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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외국인의 올림푸스 경영권 승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9-16 10:00:00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9일 10: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의 올림푸스(Olympus Corporation)는 1919년에 현미경 제조회사로 창업했다. 1950년에 세계 최초로 위내시경 카메라를 개발한 회사다. 지금도 내시경 글로벌 1위다. 시장점유율이 70%를 넘는다. 그 외, 여러 의료기기와 광학계측기의 글로벌 선두주자다. 일반에는 고급 카메라로 잘 알려져 있다.

올림푸스의 창업자와 그 후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는 잘 찾아지지 않는데 소니 외에는 주요 주주들이 모두 은행과 기관들이고 따라서 전문경영인들이 경영해 온 회사다.

올림푸스에는 마이클 우드퍼드(Michael Woodford)라는 영국인 임원이 있었다. 1981년에 입사해서 30년 넘게 올림푸스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유럽본부장을 지냈다. 우드퍼드는 2011년 4월에 회사 역사 최초의 외국인 CEO가 된다.

2011년 7월에 팩타(Facta)라는 잡지가 올림푸스가 완료한 최근의 M&A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회사가 그를 은폐했다는 기사를 발표하자 우드퍼드는 이사회 의장인 선임 CEO에게 사실을 문의했다. 선임이 별일 아니라고 하자 우드퍼드는 독자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는데 올림푸스 이사회는 이사회를 열어 5분 만에 우드퍼드를 CEO에서 해임해버렸다. 해임 사유는 ‘경영방침에 관한 이견'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우드퍼드는 문제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리고 회사가 20년 동안이나 회계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드퍼드는 영국, 미국, 일본 정부에도 사건을 제보했고 10월에는 이사회 의장이 물러났다. 11월 8일에 올림푸스는 1990년대부터 투자 유가증권 손실을 메우기 위해 M&A 시 외부 자문 수수료 등을 과다 지불하는 방식으로 회계를 분식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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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2003년까지 분식회계 액수가 1177억 엔에 달했고, 이를 메우기 위해 2008년부터 M&A 등으로 위장해 유용한 액수가 1348억 엔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올림푸스의 주가는 거의 80% 하락했다. 올림푸스는 소니가 자본출자 등으로 지원한 덕분에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 회사의 이사회는 모두 15인의 이사로 구성되었었고 그 중 사외이사는 3인에 불과했으나 2012년 4월에 임시주주총회가 열려 기업지배구조가 개편되었다. 11인 이사회로 이사회 규모가 축소되었고 사외이사가 다수인 6인으로 비중이 증가했다.

구 이사회 이사 전원이 교체되었는데 신임 이사들은 모두 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선발되었다. 그런데 사내이사 후보들 중 2인은 각각 스미토모미쓰이은행과 도쿄미쓰비시은행의 전직 임원이었다. 두 은행이 올림푸스의 주거래은행들이라는 이유에서 의결권자문사 ISS가 두 후보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으나 선임되었다.

한편, 우드퍼드는 올림푸스에 복귀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이 부정적이었다. 기관들은 새로 구성된 경영진을 지지했다. 우드퍼드는 영국의 노동법원에 올림푸스를 제소했고 회사와 1000만 파운드에 화해했다.

올림푸스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가속되었다. 2014년 2월에 스튜어드십코드가 제정되었다. 2015년 5월에 사외이사제도를 확대하는 내용의 회사법 개정이 이루어졌고 6월에는 감사인과 감사위원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정되었다.

오너가 없는 일본 기업에서 외국인이 CEO 자리를 승계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소니, 닛산, 마쓰다가 외국인 CEO를 둔 적이 있는 정도다. 사실 외국인이 동양권 국가 회사에서 경영권을 승계해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드퍼드는 영업에 탁월했기 때문에 발탁된 것이다.

우드퍼드 이전의 CEO들과 일본인 임원들은 회사의 회계부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사회가 우드퍼드를 발탁한 것은 외국인 CEO가 잘 포착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깊이 묻혔다는 확신이 선임자에게 선 후였다. 그러나 외국인 경영자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자산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는 동시에 내국인보다 회사 안팎에서 사회적 제약을 덜 받는다. 올림푸스 사건은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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