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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을 다시 보다]"대리점주 상생은 숙명…품질로 고객 보답 "⑦양영일 영업부문장 "올해 실적 목표는 보합…신제품 반등 계기 희망"

박상희 기자공개 2019-08-09 07:46:33

[편집자주]

20년 넘게 건실하고 우량한 기업으로 칭송받던 기업이 2013년부터 갑질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잘못은 비판 받아야 하고, 그룻된 관행과 시스템은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6년 넘게 '갑질'이라는 프레임으로만 기업을 바라보는 잣대는 공평하지 않다. 2013년 사태 이후 더 나은 기업이 되기 위한 남양유업의 노력과 시스템의 변화를 살펴본다. 그간 갑질 프레임에 갇혀 간과됐던 기업의 본질 가치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7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가 말하고 실천하는 상생경영에 대해 아직까지 의구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걸 안다.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까지 품질 기업, 상생 기업으로 남고자 하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임직원 누구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고객도 언젠가는 우리의 진심을 알아줄 것으로 믿는다."

1999년 남양유업에 취업한 양영일 영업부문장(47세·사진)은 올해로 꼭 입사 20년을 맞았다. 6일 서울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4층 회의실에서 만난 양 부문장은 2013년의 갑질 사태에 대해 "잘못된 관행을 빨리 바꾸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 "대리점주와의 이슈를 지점 단에 맡겨두지 않고 본부에서 직접 챙기는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우수 대리점 포상 휴가, 호응 높아…복지제도에 경쟁업체 대리점주도 합류

양 부문장은 2008년 유통팀장을 맡은 이래 줄곧 영업 분야에 근무해 온 베테랑이다. 2013년 갑질 논란이 일었을 당시 판매기획팀장을 맡고 있어 대리점주와 가장 근접하게 일했다. 대구지점장으로 발령났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대부분 상생회의에 참여하며 대리점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개최해 온 상생회의는 지난 6월 회의가 21회째였다. 초기와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초기엔 감정적으로 격앙돼 있는 사장님들이 많았다. 무조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들어달라는 식이었다. 지금은 사장님들이 먼저 본사에서 들어줄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제안한다. 대리점 단에서도 이런 노력을 할테니, 본사에서도 이렇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 같다." (양 부문장은 인터뷰 내내 대리점주를 '사장님'으로 호칭했다.)

양영일 2
남양유업은 상생회의가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회의가 아니라 상호협력하는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상생회의가 끝나면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면서 격의 없는 대화도 오간다고 한다. 최근 대리점주 불만은 '황하나씨 사태'에 집중돼 있다.

"황하나씨가 회사와 실질적인 관련이 없다는 걸 설명드렸다. 그래도 사장님들은 피해를 본다.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남양 이름이 언급되면 '남양 또 터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이 아닌 루머라해도 매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니 사장님들도 힘드실 거라고 짐작된다."

남양유업은 자녀 장학금, 자녀출산 장려금 등 대리점주 관련 복지 혜택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양 부문장은 가장 호응이 좋았던 정책으로 '우수 대리점 포상 휴가'를 들었다. "14개 지역 단위 별로 우수 대리점을 선정해 제주도 등으로 가족여행을 보내주는 제도다. 2017년에 시작해 올해로 3년째다. 예산은 1000만원 가량 든다. 사장님들의 만족도가 높다."

남양유업의 상생 제도는 유업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경쟁업체 대리점주 가운데 남양유업 복지 제도 이야기를 듣고 간판을 바꿔 달았다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양 부문장은 "경쟁업체 사장님들이 우리 쪽으로 온다고 해서 뭘 더 특별히 해주는 것은 없다"면서 "현장에서 소문이 퍼지면서 기존 사장님들 이야기를 듣고 우리와 계약하고 싶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홍원식 회장, 경영 실적 구체적 지침 안내려…보텀업 방식으로 목표 설정

영업부문장은 회사 매출과 직결되는 자리다. 남양유업 매출 가운데 45%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의 채널을 책임지는 유통부문에서 발생한다. 분유와 커피 등의 영업을 책임지는 분유부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다. 대리점주를 대상으로 우유와 유제품 판매 매출을 올리는 영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다.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지는 자리다. 양 부문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올해 매출 목표를 물어봤다. 양 부분장은 담담하게 '지난해와 보합 수준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2013년 사태 이후 목표 실적을 추정하는 프로세스가 바뀌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과거에는 우리도 위에서 목표를 정하면 아래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열심히 뛰는 시스템이었다. 지금은 '톱다운(top down)'이 아니라 '보텀업(bottomup)' 시스템이다. 실제 영업 현장에서 뛰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목표를 정한다. 사장님들 가운데 아직 힘들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위기를 감안한 결정이다."

오너인 홍원식 회장도 구체적인 경영 지침은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홍 회장은 통상적으로 한번 꼴로 회사에 들러 경영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부분장은 "홍 회장은 임원 회의에서 전체적으로 실적 추이가 어떤지, 대리점과의 상생관계가 어떤지 큰 틀에서 확인만 한다"면서 "인사 등 실질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남양은 2013년 이후 대리점주 상생 정책 및 복제 제도 등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실적 반등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매출은 감소하는데 대리점주에 들어가는 비용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는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양 부문장은 지체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로선 터널 속을 지나고 있는 형국이다. 극적인 반전 계기는 보이지 않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과거로 회귀할 순 없다. 사장님들과 함께 가야 하는 건 숙명이다. 조만간 신제품,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이 나온다. 품질로 보답하다 보면 언젠간 소비자들이 알아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 부문장은 남양유업에 대한 오해를 거둬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물량 밀어내기 등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국 모든 지점에서 그랬던 게 아니다. 문제가 된 부분을 개선했고, 보상과 중재 등도 마무리됐다. 시스템도 선진적으로 바꿨다. 그런데도 여전히 갑질기업으로만 우리를 바라본다. 노력하고 바뀐걸 몰라주니까 직원들도 상처를 받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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