 액션플랜도 구체화됐다. 남양유업의 환골탈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여성친화기업 수상…6년만에 달라진 인식

남양유업은 1964년 창립 이래 분유·우유 등 유아식을 모태로 성장했다. 엄마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3년 결혼·출산 등을 이유로 여직원에게 퇴사를 강요했다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여성단체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했다. 갑질 파문에 이어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악재였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여직원 처우 관행 등으로 남양유업과 홍 회장이 고발을 당한 건 모두 3건이다. 이 가운데 2건은 무혐의 처분이 났고, 1건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불기소처분 건은 결혼과 맞물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직원이 정규직으로 복원되면서 마무리됐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불기소처분 건은 당사자도 결혼을 이유로 무기계약직 전환에 동의한 경우였는데 제3자가 고발을 한 경우였다"면서 "사안이 경미하고 자체 시정 노력을 거쳤다고 판단해 검찰이 불기소처분했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후 부당한 인사를 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직원 A씨와의 재판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육아휴직에 들어가기 전 광고팀장(부서 개편으로 현재 마케팅팀)으로 근무했던 A씨는 1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후 팀원으로 강등됐다. 1심에선 A씨가 승소했지만 2심에선 남양유업이 승소했다. A씨는 현재 선임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남양유업 여성친화수상
*2019 사랑나눔 사회공헌대상 여성친화 부문 여성가족부장관상 수상하는 김소현 남양유업 마케팅전략실장(오른쪽)

6년 전 여기저기서 고소·고발을 당했던 남양유업의 최근 모습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여성친화 기업이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올 6월 세종시에서 주최한 여성일자리 박람회에서 여성친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표창을 수상한 게 대표적이다. 모성보호 지원제도로 여성일자리 창출 및 여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에 앞장서 왔다는 점을 높게 평가 받았다.

지난달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열린 '2019 사랑나눔 사회공헌 대상' 시상식에선 다양한 여성친화 관련 공로를 인정받아 '여성친화' 부문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세종시 여성친화 우수기업 표창 이어 2회 연속 여성친화기업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6년 만에 남양유업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이 달라졌다. 이유가 뭘까.

◇정부 권장안 뛰어넘은 여성 복지책…조만간 '여성우대정책' 발표 예정

남양유업 전체 직원 2519명 가운데 31% 가량인 778명이 여성직원이다. 여성 직원 비율이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이 가운데 10년 이상 장기근속 여성 직원은 122명이다. 최근 4년간 육아휴직을 포함한 여성 휴직자는 47명, 남성 직원 육아휴직 인원은 28명에 이른다.

남양유업은 △ 임신기간 중 최대 6개월까지 휴직이 가능한 임신기 휴직제도 △최대 2년간 휴직이 가능한 육아휴직제도 △ 3일간 유급 난임치료 휴가 등 선진화된 여성친화 복지제도를 시행중이다. 그밖에 △ 육아를 지원하는 영유아 교육비 지원제도 △ 자녀 학자금 지원제도 △ 워킹맘과 평등육아를 위한 매 분기 2일간 가족사랑 휴가 △ 3일 이상의 동계방학휴가 등의 복지정책을 갖추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권장하는 여성·가족 친화정책도 대거 도입하고 있지만 추가적으로 남양유업이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지원과 혜택 폭을 넓힌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밖에 여성 및 가족친화 활동으로는 △ 뇌전증 환아 위한 '남양 케토니아' 17년째 특수의료 용도식품 개발 및 보급 △ '임페리얼 드림XO 닥터' 이른둥이 위한 특수분유 생산 △ 9년째 취약계층 산모를 위한 태교음악회 △ 6년째 다문화가정 후원 등이 있다.

여성친화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양유업이 아직 넘지 못한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 바로 여성 임원 비율이 '제로(0)'라는 점이다. 남양유업의 임원은 오너일가(홍원식 회장, 지송죽 고문, 홍진석 상무)를 제외하면 이광범 대표이사, 심호근 감사, 박종수 중앙연구소장, 서호수 공장장, 이창원 공장장 등 5명에 그친다.

현재 여성 직원 가운데 직급(직책)이 가장 높은 이는 입사 15년차 마케팅업무 총괄 실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임원 수가 5명에 그쳐 여성 임원 한 명만 탄생해도 여성 임원 비율이 20%로 올라간다"면서 "수년 내에 여성 임원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조만간 여성관리자 배출을 늘리기 위해 여성 직원을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회사 차원의 육성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여성 직원 수는 많지만 대다수가 고객상담 및 서무·경리 등에 종사한다는 외부의 비판을 고려한 조치다.

앞선 관계자는 "여성 관리자 육성책이 나오면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여성친화정책'을 표방하는 만큼 여성 관리자를 키우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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