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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에 '대형기' 넣는 진에어, 빛 발하나 일본·동남아 대신 제주 선택…B777 3대 투입

유수진 기자공개 2019-09-03 09:01:30

이 기사는 2019년 08월 30일 1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국내선에 대형 항공기를 집중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이례적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에어는 현재 국적 LCC 중 유일하게 대형 기재인 B777-200ER을 4대 보유, 운용하고 있다.

그동안 진에어는 B777을 일본 오사카와 오키나와, 태국 방콕, 베트남 다낭 등 국제선 인기 노선에 주로 투입해왔다. 또한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와 호주 케언즈 등 경쟁사들이 취항할 수 없는 중거리 노선에도 적극 활용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그간 보여온 전략과 다소 차이가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지난 27일부터 오는 10월26일까지 두 달간 국내선 주요 노선에 대형기 B777 기종을 매일 최대 10회씩 투입한다. 김포-제주 노선에는 일 4~6회, 청주-제주 노선엔 9월17일부터 일 4회씩 해당 기종을 띄우기로 했다. 기존 B737-800 기종으로 운항하던 스케줄에 B777을 대신 넣는 방식이다.

이번 결정으로 진에어는 제주 노선의 공급을 대폭 늘리게 됐다. B777(393석)은 기내에 통로가 2개인 광동형(Wide-body) 여객기로, 국내 LCC들의 주력 기종인 B737-800(189석) 대비 좌석 수가 2배 이상 많다. 즉 B777 한 대로 B737-800 여객기 두 대 띄운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진에어는 최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을 대폭 줄인 데 따른 후속 조치로 국내선 공급 확대를 결정했다. 일본여행 자제 분위기의 영향으로 운항횟수를 줄이며 잉여 기재가 발생했고, 이를 투입할 대체 노선으로 국내선을 낙점한 것이다. 진에어는 오는 10월 말까지 인천 및 부산에서 일본 주요 도시를 오가는 항공편을 기존 주 131회에서 78회로 40% 가량 감편 운항한다.

또한 2분기의 뼈아픈 경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진에어는 지난 2분기 동남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해 국내선 ASK(유효좌석킬로미터·공급지표)를 전년 동기 대비 8% 줄이고 국제선 ASK를 10% 늘렸다. 하지만 국제선 RPK(유상승객킬로미터·수요지표)가 9% 증가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탑승률(-0.9%p)과 단위당 운임(-12%)이 동반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진에어 관계자는 "국내선보다 다낭 등 동남아의 수익성이 괜찮을 걸로 예상해 국내선 공급을 줄이고 국제선을 늘렸는데 결과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에어 탑승률

국제선 대신 국내선에 집중한다는 전략은 진에어의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선은 성수기 개념이 사실상 없을 정도로 1년 내내 탑승률이 90%를 상회하는 '알짜'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에어의 2017년 이후 평균 탑승률을 살펴보면, 국내선이 94.2%로 국제선 85.1%보다 9.1%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선 탑승률은 계절에 관계없이 꾸준히 92~96% 수준을 유지했다.

때문에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 노선, 그 중에서도 특히 김포-제주는 국내 항공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선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하지만 제주공항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항공기 이착륙 가능 시간을 의미하는 '슬롯' 확보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사 관계자들 입에서 "제주노선은 늘릴 수만 있다면 더 늘리고 싶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진에어는 추가 슬롯 확보 없이 기재 교체만으로 영리하게 공급을 확대했다. 대형기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국적항공사 국제선 공급량

특히 국적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국제선 공급을 늘렸으나 여객 증가 속도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현명한' 선택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항공사들은 국제선 공급을 전년 동기 대비 8.2% 확대했으나 여객은 6.8% 증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LCC를 따로 떼어놓고 보면 차이가 더 확연하다. LCC들은 상반기에 국제선 공급석을 지난해보다 19.6% 늘렸지만 여객 수는 15.3% 증가하고 멈췄다. 때문에 평균 탑승률은 86.7%에서 83.6%로 전년 동기 대비 3.1%p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최정호 진에어 대표는 이달 중순 '2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항공 수요가 이미 정체된 상태인데 LCC들이 계속 공급을 늘리다보니 수급 밸런스에 문제가 생겼다"며 "일본 이슈가 터지면서 굉장히 수요가 안 좋다. 이러한 분위기가 3분기 이후로도 지속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을은 제주 노선이 성수기이니 일본 노선 감축으로 발생한 잉여 기재를 활용해 국내선 공급을 대폭 늘릴 것"이라며 "B777 3대를 국내선에 투입하고, 이와 연계할 수 있는 제주-상해 노선에도 B777을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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