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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위기 선진국금리 DLS]펀드·신탁 부서간 경쟁, 통합데스크 '절실'비이자수익 확대 위한 부서간 승진경쟁, 파생상품 관리부서 '제각각'

최필우 기자공개 2019-09-02 08:06:11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2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로 무리하게 비이자수익 확대를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펀드와 신탁 판매 조직간 경쟁이 과도한 영업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두 조직은 임원 겸직이 불가능 하지만 금융상품 판매 기능은 동일하다. 사내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판매수수료 확대에 용이한 파생상품을 실적 경쟁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높다. 파생상품 관리도 제각각이어서 두 부서를 통합 관리하는 데스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LT 판매 급증…DLF로 '맞불'

우리파워인컴펀드 손실 사태 이후 리테일 시장에서 힘을 못쓰던 우리은행은 지난 2016년 주가연계신탁(ELT) 영업에 드라이브 걸기 시작했다. ELT는 주가연계증권(ELT)을 신탁 비히클(Vehicle)에 편입하는 상품으로 사실상 ELS와 같은 상품이다. 전무하다시피 했던 우리은행 ELT 판매량은 2016년 2조202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12조1344억원까지 늘며 단숨에 시중은행 2인자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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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각행

ELT 판매 급증 배경에는 신탁부 출신인 이광구 전 우리행장이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신탁명가 재건'을 기치로 내걸고 비이자수익 확대를 강조했다. 15명 안팎이던 신탁부 임직원은 50명을 웃도는 수준으로 늘었다. 실적이 늘자 파격 인사도 뒤따랐다. 증권사에서 이직해 영입 전략을 세운 파생상품 특화 전문계약직 직원이 2년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는 우리은행 역사상 최단 기간이다.

덕분에 연금신탁그룹은 승승장구했다. 2015년 470억원이었던 신탁 수수료이익은 2016년 760억원, 2017년 1390억원, 2018년 175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ELS가 6개월 만에 조기상환될 경우 1년에 두번 판매보수 수취가 가능하다는 점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

연금신탁그룹이 약진하자 WM그룹이 이를 의식, 파생상품 판매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시중은행 연금신탁그룹과 WM그룹이 경쟁 구도에 있다는 건 금융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각 그룹의 비이자수익 성장률이 각 그룹장의 승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간 WM그룹도 ELS를 펀드에 편입하는 주가연계펀드(ELF)를 종종 판매했지만 ELT와 전략이 겹쳐 올해 만큼 판매 규모가 커진 전례는 없었다.

WM그룹 내부적으로 성장 동력이 필요했던 측면도 있다. 주력 상품이었던 저축성보험 비과세 혜택이 대폭 축소되면서 방카슈랑스 성장 동력이 상실되자 대안이 요구됐다. 판매보수가 낮은 채권형펀드 의존도가 높아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당장 주식형펀드 판매를 늘리기도 어려운 노릇이었다. 이와중에 ELT 판매로 영업점에 파생상품 판매를 늘리는 노하우가 생겼고, 만기가 짧아 연 2~3회 판매보수 수취가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돼 DLF가 낙점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PB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고객이 원해서 ELT나 DLF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른바 이모작 영업 차원에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가 된 독일 금리연계 DLF가 기형적인 4개월 만기 구조를 취한 것도 삼모작 영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생상품 관리, 부서별 제각각…통합데스크 출범 요원

KEB하나은행 신탁사업단은 그간 ELT 영업을 주력으로 삼아 왔으나 지난해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으로 라인업을 넓혔다. ELT 발행과 상환이 특정 시기에 몰리는 부작용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전반적인 파생상품 비중을 조율하기 위해 신탁부 내에 구조화상품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ELT 연 판매량 2위 자리를 우리은행에 내주는 등 판매량보다 포트폴리오 균형에 집중한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KEB하나은행 역시 전사 차원에서 파생상품 영업을 관리하고 있진 않다. 신탁사업단과 웰리빙그룹 산하 WM사업단이 나눠져 있어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은행이 신탁업을 겸영할 경우 은행법에 따른 업무와 신탁업 간의 임원 겸직은 금지돼 있다. 또 임직원 간 정보교류가 제한돼 상품 전략과 시장 전망을 공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신탁사업단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과 별개로 WM사업단이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 CMS금리 연계 DLF 판매를 늘리는 과정에서 손실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번 사태로 은행 전체 파생상품 판매 동향을 점검하고 상품별 잔고를 조절하는 통합 데스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리스크관리그룹이 있지만 각 그룹 또는 사업단의 영업 행태에 영향력을 미칠 정도의 권한을 갖고 있진 않다는 평이다. 통합데스크를 중심으로 시장 흐름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제대로 된 리스크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파생상품을 공급할 때 은행 펀드와 신탁 관계자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하는 경우가 많다"며 "파생상품 관련 불완전판매 논란이 수차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이를 관리하기 위한 통합데스크가 필요하지만 당장 구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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